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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공원에 깃든 거목의 숨결: 수운 최제우 대신사와 시인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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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공원에 깃든 거목의 숨결: 수운 최제우 대신사와 시인 이상화

  • 최정대
  • 등록 2026.01.12 14:26
  • 조회수 11,606
  •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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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공원에 세워진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동상

 

대구 달성공원에는 천도교(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이는 1864년 3월 10일, 대신사께서 ‘좌도난정률(左道亂正律)’이라는 누명을 쓰고 대구읍성 남문 밖 관덕당(觀德堂) 뜰에서 순도(殉道)한 역사를 기리기 위함이다. 당시 처형장이었던 관덕당은 아미산 북쪽 영남제일관 서남쪽으로 약 200-300미터 거리에 위치한 군사 무예훈련장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1964년, 전국의 천도교 동덕들이 뜻을 모아 성금을 기탁함으로써 비로소 대신사의 동상이 건립되어 그 숭고한 정신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또한, 달성공원에는 민족의 울분을 시로 달랬던 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시비(詩碑)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 기념비는 1948년에 건립되었으며, 한국 문학사에서 특정 문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최초의 기념물이다. 당시 식민 지배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막 벗어난 우리 민족은 장군이나 정치인이 아닌, 오랫동안 민족의 상처 입은 정신을 지탱해온 ‘시인’을 첫 번째 기억의 대상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한국 근대문학 100여 년의 역사에서 이상화(1901–1943)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그의 시는 초기의 탐미적 서정성에서 출발해 점차 민족적 양심을 담은 강력한 저항의 목소리로 진화했다. 그는 단순히 시대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의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상화는 1919년 3·1 독립운동에 투신하며 그 경험을 삶과 문학에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겼다.

그는 당대 '용봉인학(龍鳳麟鶴)'이라 불릴 만큼 출중했던 4형제 중 둘째였다. 독립군 장군이자 임시정부 의원이었던 맏형 이상정,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자 사회학자인 이상백(前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수렵가였던 막내 이상오까지, 이들 형제는 각자의 분야에서 민족의 기개를 떨치며 애국에 매진했다.

특히 이상백 교수는 필자의 선친이자 고고학의 선구자이신 최남주 선생과 매우 가까운 친우(親友)였다. 이상백 교수는 친형 이상화 시인이 천도교 잡지 『개벽』에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천도교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러한 인연으로 선친의 안내를 받아 천도교의 발상지인 경주 구미산 용담정을 여러 번 방문하기도 했다.

 

이상화의 지적 여정은 폭넓고 깊었다. 그는 서울 중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며 유럽 낭만주의와 상징주의를 접했다. 1922년 귀국 후에는 대구 대륜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문학 세계를 가다듬었다. 초기작 「마이너」, 「나의 침실로」 등은 섬세한 감정과 내면적 성찰을 담은 서정시였으나, 그는 곧 식민지 현실에 맞서는 저항 시인으로 변모했다. 그 전환점은 1926년 『개벽』 제70호에 발표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였다. 이 시는 노골적인 구호 대신 황폐한 들판과 침묵하는 하늘의 이미지를 통해 상실의 고통을 형상화하며 조선인들의 가슴을 깊이 울렸다.

이상화의 문학적 유산을 논할 때에는 당대 최고의 민족 정론지였던 『개벽(開闢)』을 빼놓을 수 없다. 1920년 천도교청년회의 편집부 청년들이 창간한 『개벽』은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민중을 계몽하고 새로운 세계의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천도교 청년들은 항일 및 신문화 운동을 활발히 펼치며, 민족문학의 수립과 개벽 문화 확립을 위해 언론·학술·예술을 포괄하는 종합 잡지를 기획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 ‘후천개벽 사상’을 계승한 개벽사가 설립되었고, 잡지 『개벽』이 발간되었다.

 

일제의 가혹한 검열로 창간호와 임시호가 잇달아 발행금지가 되어 호외호로 발행되는가 하면 전체 발행기간 중 두 번 중 한번은 압수나 발매금지, 기사 삭제가 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총 34회), 『개벽』은 당대 최고의 사상가들과 문인들을 끌어 모으는 요람이 되었다. 김소월, 현진건, 방정환 등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초기 국민문학파에서 신경향파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 문학의 흐름을 주도했다. 발매 금지 34회라는 수난 속에서도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이 잡지는 1926년에 결국 강제 폐간되었다. 필자는 그 위대한 정신을 기리고자 이상화의 시가 실린 당시의 『개벽』지 70호 영인본(影印本)을 소중히 소장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대구 달성공원의 수운대신사 동상과 이상화 시비를 참배한 적이 있다. 또한 수성못 인근 상화동산에 위치한 시인의 흉상과 기념비를 둘러보며 그 뜻을 기리기도 했다. 위대한 예술은 침묵과 감시, 그리고 슬픔 속에서 자취를 감춘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상화의 삶은 짧았지만, 그의 정신은 자유를 향한 열망이 담긴 양심의 언어가 되어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대구 달성공원은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동상과 시인 이상화의 시비(詩碑)가 나란히 자리한, 한국 근현대사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민족의 거목들이 쌓아온 정신적 유산이 깃들어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교육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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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최정대. 칼럼리스트(충의포 직접도훈)는 영국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 회원으로 민간외교에 많은 공헌을 해왔으며, 40년 이상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에 국내외 문화와 외교사, 동학 천도교에 관련 정기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또한 그는 한-미협회 뉴스레터의 편집위원이자, 한-스웨덴협회 창립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0년에는 스웨덴 왕실로부터 북극성 훈장(Sweden’s prestigious Royal Order of the Polar Star)을 수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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