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손수건
-문덕수
누가 떨어뜨렸을까
구겨진 손수건
밤의 길바닥에 붙어 있다
지금은 지옥까지 잠든 시간
손수건이 눈을 뜬다
금시 한 마리 새로 날아갈 듯이
금시 한 마리 벌레로 날아갈 듯이
발딱 발딱 살아나는 슬픔
* 문덕수
- 청마 유치환 시인의 추천(1955)으로 문단에 등단 / 시집 : 『선 · 공간』(1966), 『본적지』(1968, 김종삼 · 김광림 3인 연대시집) / 『새벽바다』(1975), 『꽃잎세기』(2002) 등./ - 저서 : 시문학사 연구 총서 · 7 오늘의 시작법 / - 수상 : 서울시문화상, 예술원상 등.
「손수건」 시평(감상)
문덕수님의 「손수건」은 단 여덟 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은유와 상징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길바닥에 구겨져 버려진 손수건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보살핌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며 존중받지 못한 존재를 상징한다. 그것은 사회적 주변부로 밀려난 인간의 처지와 겹쳐지며, 시적 화자의 내면을 드러낸다. 특히 이 시는 ‘지옥까지 잠든 시간’이라는 극한적 상황 속에서 손수건이 눈을 뜨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는 버려진 존재가 비로소 자신의 슬픔을 자각하는 순간이며, 그 슬픔은 생명력을 얻어 새나 벌레처럼 날아 오늘 듯 살아난다.
‘벌떡벌떡 살아나는 슬픔’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비애를 넘어, 슬픔이 역설적으로 생명과 운동성을 획득하는 역동적 장면을 형성한다. 따라서 「손수건」은 버려진 사물의 이미지 속에 인간 존재의 고독과 소외를 투영하면서도 그 절망의 바닥에서 오히려 슬픔을 통해 살아남는 힘을 발견하는 시다. 짧지만 강렬한 은유와 상징의 결합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문덕수님의 시 세계의 응축된 미학을 보여준다.
필자:오제운 (문학박사/ 신태인교구장 /부안문인협회 회원, 동귀일체 고문)
![]()

게시물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