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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택순가 - 「대인접물」 ‘베 짜는 며느리’ 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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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택순가 - 「대인접물」 ‘베 짜는 며느리’ 설법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금암1길 62

  • 편집부
  • 등록 2026.03.27 17:08
  • 조회수 218
  • 댓글수 0


화면 캡처 2026-03-28 170940.jpg

상주 앞재 전성촌으로 동학도들이 모여들고 사람들이 늘어나자, 다시 관의 지목을 받게 되었다. 이에 해월 신사는 보은 장내리(帳內里)로 그 거처를 옮겨갔다. 장내리에 머무는 동안 전주, 진천 등지로 다니며 순회를 하였다. 어느 날 진천 금성동(金城洞)을 다녀오다가 청주 북이

면 금암리 서택순이라는 제자의 집에 들러, 훗날 ‘베 짜는 며느리’라고 이름 붙인, 유명한 일화를 남긴 설법을 하신다.

 

을유년(乙酉年, 1885년) 五月에 神師ㅣ 報恩 帳內에 移接하시다. 時에 神師ㅣ 淸州郡 大周里 徐宅淳家를 過하시다가 織布聲을 聞하시고 曰 「此는 天主織布라」 하시다.

을유년 5월에 신사가 보은 장내리로 옮겨갔다. 이때에 신사가 청주군 대주리 서택순의 집을 지나다가 베를 짜는 소리를 듣고 말하기를 “이는 한울님이 베를 짜는 것이다.” 하시다.

- 『천도교회사 초고』

 

余過淸州徐 淳家 聞其子婦織布之聲 問徐君曰 「彼誰之織布之聲耶」 徐君對曰「 生之子婦織布也」 又問曰 「君之子婦織布 眞是君之子婦織布耶」 徐君不卞吾言矣 何獨徐君耶 道家人來 勿人來言 天主降臨言 

 

내가 청주를 지나다가 서택순의 집에서 그 며느리의 베 짜는 소리를 듣고 서군에게 묻기를 「저 누가 베를 짜는 소리인가」하니, 서군이 대답하기를 「제 며느리가 베를 짭니다」 하는지라, 내가 또 묻기를 「그대의 며느리가 베 짜는 것이 참으로 그대의 며느리가 베 짜는 것인가」 하니, 서군이 나의 말을 분간치 못하더라. 어찌 서군뿐이랴. 도인의 집에 사람이 오거든 사람이 왔다 이르지 말고 한울님이 강림하셨다 말하라.

- 『해월신사 법설』 「대인접물


내 일직 淸州 徐宅淳의 집에 갔더니 그 子婦 織布의 聲을 듣고 徐君에게 무르되 君의 子婦가 織布 하는가 天主 織布하는가 함에 徐君이 나의 말을 不卞하였다. 어찌 徐君뿐이리오.

- 『동학사』 제2장(第二章)


해월 신사께서 청주 대주리(大周里)에 있는 제자 서택순의 집에 들렀을 때의 일화이다. 

지금도 대주리 서택순이 살던 집 인근에는 그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후손들 역시 130년 전 해월 신사께서 다녀가시며 남긴 그 일화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날, 후손이신 할머니 한 분이 집에 계셨는데, 그 할머니께서 농담으로 “만약 그때 해월 신사께서 ‘저 베를 누가 짜는가’라고 물었을 때 우리 시할아버지께서 ‘며느리’라고 하지 말고 ‘한울님’이라고 대답을 했으면 좋았지 않았겠냐.”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그 옛날 당신의 할머니가 베틀을 돌려 실을 짜는 소리를 듣고 해월 신사께서 가르침을 펼치셨던 것을 오늘날에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며느리’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에서 조선 사회의 대표적인 여성의 이름이었다. 그런가 하면 조선 사회에서 며느리는 이중의 억압을 받는 존재였다. 여성이라는 신분이 그 하나라면, 집안에서 며느리라는 위치가 다른 하나가 된다. 이러한 여성에게 조선 사회가 권유했던 것은 시집가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라야 하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라야 하고, 남편을 잃은 후에는 아들을 따라야 하는 삼종지례(三從之禮)였다. 이는 당시 사회 속에서 하나의 억압이기보다는 여성이 지켜야 하는 미덕이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해월 신사는 과감하게 시아버지가 그 며느리를 한울님 같이 섬겨야 한다는 가르침을 폈다. 해월 신사의 가르침은 모든 인간의 절대성을 인정하는 것이었으므로 유교적 지배질서 아래 펼쳐지는 조선 사회의 신분제와 여성을 억압하는 악법을 비판한 수운 대신사의 시천주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된다. 또한 해월 신사는 이와 같은 가르침에서 멈추지 않고 부인을 ‘한 집안의 주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화면 캡처 2026-03-28 171011.jpg
필자를 포함한 답사단이 서택순의 손주 며느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問曰 吾道之內 婦人修道 奬勵 是何故也 神師曰 婦人家之主也 爲飮食 製衣服 育嬰兒 待賓奉 祀之役 婦人勘當矣 主婦若無誠而俱食則 天必不感應 無誠而育兒則 兒必不充實 婦人修道 吾道之大本也

 

묻기를 “우리 도 안에서 부인수도를 장려하는 것은 무슨 연고입니까?” 신사 대답하시기를 “부인은 한 집안의 주인이니라. 음식을 만들고, 의복을 짓고, 아이를 기르고, 손님을 대접하고, 제사를 받드는 일을 부인이 감당하니, 주부가 만일 정성 없이 음식을 갖추면 한울님이 반드시 감응치 아니하는 것이요, 정성 없이 아이를 기르면 아이가 반드시 충실치 못하나니, 부인수도는 우리 도의 근본이니라.”

- 『해월신사 법설』 「부인수도」



화면 캡처 2026-03-28 171038.jpg
서택순의 후손이 거주하는 집



해월 신사께서 부인수도를 장려하자, 제자들이 그 연고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이와 같은 물음에 해월 신사는 “부인은 한 집안의 주인이니라. 음식을 만들고, 의복을 짓고, 아이를 기르고, 손님을 대접하고, 제사를 받드는 일들을 부인이 감당한다.” 그러니 이렇듯 중요한 모든 일에 정성을 들여야 하므로 수도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서, 여성이 바로  그 집안의 주인이라는 말씀이다. 

해월 신사의 이 같은 말씀은 일부 급진적인 여성주의자들이 말하는 여성에 대한 억압의 기제가 아니고, ‘여성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 것이다. ‘음식을 만들고, 의복을 짓고, 손님을 대접하고, 제사를 받드는 일’ 그 자체를 여성이 해야 하는 ‘일’로 규정지어 여성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 자체가 성스러운 것’이라는 점에 해월 신사의 초점이 있다. 

서택순이라는 제자에게 베를 짜는 며느리를 ‘한울님’이라 부르게 하고, ‘베를 짜는 일’을 ‘한울님의 일’로 부르게 했다는 것은 ‘음식을 만들고, 의복을 짓고, 손님을 대접하고, 제사를 받드는 일’이 곧 성스러운 한울님의 일이라는 의미가 된다. 즉 ‘일’이라는 일상의 노동을 ‘성스러운 일’로 승화하고 한울님 삶의 현실적 현현(顯顯)으로써 매우 소중하고 또한 신성한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신성한 일을 하는 ‘며느리’, 곧 ‘여성’ 역시 ‘한울님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해월 신사의 생각이다. 

이와 같은 해월 신사의 생각이 베 짜는 며느리를 그 시아버지인 서택순으로 하여금 ‘한울님’으로 불러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베 짜는 한울님’에는 해월 신사의 모습이, 동학 천도교의 가르침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하겠다.

화면 캡처 2026-03-28 171128.jpg
서택순의 집이 있던 터

 

수암 염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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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충북 진천 출생

한국종교인연대(URI-K) 공동상임대표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수운최제우대신사출세2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천도교서울교구 후원회장

천도교중앙총부 종의원 의장, 감사원장대행 역임

(사)한국사회평화협의회 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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