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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속에 동학의 가치를 담아 세계로 향하는 K-동학을 꿈꿉니다”
기사입력 2025.08.12 18:29 조회수 4,812 댓글수 0
근현대사미술관 담다가 지난 포덕 166(2025)년 6월 14일 개최한 ‘기후의 퍼즐, 변화를 잇다’ 전시 오프닝은 미디어아트 행사를 넘어선, 예술을 통한 시대적 물음과 실천의 장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이남, 김창겸, 방우송 등 국내 대표 미디어아트 작가들과 독일의 베른트 할브헤르(Bernd Halbherr), 중국의 샤이엔(Xia Yan)이 참여해 기후 위기를 주제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시각화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이남 작가는 금강산의 사계를 디지털 회화로 재해석하며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표현했고, 방우송 작가는 파동의 소리를 시각화하여 보이지 않는 자연의 흐름을 드러냈다. 김창겸 작가의 작품은 숲과 동물, 꽃이 보내는 조화로운 세상을 감각적으로 전달했고, 베른트 할브헤르는 독일의 숲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변형시켜 자연의 회복과 인간의 반성을 촉구했다. 샤이엔은 중국 전통 정원 속 자연의 호흡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지구 생태계의 조화를 형상화했다.
이날 오프닝에는 박인준 교령과 이상식 국회의원도 참석해 예술과 종교, 정치를 아우르는 연대의 자리를 만들었다. 축사 후에는 인뮤직 앙상블의 연주와 함께 작가들의 설명이 이어졌고, 7월 30일까지 전시가 계속된다. 정정숙 관장은 “기후 위기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시대적 경고”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의 나를 성찰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구를 그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근현대사미술관 담다는 2019년 6월 14일 개관한 이후 줄곧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예술로 담아내는 데 주력해왔다. 정정숙 관장은 중앙총부에서 23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뒤, 미술 애호가인 남편 김성인 이사장과 함께 미술관 운영을 시작했다. 정 관장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동학에서 시작된다”고 단언하며, 미술관의 전시 주제를 동학 창도에서 3.1운동, 민주화 운동, 한반도의 평화로 이어지는 큰 흐름으로 설정했다. 이에 매년 3월에는 3·1운동과 독립운동, 5월에는 5·18 민주화운동, 6월에는 환경, 9월에는 동학혁명 등 주제에 따라 연속성과 메시지를 지닌 전시를 기획한다. 여기에 비어 있는 달에는 초청작가들의 자유 주제 전시가 이어지며, 연중 3월부터 11월까지는 전시가 끊이지 않는다.
정정숙 관장은 문화예술이 포덕의 새로운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이며, 감정에 닿는 코드가 사람을 움직입니다. 우리가 문화예술을 통해 동학의 감수성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동학 정신을 품은 콘텐츠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문화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월 최시형 신사 탄신 200주년을 맞는 2027년을 계기로 ‘K-동학’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천도교를 알리는 콘텐츠 페스티벌을 구상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K-동학의 비전은 광범위하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기념전, 동학 사상에 기반한 공모전, 작곡가가 참여한 창작 음악 발표회,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까지 포괄하는 문화예술 융합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 생명, 환경, 여성, 어린이 문제를 논의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제안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천도교문화원이 설립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전시, 공연, 콘텐츠 제작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에서 우리의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을 체계적으로 해내야 합니다.”
정정숙 관장은 지난 4월 3일 종의원 총회에서 천도교종의원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의장으로서 그는 교단의 법령, 예산, 정책을 심의·확정하는 종의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와 예산결산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종교의 공공적 위상 강화를 위해 법률 제도도 검토 중이다.
군대, 교도소 등 천도교가 제도권 내로 진입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관련 부처의 법령을 조사하고 제안하는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저희는 지금 ‘스승님 발자취를 따라 공부하는 종의원’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공부하고 실천하는 종의원이 되어, 종무원과 협력하며 교단 발전의 기초를 마련해나갈 것입니다.”
전시 기획자이자 교단의 입법기관 수장으로서 그가 그리는 미래는 명확하다. 천도교는 더 이상 종교의 울타리에 갇혀서는 안 되며, 문화예술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현대사미술관 담다에서 시작된 이번 기후 전시와 K-동학 구상은, 천도교의 사상과 정신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지만 강한 실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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