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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와 균형을 넘어, 소통과 협력으로 교단의 신뢰를 세울 터

기사입력 2025.10.05 23:55 조회수 7,667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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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중책을 천명으로 받아들인 공암 박돈서 감사원장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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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하며 진지하게 발언을 이어가는 박돈서 감사원장대행

     

    지난 8월, 중앙총부 감사원장대행(이하 대행)을 맡게 된 박돈서 선도사는 45년의 교회 경력과 오랜 교구장 경력, 40년의 교육공무원 경력을 지닌 지도자다. 그럼에도 박 대행이 느끼는 취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맡게 된 중책”이라며 깊은 책임감을 토로했지만, 동시에 “주어진 천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박돈서 대행에게 가장 먼저 취임 소감을 물었다. “수운 대신사님이 4월을 ‘불의(不意)의 달’이라 하셨는데, 제게는 이번이 ‘불의(不意) 8월’이었습니다. 도력이 부족한 제가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한울님께서 정하신 직임이라 여기며 받아들입니다. ‘중정대도(中正大道)’를 가슴에 새기고, 공암(公菴)이라는 제 도호처럼 공정하게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짧지 않은 교회 생활 동안 여러 직책을 경험했지만 이번만큼은 각오가 남다르다고 했다. “앞으로 교단 발전의 길이 무엇인지, 한울님께 가르침을 구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해 나가겠다”는 다짐 속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동시에 차분한 평정심이 읽혔다.

     

    균형과 신뢰,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묻자 단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감사원은 단순히 감찰 기구가 아닙니다. 교단의 신뢰를 세우는 핵심 기관입니다. 회계 감사와 규율 집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 예방 감사와 컨설팅 감사로 교단 발전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징계 문제에서는 공정하게 처결하여 신망을 얻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이어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강조하며 구체적 구상을 밝혔다. “중요

    문서는 시행 전에 공람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전 검토가 가능하고, 정기 감사에서는 철저한 준비로 실효성 있는 감사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균형이 핵심입니다. 종무원, 종의원, 감사원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비로소 균형이 이뤄집니다. 감사원은 그 과정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가의 삼권분립을 비유로 든 설명도 덧붙였다. “입법, 행정, 사법이 분립해 균형을 이루듯, 교단에서도 각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견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통과 협력이 함께할 때 진정한 균형이 이루어집니다.”

    감사 활동에서 체감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전산화의 미비였다. 

    40여 년간 교회 현장을 지켜본 박 대행은 사회 경험에서도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교육공무원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공무원 세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산화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단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행정 체계를 갖춰야 모든 일이 투명해지고, 감사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도입된 ‘이카운트’ 시스템에 대해서는 긍정과 아쉬움을 동시에 전했다. “아직은 중앙총부 직원 간에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교구와는 연결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교무관장님이 비전을 가지고 추진하는 만큼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동료 감사들과의 협력, 신앙에서 얻는 활력

    앞으로 함께할 동료 감사들과의 협력 분위기를 묻자, 표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중앙감사 구성은 해월 신사님의 육임제 조직을 떠올리게 합니다. 연령대도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고, 회계, 규정, 총부 경험 등 각자의 전문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 정기 감사에서도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취임 과정에서 나눈 결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는 오로지 용담연원만을 앞세우고, 각 포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교단 발전을 향해 나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이미 협력의 토대는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어떻게 힘을 얻는지 묻자, 대답은 주저 없이 ‘수행’이었다. “저는 수행을 통해 활력을 얻습니다. 천도교인은 문제 해결을 천도교식으로 해야 합니다. 수심정기를 통해 한울님께 답을 구하는 것이지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맑게 하면 천명이 드러납니다. 결국 마음 공부가 핵심입니다.”

    오랜 신앙생활의 뿌리 또한 주문 공부였다. “제가 천도교에 발을 들인 것도 수행 때문이었습니다. 꾸준한 주문 공부와 수심정기를 통해 문제의 답을 찾고, 천명에 맡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단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부탁하자, 교역자와 교인들에게 각각 당부의 말을 남겼다. “교역자들께서는 교헌과 규정에 따라 맡은 임무에 충실해 주시길 바랍니다. 의암 성사님의 ‘기관도통설’처럼 상호 존중과 협력 속에서 시너지를 내야 합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각 기관이 소통하며 유기적으로 협조해 교단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어 교인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오관 실행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기본입니다. 교단을 신뢰하고 교령님 중심으로 화합하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 주신다면, 우리 모두가 동귀일체가 되어 교단 중흥의 염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박돈서 대행이 다시 한번 강조한 단어는 ‘천명’이었다. 

    “부지어천명(付之於天命), 모든 것을 천명에 맡긴다는 말이지요. 감사원장대행으로서의 직임을 천명으로 받아들이고, 공암의 뜻처럼 공정하게 처리해 나가겠습니다.”

    뜻밖의 시기에 맡게 된 중책이지만, 박 대행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이 없었다. 한울님께서 내린 직임을 받아들이고, 신뢰받는 감사원을 세우겠다는 다짐은 인터뷰 내내 일관되게 이어졌다. 천명에 맡긴 길 위에서, 박돈서 대행은 이미 감사원의 새로운 방향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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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도교신문 편집국을 방문한 박돈서 감사원장대행이 서가 앞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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