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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장, 대서사 『모두가 하늘이었다』 펴내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장이 동학 166년의 사상과 역사를 하나의 인간 개벽 서사로 재구성한 신간 『모두가 하늘이었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40여 년간 동학과 민중운동사를 취재·연구하며 축적해 온 방대한 기록을 토대로, 수운의 깨달음에서 동학농민혁명·의병전쟁, 그리고 오늘날 시민사회에 이르는 정신사적 흐름을 한 권에 담아냈다. 이번 책은 동학의 탄생과 실천·혁명·항쟁·계승의 전 과정을 ‘한 인간의 깨달음이 사회적 변화로 확장되는 과정’이라는 큰 줄기로 처음 엮어낸 대중서로 평가된다. 수운의 구도에서 시작된 “인내천의 탄생” 이윤영 저자는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생애를 ‘한 인간이 절망 속에서 길을 찾는 역사적 구도기’로 새롭게 조명한다. 여시바윗골의 체험, 천성산의 49일 수행, 용담정의 실존적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내 마음이 곧 네 마음(吾心卽汝心)”이라는 인간학이 탄생하는 순간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했다. 책은 다음과 같은 구절을 통해 수운대신사의 심경을 생생하게 전한다.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신명 좋을시고.” 그러나 기쁨 뒤에는 반드시 굴곡이 온다는 ‘무왕불복’의 가르침은 고난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스승의 각오였다. (p.133) 또한 을묘천서 설화를 수운대신사의 실제 기록과 비교하며 인간과 하늘의 만남이 어떤 체험에서 비롯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잠을 깨어 살펴보니 그곳에 아무도 없더라.” 이는 을묘천서를 낳은 체험의 흔적을 짐작케 한다. (p.60) 해월 최시형 신사, 깨달음을 생활로 구현한 ‘삶의 철학자’ 해월신사의 마당포덕, 대인접물(待人接物) 중심의 윤리 정립, 지도 체계 재건은 동학을 사상에서 공동체 실천으로 옮겨 놓은 결정적 활동이었다. 저자는 해월신사를 “스승의 깨달음을 민중의 삶 속에서 구체적 질서로 만든 실천의 지도자”로 규정한다. 동학농민혁명·동학의병전쟁 — “모두가 하늘이었다”의 역사적 실천 전봉준이 이끈 고부기포·백산대회·황토현 전투는 인간 존엄의 회복이라는 동학의 철학이 ‘실천적 혁명’으로 구현된 장면이었다. 저자는 특히 수운대신사 순도 30년 후인 1894년 혁명의 본격적 봉기가 모두 3월에 일어난 사실에 주목한다. “순도한 3월, 30년 뒤 백산대회 역시 3월에 기포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역사의 깊은 연속성이다.” (p.233) 또한 갑오년 동학의병전쟁이 일본군에 예속된 조선 관군의 체제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고 고독한 항쟁이었는지를 역사 자료와 함께 상세히 분석한다. 또한 혁명군의 집강소 통치가 한국 민주주의의 원형이라는 저자의 해석도 주목된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철학은 ‘모두가 하늘이었다’로 실천된다. 인간 존엄의 원리는 공화정과 민주주의의 시원이다.” (p.417) 저자 이윤영, 동학 현장과 기록을 평생의 과제로 삼아 온 연구자 1958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이윤영 관장은 1989~2024년까지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오마이뉴스》, 《천도교신문》 등에 칼럼·논단·기고 100여 편을 집필하며 동학과 근현대사 기록에 헌신해 온 현장 중심의 연구자이자 언론인이었다. 특히 수운대신사 탄신 200주년과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맞은 2024년, 『모두가 하늘이었다』의 원고를 《오마이뉴스》에 74화로 연재하여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며, 그 공로로 2025 동학·천도교 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이윤영 관장은 동학혁명연구소 소장, 동학민족통일회 공동의장,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국민연대 공동대표 등 동학 관련 기관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쳐 왔다. 저서로는 『만고풍상 겪은 손』(신인간사, 2014), 장편소설 『혁명』(모시는사람들, 2018), 『동학농민혁명 이야기』(거름, 2019) 등이 있다. 동학 166년을 ‘하나의 이야기’로 복원한 최초의 작업 출판사 리뷰는 이 책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수운에서 해월, 전봉준, 의병장들, 그리고 3·1운동과 현대 시민사회까지 한 인간의 깨달음이 공동체의 실천이 되고, 혁명이 되고, 국가적 항쟁이 되고, 결국 한 시대의 정신으로 남는 흐름을 하나의 선으로 복원한 최초의 서사다.” 『모두가 하늘이었다』는 동학의 역사적 장면들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무엇으로 존엄한가?” 라는 질문으로 꿰어낸 21세기 개벽의 기록이자, 오늘날 독자에게 던지는 시대적 메시지로 남는다. -
검등골, 돌과 바람 사이검등골, 돌과 바람 사이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골짜기를 휘몰아간 날 부드럽고 아름다웠던 계곡 돌 속에 묻히고 사람의 길 조그만 논밭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돌과 풀 사이 시간 속 골짜기 너머 한 숨결이 남아 있다 해월 최시형 검등골에서 도를 받고 세상에 알린 자리 평등 존경 바람과 물 속에도 묵묵히 흐른다 돌 속에도 풀 속에도 평등과 존경의 숨결 여전히 살아 검등골을 지키며 시간 위를 흐른다 그리고 돌과 풀, 바람과 물 그 모든 것 속에서 골짜기는 조용히 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세상과 세상 사이 흐르는 도의 숨결 군암 박남문(포항교구) -
[칼럼] 해월신사 최시형 선생 탄신 200주년 어떻게 준비할까?오늘, 출근길. 차창 밖, 일렬로 늘어선 가로수들이 시야에 다가오며 온통 노오란 은행잎들로 세상이 물들 듯하였다. 아파트 주택을 벗어나고, 기념관 사무실까지 오는 동안만큼이라도 만추의 계절, 빨갛게 익어가는 홍시들, 울긋불긋 오색단풍들,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뽐내는 채송화, 봉선화, 들국화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가을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즉시 차 한 잔과 손에 턱을 괴고, 칼럼을 독촉하는 유난히 눈과 키가 큰 천도교신문 신채원 차장이 생각났다. 더 한소리 듣기 전에 후딱 써서 보내야지 하며, 컴을 열었다. 그 순간 컴 바탕화면에 꽉 들어찬 온갖 글들의 제목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글과 ppt가 완성된 것, 글을 쓰다가 만 것, 제목만 있는 것, 특히 해월 최시형 스승님과 관련된 학술토론회, 강연회 등의 글들이 눈에 팍 들어오면서, 또 해월 스승님 관련 칼럼을 쓴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생각나는 대로 쓰기로 했다. 얼마 전 천도교 종무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재선 전주교구 교화부장으로부터 가칭)해월신사 탄신 200주년 준비위원회 조직구성을 대충 설명들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오는 2027년 해월신사 탄신 200주년에는 천도교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해월 선생의 사상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조직구성과 정책개발이 되었으면 한다. 그럼 무슨 정책과 콘텐츠로 기획할 것인가는 지면상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압축적으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우리가 연구하고 토론하고 기획할 내용을 열거해본다. 주제: [역사문화개념으로]<1.콘텐츠 정책과 방향, 2.콘텐츠 개발, 3.콘텐츠와 도시부랜링, 4.발굴과 활용, 5.스토리텔링 방법, 6.지역 스토리텔링, 7.설화와 스토리텔링, 8.축제와 콘텐츠, 9.공연과 콘텐츠, 10.영상과 콘텐츠, 11.스토리텔링 전략, 12.지역자원과 웹툰 등으로 기초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해월신사 탄신 200주년기념 행사를 기획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해월 스승님의 삶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만약 해월 스승님이 나타난다면 과연 무슨 말씀과 어떤 일들을 하실까? 우리들은 과연 해월스승님과 같은 일들을 하나라도 하고 있을까? 해월 스승님은 아마 배고픈 사람들을 먹여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옷을 주고, 오고갈 때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실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환경파괴 등으로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는 것에 교인은 물론 국내외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할 방법을 찾고 대국민, 대인류, 생명평화 운동을 하실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 기념은 기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과 실천을 궁리하고 몸소 직접 나서는 그런 일들을 해야 진정 해월정신이라 말할 수 있다. 侍天主, 人乃天, 事人如天, 物物天事事天, 人吾同胞 物吾同胞, 등 敬天, 敬人, 敬物의 삼경사상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이다. 글 이윤영(천도교직접도훈, 동학혁명기념관장, 2차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국민연대 공동대표) -
남해에서 펼쳐진 대동세상, 동학문화예술제 뜨거운 호응지난 11월 9일(일) 오후 2시, 경남 남해문화센터 다목적홀 및 로비에서 ‘인내천(人乃天), 모두가 어우러지는 대동세상’을 주제로 한 2025 남해동학문화예술제가 열렸다. 본 행사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을 오늘의 사회 속에서 다시 구현하고, 지역 시민과 청소년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기획되었다. 남해군수는 축사를 통해 "남해군은 역사적으로 동학·천도교 신앙이 매우 활발한 고장입니다. 현재 천도교 박인준 교령님을 비롯해, 우리 지역에서 일곱 분의 교령을 배출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 전통의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동학은 평등·민주·생명존중의 사상을 실천하며 큰 역할을 했지만, 해방 이후에도 그 가치가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남해 역시 천도교 활동이 제약을 받는 환경 속에서 조용히 신앙과 선양을 이어왔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문화·정신적 자산을 제대로 드러내고 계승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종교적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신문화로서 동학 정신을 더 크게 펼쳐야 합니다. 오늘 문화예술제를 통해 동학의 사상이 평등, 민주주의, 자연과 생명 존중의 철학으로 우리 마음에 다시 새겨지길 바랍니다. 저 또한 군수로서 이 가치가 지역에서 더욱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환용 이사장은 "1894년 30만 명이 참여한 동학농민혁명은 이 땅을 우리 스스로 변화시켜 '사람과 만물이 평등하고 존엄한 세상'으로, '우리 공동체를 굳세게 만들어 스스로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자'는 기치로 희망의 문을 열고자 한 위대한 혁명이었다"고 평가하고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박인준 천도교 교령의 축사가 발표되었으며, 현장에는 이동희 경리관장이 참석해 교령의 메시지를 대신 대독했다. 이동희 경리관장은 “동학의 정신은 오늘 우리가 계승해야 할 시대적 가치”라는 교령의 메시지를 전달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박인준 교령은 축사를 통해 이번 남해동학문화예술제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시대적 가치를 강조했다. 교령은 먼저 “남해는 동학‧천도교의 성지가 될 만큼 정신적 전통이 깊은 고장”이라며, 동학농민혁명 당시 남해 지역 인사들이 보여준 헌신과 희생, 그리고 이후 천도교의 신앙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온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동학의 핵심 사상인 시천주·사인여천·인내천을 현대적으로 조명하며 “사람은 한울님을 모신 존재이자,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대동의 정신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은 군사적 실패가 아니라 한국 근대정신을 열어젖힌 정신혁명이었으며, 이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맡은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교령은 이번 문화예술제가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잇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현실에 세우는 데 필요한 마음을 모으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동학 사상을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의 정신문화 자산으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행사를 준비한 남해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남해군의회, 남해군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동학의 정신이 남해에서 다시 꽃피고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마무리했다. 역사학자 심용환 강사는 ‘동학, 시대의 소리 사람의 소리’라는 특별강연을 통해 19세기 동학운동의 개혁성과 평등 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였다. 강연에서는 특히 인내천 사상이 “모두가 존중되고 상생하는 새 사회를 여는 출발점”이라는 메시지가 강조되었다. 남해지역에서 활동하는 ‘힐링보이스' 김경훈의 노래무대가 이어졌고, 이어서 ‘2025 신폐정개혁안 선언’이 공식 발표되었다. 이 선언은 동학정신을 오늘날의 사회개혁 담론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이날 남해에서는 동학정신을 오늘의 사회적 과제로 새롭게 되살리고자 ‘동학후예의 신폐정개혁안 12개조’가 공식 발표되었다. 발표된 12개 조항은 다음과 같다. 동학후예의 신폐정개혁안 12개조 ① 대한민국 정부는 동학정신을 계승해 보국안민 정책을 펼칠 것 ② 헌법 정신에 기반한 정치를 구현하고 반헌법 세력을 엄중 처벌할 것 ③ 권력자에 의한 부정부패 범죄를 자세히 조사하고 처리할 것 ④ 재벌과 자본가들의 부정을 엄중히 처벌할 것 ⑤ 우리나라의 이익에 반해 일본과 외세와 상통하는 자를 엄벌할 것 ⑥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여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추구할 것 ⑦ 탈탄소 정책과 기후위기 대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 ⑧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생명을 살리는 생태적인 농업정책을 수립할 것 ⑨ 정부는 사회의 약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신속히 제정하고, 여성과 청소년, 노인과 약자에 대한 국가 돌봄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 ⑩ 무한경쟁 교육을 강요하지 말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존중하는 교육을 할 것 ⑪ 수도권과 농어촌 차별을 해소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것 ⑫ 그리하여 사람과 만물이 존엄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 것 한편, 본 행사는 남해군민과 청소년, 예술인이 함께한 가운데 ‘인내천 모두가 어우러지는 대동세상’을 주제로, 남해의 역사와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한 풍성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앞서 진행된 남해동학예술제 백일장은 지역 청소년들이 동학 사상과 인권의 가치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마련되었다. 으뜸상에는 『동학농민군 대장 녹두장군 마법의 두루마리』를 쓴 최해린(남해여중 2학년) 학생이 선정돼 작품을 직접 낭독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버금상은 정지후(남해여중 1학년) 학생의 『동학에서 촛불까지』, 입금상은 김예은(남해여중 1학년) 학생의 『우리는 동학농민운동의 정신을 기억해야 합니다』가 각각 수상했다. 시상은 김환용 이사장이 직접 상장과 부상을 전달하며 청소년들의 참여에 감사와 격려를 전했다. 공연과 함께 행사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박금만 작가의 목탄화, 남해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회원들의 캘리그라피 작품이 전시되어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학 농민군의 정신과 남해 역사문화의 정체성을 예술로 풀어낸 이번 전시는 ‘예술이 곧 기록’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올해 남해동학문화예술제는 청소년부터 예술가, 군민 참여까지 폭넓은 참여가 돋보인 행사로, 남해의 역사문화 콘텐츠가 지역 사회와 공감 속에서 재해석되고 확장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사음악회 〈모심의 길, 동학의 노래〉가 무대에 올랐으며, 가수 문진오와 작가 신채원이 함께 창작곡 <빛이 된 사람 해월 최시형>, <남해바다 시천주>, <보성사 이종일 바람의 혁명>을 비롯하여 <죽창가>, <내 나라 내 겨레>, <돌아와요 부산항에>, <홀로 아리랑> 등 서사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형식으로 동학농민혁명 정신과 ‘모심’의 철학을 예술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남해바다 시천주’라는 창작곡을 통해 남해 동학의 역사적 흐름과 신앙적 정신을 담아내어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번 문화예술제는 지역공동체가 함께 ‘대동(大同)’의 공동체적 비전을 공유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인내천 사상을 지역문화와 시민참여 중심으로 되살리는 시도였다”고 평가된다. 또한, 청소년 부문의 참여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동학공동체의 미래세대 연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해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폐회 선언에서 “남해동학문화예술제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우리는 사람과 만물이 조화롭고 평등한 남해, 서로의 다름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는 조화롭고 평화로운 남해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동학의 근본정신인 *인내천(人乃天)*을 오늘의 남해 공동체 정신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선언이었다. 2025 남해동학문화예술제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동학의 핵심정신을 지역과 시민의 일상 속으로 불러온 의미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이 행사가 단발성 축제가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최·참여자·시민이 함께 실천해 나가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
서운포, 해월 신사의 숨결 따라 정선 동학 유적지 순례서운포(도훈 윤석산)는 지난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도 정선 일대의 동학 유적지를 순례했다. 이번 답사에는 서울교구 교인을 중심으로 여주교구와 인근 교구 교인 30여 명이 함께했다. 첫날 정오 무렵, 정선 현지에 도착한 답사단은 고종호 전 정선문화원 사무국장의 안내로 황기족발과 정선의 향토 음식인 콧등치기국수로 점심 식사를 했다. 이후 5일장이 열리는 정선아리랑시장을 방문해 활기 넘치는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한편, 현지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또 아리랑센터에서 매주 토요일 상설 공연하는 「뗏꾼」을 단체로 관람한 후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타고 정선의 가을 절경을 감상했다. 한편, 서운포 답사단이 정선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선 도접주 유시헌의 증손자 유돈생 어르신이 답사단을 찾았다. 올해 90세인 유돈생 어르신은 정식으로 입교는 하지 않았으나 평소 주문과 수련 등 수행을 계속해왔으며, 윤석산 도훈은 이 자리를 빌려 유돈생 어르신의 복교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날 저녁에는 숙소인 파인포레스트 정선알파인리조트 구내식당에서 회합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의 소감 발표와 함께 윤석산 도훈이 서운포의 유래를 강의하는 등 깊은 교감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답사 진행에 큰 도움을 준 고종호 선생은 윤석산 도훈과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하면서 정선문화원 사무국장직에서 물러난 지금도 동학을 향한 열정이 식지 않았음을 열띤 발언으로써 증명했다. 둘째 날 아침,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일행은 맨먼저 정선군 화암면 미천리에 자리한 싸내(米川) 유적지를 방문했다. 이곳은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부인 박씨 사모님이 해월 최시형 신사의 도움으로 피신해 살다가 환원하신 곳으로, 정선 지역 동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인경 사회문화관장은 “싸내는 동학의 여성사와 신앙공동체의 뿌리를 함께 보여주는 성지”라며 그 유래를 설명했다. 그다음으로 찾은 곳은 정선 남면 무공리 무은담터였다. 무은담은 해월 신사가 포덕 16년(1875) 설법제와 포덕 17년(1876) 구성제 등 주요 의식을 거행했던 장소로, 동학 교단의 재건이 시작된 역사적 현장이다. 최인경 사회문화관장은 “이곳에서 해월 신사는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가르침을 실천적 신앙으로 확장했다”며 “무은담은 동학 교단이 다시 일어선 출발점이자 ‘시천주’의 뜻이 생활 속에서 구현된 자리”라고 전했다. 특히 무은담은 정선 도접주 유시헌이 해월 신사를 직접 모시며 동학 교문을 재건한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유시헌은 포덕 19년(1878)년 이곳에서 『도원기서』 편찬과 『동경대전』 간행에 참여했으며, 그의 집은 정선 교단의 비밀 포교처로 쓰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윤석산 도훈이 집필한 『도원기서 역주』와 포덕 163년(2022) 동학역사문화선양회에서 설치한 유시헌 부자 안내판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답사의 마지막 코스는 해월 신사가 포덕 13년(1872) 가을, 49일간 특별기도를 올린 적조암이었다. 이곳은 해월 신사가 영월에서 정선으로 피신한 뒤 교단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며 ‘시천주’의 참뜻을 체득한 곳이다. 이번 순례를 준비한 윤석산 도훈은 “정선은 수운 대신사, 해월 신사, 의암 성사의 사상이 맞닿은 생명 신앙의 고장”이라며 “앞으로도 교단 차원의 정기 순례를 통해 동학의 생명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
“동학 정신을 우리 삶의 가치철학으로 가져가는 것, 그것이 제 꿈이자 바람”나이 마흔에, 서울살이를 끝내고 강원도 홍천 서석면에 새로 둥지를 튼 권소영 대표는 원래 동학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프랑스 출장길, 관계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친 프랑스혁명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인정한 동학사상에 대해 현지인들에게 설파한 뒤, 그다음 날 회의가 믿기지 않을 만큼 술술 풀렸던 경험이 동학과의 인연이라면 인연일 터였다. 한데 2007년, 그가 살러 온 홍천 서석면 풍암리가 동학혁명 전적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 인연이 오려는 길이었구나.” 하고 직감했다. 홍천에 내려온 뒤에는 마을 주민들 요청으로 4년 동안 아이들에게 동학과 동학혁명을 이야기했다. ‘시천주’ 사상에 담겨 있는 존엄과 평등, 공존과 존중을 가르쳤다. 홍천에 자리 잡을 때만 해도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칭도 하고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우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7년, “동학 사업을 좀 키워보자”는 서석면 면장의 제안으로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나선 것이 본격적으로 ‘동학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이후 홍천 서석면 풍암리 동학혁명군 전적지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기 시작해, 2024년까지 동학혁명 전적지 탐방, 휘호대회, 백일장, 보드게임, 메모리카드, 동학탑놀이, 동경대전·용담유사 목활자 퍼즐, 선양극과 추모음악회, 명상과 심리 치유 프로그램 등 수많은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그 무수한 콘텐츠의 아이디어 창구이자 이를 실제 구현으로 이끈 장본인이며, 11월 6일 발대식을 갖는 '강원동학21'을 이끌어나갈 권소영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동학,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진행: 노은정 전 편집장) ▶ ‘강원동학21’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와 단체 설립 과정, 지금까지의 주요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 ‘강원동학21’이라는 이름에 세 가지 축을 담았습니다. 하나는 강원 지역 동학의 역사예요. 인제, 정선, 영월, 평창, 원주, 강릉, 고성, 홍천 등 곳곳에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고, 「동경대전」이 발간되고 보국안민의 기포가 다시 일어난 지역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동학의 핵심 사상, 시천주와 삼경사상, 인내천과 사인여천 정신입니다. 셋째는 이 사상을 21세기 현재의 언어와 삶으로 풀어가겠다는 목표입니다. 그래서 ‘강원동학’ 뒤에 ‘21’을 붙였습니다. 제가 홍천에 온 지 20년이 되어 갑니다. 2017년에 당시 서석면 면장님이 제가 기획·컨설팅하는 걸 알고 “서석면에 동학혁명 유적지가 있는데, 이걸 제대로 키우고 싶다”며 동학 관련 사업을 제안하셨어요. 당시 서석면동학혁명추모사업회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주축 어르신들만 남아서 사실상 활동이 거의 없던 상태였어요. 한데 공모사업을 하려면 단체에 소속돼야 하니, “단체 이름을 좀 빌려 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해서 2017년 국가유산청 지역유산활용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동학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14개의 프로그램 개발은 거의 완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동학 정신을 서예로 표현하는 전국 휘호대회와 학생들이 동학농민혁명 과정을 공부하며 글을 쓰는 백일장, 역사 흐름과 인물을 게임으로 배우는 보드게임과 메모리카드, 시천주·존엄·존중·공경 같은 키워드를 몸으로 익히는 ‘동학탑놀이’,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목활자본 퍼즐과 인쇄 체험, 지역주민이 만든 선양극과 추모음악회, 동학 아카데미, 초등학교 체험, 중학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동학사상과 명상을 결합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과 동학군 복장을 입어보고 행진하는 체험과 동학 관련 유튜브와 캐릭터, 이모티콘 대회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초등학생, 중·고생, 학부모, 마을 주민과 군인들까지 합치면 대략 5천 명 정도가 홍천 동학과 동학혁명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 기반을 바탕으로, 홍천을 넘어 강원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강원동학21’이라는 새 이름으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개발해 오신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합니다. 휘호대회, 보드게임, 심리 치유 프로그램, 음악회 등 조금 더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기획을 할 때 ‘한정된 틀’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산 1,000만 원이면 2,000만 원 이상의 효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늘 고민합니다. 그래서 동학 프로그램들도 교육, 놀이, 예술, 심리를 한데 묶어 설계하고 있어요. 먼저 휘호대회는 강원도 교육감님께서도 칭찬하신 행사입니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학농민혁명의 전개 과정을 공부하게 되거든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고, 글씨에 담긴 마음도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다섯 번 진행했습니다. 심리 치유 프로그램은 동학사상을 현대 심리학 기법과 결합한 것입니다. 참가자들이 시천주·삼경사상, 수심정기를 체험형으로 접하도록 설계해서, 프로그램이 끝나면 마음이 굉장히 차분해졌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습니다. 이건 제가 아이들 코칭과 부모 상담을 오랫동안 하면서 쌓은 경험과 동학 공부가 만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이 음악회입니다. 저는 어릴 때 클래식을 전공해볼까 고민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해마다 동학 스토리텔링 음악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11월 6일 강원동학21 발대식에서도 음악과 동학 이야기를 엮으려 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첫 곡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시작합니다. 인트로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돌아보게 되는 자각의 느낌이 있거든요. 이어서 「나 하나 꽃 피어」라는 가곡이 불립니다. 나 혼자만 피어서는 숲이 되지 않지만,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꽃을 피울 때 어떤 세상이 열리는지를 동학 정신과 연결해 설명하지요. 또 영화 「미션」에 나오는 「가브리엘스 오보에」를 들려줍니다. 이 곡을 들으며 동학군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존엄과 평화의 가치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나눕니다. 이렇게 곡마다 스토리텔링 해설을 붙입니다. 음악적 분석만이 아니라 이 곡이 동학과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감응 매치하여 이야기하면, 관객들이 깊게 공감합니다. “난 동학은 어려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들으니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시죠. 아이들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합니다. 밥을 먹을 때 “농부가 쌀을 안 만들었으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엄마가 밥을 해 줄 때와 안 해 줄 때의 차이, 그 사이의 정성과 마음을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면, 생각의 폭과 깊이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저는 그 과정을 ‘동학식 수심정기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 최근 홍천군의회 본회의에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지역사회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고, 이후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계신지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말씀드린 대로 어이없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났습니다. 그동안 쌓아 온 기념사업과 주민들의 호응, 전국적인 평가를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학 정신을 이야기하는 내가, 동학이 말하는 수심정기와 시천주를 어느 만큼 실천했는가를 먼저 돌아보게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군의회 내 갈등, 몇몇 기사에 따른 감정적 반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동안 해 온 활동의 진정성과 필요성을 더 깊이 이해시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금은 2026년 재발의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군의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기념사업의 의미와 내용, 강원특별자치도 조례와의 연계, 홍천이 갖는 상징성을 차분히 설명할 예정입니다. 또 하나는 추모일에 대한 인식의 차이입니다. 동학농민혁명 관련 추모일이 양력 10월 23일로만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음력 10월 23일입니다. 올해부터는 이 부분도 바로잡고, 음력 추모일을 기준으로 강원동학21이 준비하는 추모·기념 행사를 체계화해 보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논쟁도 결국 조금 더 좋은 길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보고, 끝까지 책임 있게 풀어가려 합니다. ▶ 조례 제정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조례가 통과될 경우 지역사회와 동학 기념사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조례는 결국 공공의 약속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이미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조례’가 있어서, 큰 틀에서 강원동학21 사업을 하는 데 제도적 장애는 없습니다. 하지만 홍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의 실제 무대는 홍천군입니다. 홍천군에 조례가 제정되면, 다른 시·군에 선도적인 모범 사례가 될 수 있고, 기초자치단체가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과 동학 정신 계승을 법적 책무로 인식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민간의 열정과 자발적 재능기부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면, 조례 제정 이후에는 예산·인력·교육·관광 정책과의 연계가 훨씬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동학 정신을 강원도 정체성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공적 선언이 되는 셈이지요. ▶ 강원동학21이 비영리 사단법인, 궁극적으로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추진 상황과 법인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요? 현재는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최종 목표는 재단법인화입니다. 사단법인은 사람 중심의 조직이고, 재단법인은 재정과 자산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플랫폼입니다. 강원동학21이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재단법인이 꼭 필요합니다. 지금은 강원도 곳곳에서 동학과 동학 정신에 공감하는 분들을 모아 ‘강원동학21 재단법인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있습니다. 이 법인을 통해, 재정적 안정화를 이루고, 동학 해설사, 강사, 프로그램 기획자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학교·지자체·문화재단·시민단체·천도교 교구와의 협력 구조를 정비해, 동학 정신을 강원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특히 저는 천도교 입교 여부와 상관없이, 현대화된 동학 정신을 삶의 철학으로 전하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의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동시에 천도교중앙총부와도 마인드 교육, 직무·인성 교육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천도교도 함께 알려지고, 강원도의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강원 지역의 동학 유적을 잇는 ‘동학길’ 사업과 2027년 해월 최시형 신사 탄신 200주년을 앞두고 준비 중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강원동학21이 준비하는 큰 축 중 하나가 ‘강원 동학길’ 역사 투어예요. 원주–홍천–인제 권역, 홍천–평창–횡성 권역, 홍천–고성–강릉 권역, 홍천–영월–정선–원주 권역으로 나누어 1박 2일 또는 2박 3일 코스를 구상하고 있어요. 단순히 “여기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 전개 과정과 시천주·삼경사상, 인내천·사인여천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는 여행이 되도록 설계 중입니다. 특히 2027년 해월 최시형 선생 탄신 200주년을 앞두고, 해월 선생 평전을 쓴 분들의 책을 거의 다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해월 신사의 삶과 사상을 담은 선양극·뮤지컬 시나리오를 세 편 정도 써 두었고, 앞으로 검토를 받아 무대에 올려보려 합니다. 해월 선생이 걸었던 길을 실제로 따라가며, 공연과 강의, 명상과 음악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해월의 길을 따라서’라는 이름으로 강원도와 함께 개발하는 것이 목표예요. 이 과정에서 춘천교구, 원주교구, 강릉교구 등 강원 지역 천도교 교구들과의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각 교구가 지닌 역사와 인적 자원을 살리면, 교구 입장에서도 창조적인 선도 역할을 할 수 있고, 강원동학21은 종교색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동학·천도교의 가치를 넓게 알릴 수 있다고 봅니다. ▶ 여러 자리에서 “정치는 멈춰도 동학 정신은 멈출 수 없다”고 말씀해 오셨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동학 정신은 어떻게 되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동학은 1860년 수운 최제우 선생께서 창도하신 이후, 해월 최시형 선생, 의암 손병희 선생으로 이어지는 차원이 다른 생각의 가치혁명이었습니다. 희망이 거의 없던 시대에 ‘하늘이 사람 안에 있다(시천주·인내천)’는 말은 글자 그대로 빛이었죠. 지금 우리는 겉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누리는 것 같지만, 자기 삶의 주권을 온전히 행사할 자질은 오히려 부족해진 부분을 많이 보곤 합니다. 무엇이 잘못되면 환경과 타인 탓만 하고, 정치·사회적 문제도 내 마음과는 별개라고 생각하지요. 시천주 사상은 한울님을 모시기 위해 수심정기, 마음을 닦고 기운을 바로 세우라고 가르칩니다. 삼경사상은 만물을 공경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저는 이걸 오늘의 언어로 정리하면 존엄, 존중, 공존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존엄한 한울님으로 여기며 수심정기를 실천하고, 타인과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고, 함께 어우러지는 공존을 목표로 삼는 것.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소통 이전에 존중이 없습니다. 만나서 각자 자기 말만 하고 돌아가면서 그걸 대화라고 부르기도 해요.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과 감정이 앞서다 보니 조율과 조화가 설 자리가 적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학 정신을 AI 시대, 포스트휴먼 시대의 K-철학, K-동학으로 정리하고 싶어요. 인간의 존엄과 마음의 평화, 타인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동학 정신이 오늘의 사회 가치로 뿌리내린다면, 정치적 양극화와 혐오, 차별, 공동체 붕괴 같은 문제의 뿌리가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 그리고 시민사회나 지방정부, 중앙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석면동학혁명추모사업회는 1976년부터 있었지만, 오랫동안 일부 주축 인물 중심으로 돌아가며 조직의 임무와 기능, 목표와 가치가 거의 사장된 상태였어요. 2018년부터 제가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공모사업을 따오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예산을 끌어오며 조직의 틀을 새로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석면 원주민도 아니고, 여성, 그것도 아줌마라는 이유로 괜한 트집과 반발을 겪기도 했습니다. 서석면 안에만 동학을 가둬두고 싶어 하는 분들은 “왜 홍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느냐, 왜 강원 전체를 이야기하느냐”며 반대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같이 일하자”고 나서는 사람보다, 멀찍이 서서 지켜보거나 트집을 잡고 험담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참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시·군이나 도 단위에서 이 사업을 바라보는 분들은 ‘너무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해 주시더라고요. 사회 문제와 조직 문제로 고민하는 리더들은 동학 정신 계승 사업을 보면서 “우리 지역에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가까이에서는 홀대받고, 멀리서는 부러움을 사는 모습이 종종 헛헛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앞으로는 강원동학21 발대식을 계기로, 강원 지역의 뜻있는 인재와 명망 있는 추진위원들을 적극적으로 모실 생각이에요. 시민사회에는 “이건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공동체의 가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고, 지방정부에는 “정신문화의 토대가 튼튼해야 지방자치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앙정부에는 동학 정신을 전국적 가치로 확산하는 데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드리고 싶고요. ▶ ‘동학’과 ‘예술’을 결합한 문화기획이 권 대표님만의 강점인 듯합니다. 앞으로 꿈꾸는 음악·예술 프로젝트와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요? 저는 동학을 책 속의 사상으로만 두고 싶지 않아요. 노래와 연극, 클래식과 국악, 뮤지컬, 영상과 유튜브 채널 등 사람들이 실제로 감동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형식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이미 홍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 공연과 강연, 프로그램을 올리고 있고, 이번 강원동학21 발대식에서도 클래식과 동학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문 음악인들이 “우리끼리만 좋다”고 만족하는 데 머무르면 확장이 안 된다고 늘 말합니다. 예술은 결국 남이 듣고 감동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5년 안에, 강원동학21을 재단법인으로 세우고, 해월 최시형 선생 탄신 200주년에 맞추어 해월 선생 선양극·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고, 정치·사회·교육·문화·예술 전반에 동학 정신을 녹여낸 가치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 ‘21세기형 동학운동’을 거창한 혁명으로 보지 않습니다. 각자가 스스로를 존엄한 한울님으로 여기고, 그 눈으로 타인과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이미 개벽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명상도 결국은 ‘자기라는 한울이 자기 마음을 경계하는 과정’이니까요. 그렇게 보면 매일이, 지금 이 순간이 이미 동학운동의 현장입니다. 강원동학21이 그 현장에서 작은 촛불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강원도에는 동학으로 공동체를 다시 세우려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기억하고 느리지만 또 저 같은 분이 나오셔서 이어간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 기억을 남기는 일도 있지만 누군가의 사명으로 넘겨주는게 제 마지막까지의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습니다. -
천도교대학생단동문회, 부산서 연례 정기모임 개최천도교대학생단동문회(회장 정연수)는 포덕 166년(2025) 10월 18일부터 19일까지 1박 2일간 부산 대동교구 일대에서 연례 정기모임을 개최했다. 이번 모임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문 40여 명과 청년회원, 대학생단 단원들이 함께하여, 서로 간의 우의를 다지고 지난 한 해의 신앙적 성장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행사 첫날인 18일 오후 3시, 개회식과 함께 ‘괄목상대(刮目相對)’ 발표회가 열렸다. 각자가 1년간 경험한 변화와 신앙의 결실을 나누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여섯 명의 동덕이 발표를 맡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창용(수원교구) 동덕은 ‘신인간을 권하다’를 주제로, 『신인간』의 창간 100주년을 앞둔 현재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창용 동덕은 ‘참여하는 신인간, 함께하는 신인간, 다시하는 신인간’이라는 표어 아래 펼쳐지는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며, “신인간 보내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이어서 이상미 천도교청년회 회장은 포덕 165~166년 청년회 및 대학생단 활동을 보고했다. 한울학교 운영, 겨레얼살리기 축제 참여, 일본 사적순례, 가톨릭 단체와의 교류, 3·1절 의암성사 동상 참례 주관, 2025년 ‘K-얼 화통한 대축제’ 준비 등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며, 청년 세대가 교단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남문 동덕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만나는 해월’이라는 주제로, 지난 30년간 포항 지역에서 진행해온 해월 최시형 신사 관련 기념사업과 사적지 정비 활동을 돌아보았다. 이와 함께 최근 결성된 ‘포항 해월탄신200주년기념사업회’의 향후 계획을 전하며 ‘해월 신사와 포항시민이 노래로 만나는’ 행사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암 김창석 동덕은 ‘동학 천도교 가치관에 기반한 협동 민주주의’ 발표에서, 임문호 선도사가 제창한 협동 민주주의 이념을 소개하며 “천도교가 신앙을 넘어 국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섯 번째 발표자인 성강현 대동교구 교구장은 ‘해월신사 유적지 21선’을 주제로, 해월 신사 탄신 200주년을 앞두고 주요 사적지를 소개했다. 성 교구장은 “해월 신사의 삶과 사상을 기리는 답사를 통해 신앙의 뿌리를 다시 돌아보자”고 권했다. 마지막 발표는 ‘탈종교시대의 천도교’를 주제로 허정문 동덕이 맡아 급격히 변화하는 세계 종교 지형 속에서 천도교의 새 길을 모색했다. 허 동덕은 “이 시대의 천도교는 과거의 종교가 아니라, 새 시대를 여는 인간 정신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 모두가 다시 태어나는 수운 대신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부산 남구 홍곡로의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경내에 있는 홍암 나인협 선생 동상을 찾아 참례했다. 성강현 교구장의 집례로 열린 참례식에서는 나인협 선열이 민족대표 33인으로서 보여준 신념과 희생, 그리고 부산 지역에서 환원되어 사회장으로 치러진 장례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성 교구장은 “대연교구(현 대동교구)가 나인협 선생의 묘소를 지키기 위해 세워졌으며, 표지비가 묻혔다가 다시 발굴되어 지금의 자리에 동상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은 교단의 신념을 상징하는 이야기”라며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하자”고 당부했다. 둘째 날인 10월 19일에는 대동교구에서 합동 시일식이 봉행되었다. 대동교구 안동한 교화부장의 집례로 원암 김창석 선도사(마산교구)가 ‘유일집중’을 주제로 설교를 하였으며, 교구 교인과 동문회원 등 80여 명이 함께해 엄숙하고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일식이 진행되었다. 시일식 후 정연수 회장은 “대동교구의 초청으로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처음 방문했는데 교당이 참으로 쓰임새 있게 잘 지어져 감동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상미 청년회장과 조화정 대학생단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며, 세대와 지역을 잇는 연대의 힘을 체감했다. 이날 점심은 대동교구 여성회가 교구 텃밭의 채소로 만든 물김치와 맛깔나는 반찬으로 차려졌다. 최만식 종의원의 동천고등학교 정년 퇴임을 축하하는 과일과 떡이 후식으로 제공되었다. 참가자들은 식사 후 교구 텃밭을 둘러보고 내년을 기약하며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다. -
1894년 동학의 격문이 울려 퍼진 그곳, 다시 깨어난 청산의 함성충북 옥천군 청산면 한곡리 문바위는 동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의 현장이다. 바로 1894년 음력 9월 18일, 수년간 관의 추적을 피해 은거 중이던 해월 최시형 신사가 이곳에서 일본군의 경복궁 기습과 친일정권 수립 소식을 접하고 전국의 동학교인들에게 봉기를 명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해월신사는 “호랑이가 쳐들어왔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고 외치며, ‘척왜양창의(斥倭洋倡義)’의 깃발을 들 것을 명하였다. 이 날의 명령이 바로 청산총기포의 시작이었고, 이후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의 성격을 넘어 반제국, 반일항전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었다. 새롭게 깨어난 옥천 청산의 동학정신 이 뜻깊은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2025 제1회 청산총기포기념행사는 옥천군과 청산면이 후원하고 옥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회장 김기화)가 주최·주관하였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회원이 거의 없던 단체가 김기화 회장을 중심으로 재정비되어, 이제는 회원 200여 명 중 대부분이 청산면민으로 구성된 굳건한 지역조직으로 자리 잡았다.올해 본 행사에서도 청산 주민들의 정성 어린 음식 준비와 자발적인 참여, 세심한 행사 운영은 올해 행사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역사 복원에서 학술로, 지역민과 함께한 기념의 장 지난해 천도교의 후원을 받아 전국동학농민혁명연대(전동연)가 주관한 전국규모의 청산총기포행사는, 통유문 낭독과 동학혁명군 진군행렬 재현을 통해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낸 바 있다. 올해는 그 성과 위에 학술대회까지 더해져, ‘동귀일체'의 정신이 여전히 이 시대에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행사는 재현을 넘어, 청산면민이 스스로 지역의 역사를 계승하고 동학정신을 공동체의 가치로 복원해 나가는 시민 주도형 역사기념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도종환 전 장관의 감동 강연, 청중의 큰 울림 이날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동학과 옥천 청산, 해월, 정순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깊이 있는 통찰과 서정적인 어조로 동학의 의미를 되새겼다.도 전 장관의 강연은 “금과옥조 같은 동학통사”로 비유될 만큼 진정성과 감동을 담아, 청중들로부터 수차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청산의 하늘 아래에서 동학정신이 되살아나는 현장을 함께한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학의 성지’로 향하는 새로운 다짐 행사 말미, 황규철 옥천군수는 “내년에는 더욱 정성을 다해 청산을 ‘동학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산면 한곡리 문바위에서 울려 퍼진 결의의 함성은 청명한 가을 하늘과 맞닿은 맑은 웃음처럼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1894년의 붉은 깃발이 2025년의 청산에서 다시 나부꼈고, 그날의 외침은 오늘의 ‘기억과 실천의 역사’로 되살아났다. -
적조암에서 하늘을 훔치다적조암에서 하늘을 훔치다 함백산 그늘 깊은 곳, 눈 쌓인 적조암의 토굴에 관솔불이 흔들렸다. 그곳에 해월이 오시니 하늘과 땅이 한 호흡으로 고요해지고, 도접주 유시헌은 그 뒤를 따랐다. 세상은 어지럽고, 사람의 길은 잿빛으로 흐르던 때, 그들은 오직 기도로 길을 찾으려 했다. “하늘은 사람 안에 계시니 스스로 한울을 모시라.” 해월의 음성이 바위 틈새로 스며들자 산조차 숨을 죽였다. 유시헌은 무릎을 꿇고 세상과의 인연을 내려놓았다. 그의 이마 위로 내리는 눈발이 참회의 눈물인 양 흩날렸다. 새벽마다 향을 사르고 49일의 숨결을 쌓아 올릴 때, 기도는 바람이 되고 바람은 빛이 되었다. 전세인, 젊은 사서가 붓을 들었다. 그는 말보다 조용히, 그러나 떨리는 손끝으로 그들의 말씀을 적어 내려갔다. 그 글줄마다 하늘과 사람이 만나는 자취가 깃들었으니, 견봉날인 훗날 세상은 그것을 최선생 도원기서라 불렀다. 사십구일째 되는 날, 태백산맥의 줄기 함백산의 하늘이 열리고 여덟 마리 봉황이 내려와각기 빛을 품었다. 그 빛이 사람의 심장을 스치자 기도하던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하늘의 색으로 번졌다. 해월은 말했다. “하늘의 뜻은 나뉘지 않는다. 사람마다 그 빛을 품을 뿐이니, 그대 또한 한울의 사람이로다.” 유시헌은 그 자리에서 고개 숙이고 “삶으로 도를 행하겠습니다.” 그 말이 눈발 속에 사라질 때 적조암의 종이 울렸다. 눈꽃이 천의봉을 덮고 은빛 고요가 산을 감싸며 세상의 소리가 잠들었다. 해월은 조용히 읊조렸다. “도는 멀리 있지 않다. 사람의 마음속이 곧 하늘이니라.” 그 말씀에 전세인의 붓이 멈추었다. 그는 눈물로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하늘은 사람 안에 있고, 그 뜻은 사랑으로 흘러나온다.’ 세월이 지나 산은 그대로이되 적조암의 돌벽에는 그날의 숨결이 아직 남아 있다. 전세인은 노년의 손으로 말했다. “그 기도는 세상을 위한 등불이었고, 그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적조암의 새벽, 누군가 종을 울리면 봉황의 노래가 다시 들린다. 어두운 마음에 빛을 밝히라 그곳에 하늘이 열리리라. 글쓴이 성진 고종호 정선문화원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정선의 정신을 동학에서 찾아야겠다고 자각하고 정선동학선양회를 조직했다. 유시헌의 증손, 동학난중기 등을 개발하며 정선동학의 기초를 이루었으며, 정선문화원 사무국장직에서 물러난 지금도 동학에의 열정을 살려 동학아리랑을 새로이 개발, 제작하고 있다. 이 시는 해월 최시형과 도접주 유시헌이 정암사 적조암 토굴에서 드린 49일 기도를 기록한 사서 전세인의 『최선생도원기서』를 바탕으로 적조암을 세 차례 답사한 후 썼다. -
동학농민혁명정신, 경기도에서 꽃피우다’ 입법정책토론회 개최포덕 166년(2025) 10월 23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 2에서 김동규 경기도의회 의원이 주관한 「동학농민혁명정신, 경기도에서 꽃피우다」 입법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학계 전문가와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의 주요 목적은 경기도 내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참석자들은 동학농민혁명 관련 사료의 수집 및 연구, 기념사업 추진, 교육 및 홍보 활성화 등 조례 제정을 통한 체계적 지원 방안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주제발표는 성주현 경희대학교 교수가 맡았으며, “경기지역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어 김갑곤 경기동학민회 사무총장이 “경기도 동학문화유산 보전 및 동학정신 선양 - 경기동학 해월 최시형 기념사업 추진방향”, 임형진 전 동학학회장(경희대학교 교수)은 “경기지역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제언”, 정정숙 종의원 의장(경기도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경기도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을 위한 조례 제정”, 김일섭 여주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회장이 “동학농민혁명정신, 경기도에서 꽃 피우다” 등을 주제로 토론을 이어가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농민과 민중이 주도한 대규모 사회운동으로, 민권 신장과 봉건체제 타파를 목표로 한 근대 민중운동의 시발점이었다. 경기도는 직접적인 전투 배경지는 아니지만,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경기도 차원에서 계승·확산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게 되었다. 참석자들은 이번 토론회가 “경기도 차원의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조례 제정과 체계적 연구·교육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향후 도민과 청소년이 함께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역사문화 기반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동규 의원은 “경기도의 동학농민혁명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토론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사료 수집과 연구, 기념사업 추진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례 제정 등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