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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천도교의 사후관에 문제를 제기한다

기사입력 2025.09.19 09:57 조회수 16,927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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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이라는 존재는 과연 있을까?”


    필자가 근무하는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동학혁명기념관에는 남모르는, 나만 아는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올해가 동학혁명 131주년이니까 기념관이 건립된 시간이 3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당시 나는 공사 총책으로 수시로 현장에 오가 가는 신분이었다. 만약 밤에 비가 오기라도 하면 한밤중에 재빨리 와야 했는데, 건물 지붕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조심  조심 지붕에 올라가 안전한지 살펴보다가 그만 가파른 지붕 경사 2층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찔한 순간, 영락없이 중상 아니면 사망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울님’하고 소리쳐 불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뒤에서 미끄러지는 나를 꽉 잡아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기어 지붕 정상에 올라 한숨을 쉬고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주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아무도 없었다.


    기념관 개관 후 나는 책자를 3권 출간하였다. 그 집필시간이 기념관 퇴근 시간부터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으니, 기념관 문 닫고 그곳에서 집필하는 것이 최상이었다. 새벽 1~2시경 전시관에 누군가 꼭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었다. 나는 “스승님, 선열님 오셨습니까?”하고 인사를 여쭙곤 하였다. 물론 모습과 흔적은 볼 수가 없었다.


    또 기념관 전시실 문이 자동문이라 누군가가 가까이 와야 열리고 닫힌다. 그런데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난 뒤 자동문 혼자 열리고 닫히는 상황이 가끔 발생한다. 나는 일어서 문 앞으로 나가 두 손을 합장하고 “한울님 오셨습니까?”하고 인사를 드린다. 물론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일들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까 수운 대신사 경전에 한울님 하신 말씀 “귀신도 나이니라” 즉 귀신도 한울님 이라는 글귀가 머리를 스친다. 그럼 나는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를 속으로, 입으로 외운다.


    천도교에서는 사후관 즉 개체영혼설을 부정한다. 그래서 일부 종교학자들은 천도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종교성립의 주요 내용 중에, 첫째 신의 존재, 둘째 교주의 존재, 셋째 경전의 존재, 넷째 교인의 존재, 다섯째 사후관의 존재 정도가 있어서 한다. 천도교는 사후관의 존재가 확실하지 않다. 물론 향아설위와 성령출세설이 있지만, 명확한 개체 영혼설이라 말할 수 없다. 


    천도교가 과거의 영광 즉 우리나라에서 신도수가 제일 많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순수 종교적 신앙에서 교인수가 많았던 것이 아니라, 사회개혁운동 즉 혁명운동과 독립운동 등 대중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상황이었다. 현재 정당단체나 사회단체처럼 그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동참하게 하는 교정일치의 선두에서 대중들을 이끌어갔던 것이다.


    현재는 솔직히 말해 천도교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환원하는 사람들에 비해 새로 입교하는 사람들이 적으니 세월이 지남에 따라 현저히 교인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천도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기독교나 불교 등과 같이 현상유지라도 할 것이다. 그 하나는 사후관을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 또 하나는 사회개혁 즉 통일운동, 환경운동 등 대중을 선도하는 최전선에 나서야 한다. 현재는 둘 다 미미하기 그지없다.


    나는 오랜 동학 천도교 수행한 사람으로서 인간의 사후관을 인정한다. 천도교에서 말하는 성령출세라는 다소 철학적인 사후관이 아니라, 타 종교처럼 개체 사후관을 말한다. 그리고 만약 귀신이 내 앞에 나타나도 하나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 귀신(보이지 않는 한울님을 뜻함) 또한 한울님이라는 수운 대신사님 경전을 생각하면 귀신이 다가오더라도 “모시고 반갑습니다. 한울님..”하면 그 귀신들도 나에게 경의를 표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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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윤영(천도교직접도훈, 동학혁명기념관장, 2차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국민연대 공동대표)

     

     

     

    *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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