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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신사 200주년, 이제는 시민이 나설 때입니다”

기사입력 2025.08.12 18:19 조회수 4,164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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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동학민회 김시형 상임공동대표, 유적지 정비 청원운동 주도하며 시대정신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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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월신사 유적지 정비 청원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시형 동덕(경기동학민회 상임공동대표). 그는 여주 지역을 중심으로 동학의 정신과 유산을 되살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는 그저 해월신사님께 감동한 한 사람일 뿐입니다.”

    경기동학민회 창립을 앞두고 여주·이천 지역의 동학 유적지를 정비하자는 전국 청원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시형 동덕의 말에는 담담하지만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활동가가 아닌, 늦은 나이에 천도교에 입교하고 동학의 유산을 삶의 지표로 삼아 실천에 나서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포덕 157(2016)년 종학대학원에 진학하며 영등포교구에서 입교한 그는, 서울과 안양에 거주지를 두고 있었지만 마음은 늘 여주에 있었다. 

    바로 해월신사의 묘소와 전거론 의암성사 법통 승계지, 이천의 향아설위 선언 터 등 역사적 유적들이 남아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직접 가서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해월신사 묘소는 그나마 이항진 전 여주시장이 노력해 경기도 문화재로 승격되었지만, 기념관은 고사하고 주차장 하나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유적지는 거의 방치 수준입니다.”

     

    김시형 동덕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해월신사 탄신 200주년을 앞두고 전국적인 유적지 정비 청원운동을 제안했다. 이번 청원운동은 천도교여주교구와 전국동학농민혁명연대, 경기동학민회, 여주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 등 7개 단체가 공동 주최하고 있으며, 현재 온라인 서명운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목소리입니다. 지자체 예산을 이끌어내려면 지역의 열망이 필요하고, 그것이 정당성을 획득하려면 전국적인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명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그는 이 운동의 기획 실무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6월 26일 출범한 경기동학민회의 상임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경기동학민회는 향후 이 청원운동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관련 의제를 정책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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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덕 165(2024)년 11월, 이천 수산리 앵산동 마을에서 ‘향아설위 선언’ 유적지 답사 교육을 마친 뒤 단체 기념촬영을 한 경기동학문화해설사 교육 수료생들. 본 교육은 천도교중앙총부가 주최하고 경기동학민회가 주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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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월신사가 의암성사에게 동학의 도통(道統)을 전수한 여주시 도전리 전거론 유적지 터. 현재는 폐가가 들어서 있어 역사적 가치에 걸맞은 보존과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김시형 동덕은 여주와 이천에 남은 해월신사 유적을 ‘정신문화의 기둥’이라 표현한다. 여주의 주록리에는 해월신사의 묘소가 있고, 도전리는 해월신사가 의암 손병희 성사에게 동학의 법통을 전수한 곳이다. 이천 수산리는 해월신사가 ‘향아설위(向我設位)’를 선언한 장소로, 민중 중심의 문명사적 전환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동학과 3·1운동, 나아가 대한민국의 기원을 상징하는 성지입니다. 이 가치에 걸맞은 기념사업과 정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청원서는 유적지 접근로 정비, 안내 표지판 설치, 기념물 조성, 기념관 건립 등 구체적인 계획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각 후보들의 공약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김 동덕은 “정치 이전에 시민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캠페인도 직접 고안했다. “당신은 한울님입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뺏지를 만들어 보급하며, 천도교의 핵심 교리인 ‘인내천’, ‘시천주’를 쉽고 감동적으로 전하는 방식에 힘써왔다. 그는 이 활동이 수운대신사와 해월신사, 의암성사를 잇는 동학의 맥을 시민들과 나누는 ‘현대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해월신사 묘역 외에는 대부분의 유적지가 문화재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으며, 여주시나 이천시, 경기도, 중앙정부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동덕은 “일차적으로는 지역 조례 제정이 선행돼야 하고, 나아가 중앙정부의 동학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비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이 운동의 진정한 목표는 동학과 천도교를 다시 삶 속으로 되살리는 것입니다. 천도교가 지닌 생명과 평화, 인내천과 천지부모라는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절실합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다. “저는 60세가 넘어서 입교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신앙이 진짜 신앙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 유산을 재발견하고, 다음 세대에게 감동으로 전해야 합

    니다. 지금 이 운동은 그 시작일 뿐입니다.”


    김시형 동덕과 같은 평범한 이들의 실천은 동학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제 그 정신을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모색해야 할 시간이다. 

    해월신사 탄신 200주년은 천도교의 씨앗을 다시 뿌리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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