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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가위 추억
한가위 전 장날이면,
우리 엄니 아침 일찍부터
머리 감고 새 옷에 분단장이라
사과보다 붉디붉은 고추며, 부지깽이로 털던 깨,
일찍 벤 오리쌀을 머리에 이고 흰 이를 드러내며,
꽃처럼 피어나는 웃음, 30리 장길을 바람처럼 날아간다
엄니들이 집으로 돌아오실 즈음이면
오늘은 새 신발일까, 새 옷일까 아이들은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고
오후가 되면 뒷동산에 올라
노란 실잠자리를 미끼 삼아
장구 잠자리 잡고 덩실 더덩실
집에 돌아오면 서울서 온 형과 누나,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첫사랑 속눈썹 같은
송편을 빚고, 서로가 자랑이다
저녁이 익어지면 달도 환히 웃고
소년, 소녀들 모두 나와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며 강강술래
서늘한 달빛은 소녀의 마음을,
기운찬 귀뚜라미는 소년의 마음을
간질간질, 두근두근
그렇게 나도 들길 달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크기변환]3e333915-5f12-4d16-baa3-50c51a6569ae.png](https://www.chondogyo.com/data/photo/2509/20250924144532_05f50ef8954872c56d422a514ad435ea_5zeu.png)
글 / 운암 오제운(신태인교구장, <동귀일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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