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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8일 동학을 창명한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출세 20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이 들썩였다. 오랜 준비 끝에 마련한 출세 200주년 기념식에는 성황리에 거행되었다.
각 종단의 성직자와 정부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해 동학의 창도와 수운 대신사 출세 2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경축했다. 기념식의 식전과 식후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출세 기념일을 전후해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되어 석학의 입을 통해 동학 창도가 지닌 문명사적 의미와 현대 문명이 가진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는 수운 대신사의 통시적 혜안과 통찰을 들을 수 있었다. 개벽의 새 길을 연 수운 대신사를 받아들이지 못한 구체제에 의해 당했던 수난로(受難路) 걷기를 통해 고난과 질곡의 수난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그리고 2024년 연말에 <수운 최제우 대신사 출세 200년 기념 자료집>의 간행으로 출세 200주년 행사가 막을 내렸다.
화려한 출세 200주년 기념식은 끝났다. 1924년 수운 대신사 출세 100년을 맞아 우리 민족의 역량을 모아 “수운 대신사 출세 100년 기념관”을 건립해 민족 구성원들을 위한 공회(公會)의 장을 제공한 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화려한 기념식은 끝났다. 기념식이 끝났다고 수운 대신사의 업적을 이 땅에 펼치는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이제 출세 200년 이후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수운 대신사 출세 200주년 기념행사의 성과를 확산해 수운 대신사 출세의 의의와 동학을 세상에 알리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수운 대신사의 일대기를 정리한 전기, 수운 대신사와 초기 동학에 관한 사료를 정리한 자료집,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천도교회월보>와 <신인간>의 수운 대신사에 관한 기사 모음집 등등 수운 대신사와 초기 동학에 관한 저술을 출판해 연구자 및 동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수운 대신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수운 대신사의 저술인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간행 당시의 형태로 재현해 수운 대신사와 동학을 알리는 선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세상 사람들이 동학을 알지 못한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동학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래 세대들이 수운 대신사와 동학을 알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즐겨하는 웹툰(Webtoon)과 그래픽노블(Graphic Novel), 게임화된 학습 앱, AR/VR 체험 등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손안에서 만나는 동학’을 창출해야 한다. 최근 열린 동학학회 학술대회에서 동학농민혁명을 게임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주제의 발표가 있었다. 이처럼 미래 세대들이 수운 대신사와 동학을 알 수 있게 하는 동영상 제공과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 간행한 <수운 최제우 대신사 출세 200년 기념 자료집>에는 수운 대신사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한 성과물이다. 특히 자료집의 가장 큰 성과로 수운 대신사의 사적지 조사를 꼽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수운 대신사와 동학을 알리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자료집을 보면 알겠지만, 수운 대신사의 사적지 가운데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몇 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경주 관아의 감옥, 용담에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다가 다시 대구 경상감영으로 이송되는 수난로(受難路), 수운 대신사의 마지막 길인 순도로(殉道路) 등에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사람들이 이를 알고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듯이 한꺼번에 다 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수운 대신사의 사적이 정비되면 그 가운데 수운 대신사의 수난로를 ‘동학 순례길’로 명명해 순례길로 활용할 수 있다.
동학 순례길을 걸으며 세상 속에서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나아가 한울님 마음을 찾는 길을 걷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 땅에 수운 대신사의 가르침을 잘 실현하고 있는지 살피는 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 수운대신사의 표현으로 각자위심을 벗어나 동귀일체를 실천하는 사람과 단체, 보국안민과 광제창생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단체 등을 발굴해 알리고 함께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수운상”을 만들어 수여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수운 대신사의 가르침을 일상의 표현으로 하면 “타인을 한울님처럼 존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동체를 위해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물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고 동학의 가치를 펴는 사회적 활동도 전개해야 한다. 아직 이 땅 곳곳에 시천주의 본원적 평등이 실천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수운 대신사의 가르침을 펼치는 이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은 수운 대신사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며 포덕의 다른 표현이다.
덧붙여 수운 대신사 출세 200주년 행사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행사 담당자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행사의 좋았던 점을 살리고 미비한 점은 보충해 앞으로 있을 행사를 보다 규모 있게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당장 2년 후인 2027년은 해월 신사 출세 200주년이다. 2년 후의 더 나은 행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행사를 돌아보는 평가가 요구된다. 여기에 외부 전문가도 참여시켜 귀를 열고 조언을 들어야 한다.
생각나는 대로 수운 대신사 출세 200주년 이후에 해야 할 프로젝트 방안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이처럼 수운 대신사 출세 200년 기념행사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수운 대신사의 가르침이 여전히 필요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글, 성강현(천도교 대동교구장, 동의대학교 강사)
*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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