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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올해의 경전 말씀, 사자성어, 해월신사 법설 ‘용시용활(用時用活)’
기사입력 2025.12.17 18:04 조회수 73 댓글수 0올해도 벌써 12월 중순입니다. 이때쯤 되면 해마다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교수신문에,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발표합니다. 2025년 사자성어 1위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의미의 변동불거(變動不居)입니다. 교수 신문은 변동불거에 대해 ‘한국 사회가 거센 변동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으며,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2위로 뽑힌 사자성어는 ‘하늘의 뜻은 일정하지 않다’는 의미의 천명미상(天命靡常)이고, 3위는 추지약무(趨之若鶩)로 ‘오리 떼처럼 몰려다닌다’는 의미입니다.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살펴보면서 올해 천도교의 경전 말씀 중에 사자성어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천도교의 현실을 감안 하지 않고 좋은 문구만 소개한다면, 세상과 동떨어진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해월신사 최시형 스승님 법설 중에 ‘용시용활(用時用活)’을 골라봤습니다.
用時用活(용시용활)
⎾대저 도(道)는 용시용활(用時用活)하는데 있나니 때와 짝하여 나아가지 못하면 이는 사물(死物_죽은 물건)과 다름이 없으리요. 하물며 우리 도(道)는 오만년의(五萬年)의 미래(未來)를 표준(表準)함에 있어, 앞서 때를 짓고 때를 쓰지 아니하면 안될 것은 선사(先師_수운 대신사)의 가르치신 바요, 그러므로 내 이 뜻을 후세만대에(後世萬代)에 보이기 위(爲)하여 특별히(特別)히 내 이름을 고쳐 맹세(盟誓)코자 합니다.⏌
해월신사님께서 도(道)란 그 때에 따라 생활 속에 훌륭하게 적용되고 또 활용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가르침을 강조하기 위하여 본명인 경상(慶翔)을 시형(時亨)으로 고쳐 후세 만대에 모범을 보이고, 또 하늘에 맹세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대단하고 결기에 찬 모습입니까. 그러나 현재 과연 천도교단과 교인들은 용시용활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뒤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스승님 말씀대로 현재 천도교단은 과연 죽은 것인지, 다시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 깊은 고민과 과감한 실천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다시 살아나는 천도교단이 될 수 있을까요. 용시용활을 제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그럼 무엇을 용시용활 해야 될까요? 교헌과 규정, 의례 등을 시대에 맞는 법으로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승님 말씀대로 모든 일에 있어 ‘때와 짝하여 나아가야 할 것이며, 또한 앞서 때를 짓고 때를 써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웃 종교들이 종교개혁과 사회문제 등에 앞장설 때 뒤따라 가거나, 아예 모르는 척하는 일들은 용시용활을 거꾸로 하는 것입니다.
그때가 1997년 IMF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는 부도 상태였고, 기업들도 최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한 (SS)대기업에서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꾼다’란 슬로건으로 혁명적인 개혁을 단행하여 위기를 극복한 것은 물론 현재까지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성장하였습니다. 우리 천도교단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냐, 뒤로 후퇴만 할 것인가의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진단합니다. 여기서 어물쩍 시간 때우기에 급급하면, 스승님 말씀대로 죽은 물건이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천도교 지도자는 물론 교인들이 다시개벽, 동귀일체로 용시용활 실천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해월신사 최시형 스승님의 법설 ‘개벽운수’ 중에서, 용시용활과 관련된 말씀을 살펴보면서 오늘 칼럼을 마치겠습니다(천도교경전인용).
世間萬物 有時顯有時用 月夜三更 萬物俱靜 日出東方群生皆動 新舊變遷天下皆動矣 東風之化生非金風不成 金風吹時 萬物成實 隨運而達德 察機而動作 事事有成矣 變而化化而生生而盛盛而還元 動則生靜則沒矣
세상 만물이 나타나는 때가 있고 쓰는 때가 있으니, 달밤 삼경에는 만물이 다 고요하고, 해가 동쪽에 솟으면 모든 생령이 다 움직이고, 새것과 낡은 것이 변천함에 천하가 다 움직이는 것이니라. 동풍에 화생하여도 금풍(서풍)이 아니면 이루지 못하나니 금풍이 불 때에 만물이 결실하느니라. 운을 따라 덕에 달하고 시기를 살피어 움직이면 일마다 공을 이루리라. 변하여 화하고, 화하여 나고, 나서 성하고, 성하였다가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나니, 움직이면 사는 것이요 고요하면 죽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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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天生後天 先天之運生後天之運 運之變遷 道之變遷 同時出顯也故 運則 天皇氏始創之運也 道則天地開闢日月初明之道也 事則今不聞古不聞之事也 法則今不比古不比之法也
선천이 후천을 낳았으니 선천운이 후천운을 낳은 것이라, 운의 변천과 도의 변천은 같은 때에 나타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운인즉 천황씨가 새로 시작되는 운이요, 도인 즉 천지가 개벽하여 일월이 처음으로 밝는 도요, 일인즉 금불문 고불문의 일이요, 법 인즉 금불비 고불비의 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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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地日月古今不變 運數大變 新舊不同 新舊相替之時 舊政旣退 新政未佈 理氣不和之際 天下混亂矣 當此時倫理道德自壞 人皆至於禽獸之群 豈非亂乎
천지일월은 예와 이제의 변함이 없으나 운수는 크게 변하나니, 새것과 낡은 것이 같지 아니 한지라 새것과 낡은 것이 서로 갈아드는 때에, 낡은 정치는 이미 물러가고 새 정치는 아직 펴지 못하여 이치와 기운이 고르지 못할 즈음에 천하가 혼란하리라. 이 때를 당하여 윤리 · 도덕이 자연히 무너지고 사람은 다 금수의 무리에 가까우리니, 어찌 난리가 아니겠는가.

글 이윤영(천도교직접도훈, 동학혁명기념관장, 2차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국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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