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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면서 거스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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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따라가면서 거스를 때

현재의 위기를 구할 동학과 동학혁명의 가치

2023년이 저문다. 풀어야 할 산적한 국내외 과제를 안고 해가 바뀌고 있다. 지금 국민은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난 심화로 인해 불안과 실의에 빠져있다. 인구급감과 사회구성원들의 갈등은 날로 심각하다.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의 등장으로 한반도가 자칫 최악의 화약고가 될 공산이 크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국가와 진영의 대립과 분쟁이 악화일로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은 여러 국가가 끼어드는 격돌로 비화하고 있다. 알다시피 기후 위기와 환경파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문제 많은 세상에 대처할 아무런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 나라의 지도층을 바라보면 탄식이 절로 난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공동체성의 해체와 황금만능의 사회상에 우울해진다. 대결과 독점으로 치닫는 국가들의 무한경쟁은 그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국내외 문제들을 해소할 근원적 방안을 찾고자 고민할 때 ‘그래, 우리에게 동학이 있었지!’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묵은 새것’ 동학사상에는 생명과 생태, 평화와 공존, 인류애의 알짬이 실천궁행의 과제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를 옥죄는 수(壽)를 다한 듯한 인간성 상실의 자본주의 괴물과 답답하고 위험한 국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우리의 방도는 무얼까. 현실을 따라가면서도 그예 거스르는 도전의 길을 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하기 위한 철학과 방편이 동학 안에 다 들어있음이다.

일제 강점기와 독재 시대를 겪으며 사장되는 듯했던 동학이 천만다행으로 이제 부흥시켜야 할 귀한 우리 것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9년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이런 움직임은 큰 흐름을 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늘어나고 있다. 기념관과 기념물이 만들어지고, 사적(史蹟) 지정이 따르고, 다양한 재현행사나 계승문화예술제가 펼쳐진다. 저술 활동도 활발하고 포럼이나 세미나, 예술공연이 줄을 잇는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생겼고, 민(民) 주도의 동학농민혁명계승(기념)사업회가 곳곳에서 창립되고 있으며, 동학 단체들의 연대와 교류가 활발하다. ‘동학실천 시민행동’과 같이 동학을 널리 알리고 그 가르침을 오롯이 실천하는 모범적인 단체들도 있다. 2차 동학혁명 참여자 서훈 촉구를 위한 부단한 노력은 동학의 존재를 알리며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 천도교의 새길도 주목받고 있다.

지금은 한반도전쟁은 물론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때이다.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는 전범국가 일본과의 유착은 비극을 잉태할 것이 뻔하다. 여기에 국가 지도층의 무능과 부패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국내외정세는 동학농민혁명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온 세계가 대결과 억압의 국면이지만 우리는 평화 상생 공존의 노선을 가야 한다. 동학으로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바꿀 수 있어야 희망이 있다. 한류가 세계로 향할 때도 동학정신이 있어야 오래 가고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평화대동의 후천개벽 새 세상을 희구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활발하길 바란다. 도탄에 빠진 민중들을 구하기 위해 탄생한 K-사상 동학은 현재의 시대정신으로도 충분하다. 푸른 용의 해 2024년이 밝아 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가고 있는 길에 의문부호를 붙이자. 새해에는 우리가 나서서 동학으로 세상을 바꾸는 흐름을 기세 좋게 만들어가자. 따라가면서도 거스르는 기백을 그예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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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윤여진(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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