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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의 길 개척하며 천도교 음악의 새 지평을 연 늦깎이 국악 작곡가 정수당(正守堂) 김정희 동덕지난 8월 14일 제162주년 지일기념식. 의례를 마친 뒤 무대에 오른 문화공연은 많은 교인에게 오래 남는 감동을 주었다. 판소리 〈흥보가〉의 흥에 이어, 『해월신사 법설』을 가사로 삼은 창작곡 〈수심정기〉, 천덕송 가운데 민족적 선율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영부의 노래〉가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온 장내가 함께 부른 〈진도아리랑〉이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이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이는 북한 토속민요 연구와 천덕송 창작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정수당(正守堂) 김정희 동덕(영등포교구)이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뒤늦은 음악 공부, 육아와 생계를 모두 감당해야 했던 삶의 조건 속에서도, “언젠가는 작곡가가 되겠다”는 어린 시절의 다짐을 놓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왔다. 북한 민요 연구와 동학 천도교 음악 연구, 천덕송에 대한 고민과 창작은 그에게 단순한 직업을 넘어 ‘천도교인으로서의 삶’ 그 자체였다. 김정희 동덕이 작곡가로서 젊은 세대의 천도교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천덕송의 내일에 관해 그의 인생사와 함께 들어본다.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 되는 동귀일체, 그것이 천도교 음악” 문. 제162주년 지일기념식 후 문화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하셨습니다. 의례 이후 교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문화적 장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가장 고민하신 부분은 무엇이었으며, 천도교 정신을 무대 위에 어떻게 담아내고자 하셨는지요? 답. 천도교가 ‘민족종교’라면 음악 문화에서도 그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첫 곡은 우리 전통 성악의 대표 장르인 판소리,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겹고 재미있는 〈흥보가〉의 ‘박타령’을 골랐습니다. 두 번째는 지일기념일의 의미를 살려 『해월신사 법설』 〈수심정기〉 일부를 가사로 삼고, 중모리장단에 창부타령조 선율을 입혀 제가 작곡한 곡 〈수심정기〉를 올렸고요, 마지막 곡은 천덕송 중에서 전통 선율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보는 〈영부의 노래〉를 선택했습니다. 앵콜곡은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진도아리랑〉으로 마무리했고요. 무대를 만들면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동귀일체(同歸一體)’였습니다. 연주자는 연주만 하고 관객은 듣기만 하는 구조가 아니라, 추임새도 넣고 같이 따라 부르면서 연주자와 청중이 한마음이 되는 공연 말입니다. 우리 전통음악은 본래 그런 문화였고, 저는 그 전통이야말로 천도교의 시천주, 사인여천, 동귀일체 정신과도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엄마와 작곡가, 어린 시절 두 가지 꿈이 끝내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죠” 문. 선생님은 흔히 말하는 정규 코스를 밟은 음악인이라기보다, 여러모로 우회로를 걷다가 작곡가의 길로 들어서셨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음악과의 인연을 간단히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답. 제가 기억하기로는 열 살 무렵 제 인생 목표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좋은 엄마가 되는 것, 두 번째는 작곡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어려서부터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 초등학교 때 어머니께서 『세광 애창 700곡집』이라는 노래책을 사 오셨고, 제게 악보 읽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그 책에 수록된 세계 각국의 동요·민요·가곡 악보를 보며 하루 종일 부르고 또 부르며 놀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 언어의 발음도 익히게 되었고, 악보를 보고 부르거나, 들은 멜로디를 악보로 옮기는 일이 제게 즐거운 놀이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제 음악 인생의 첫 출발점이었고, 이후 어머니께서는 어려운 형편에도 1년 동안 피아노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피아노 외의 음악 공부는 모두 독학이었지요. 그러나 음악은 저에게 늘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멈출 수 없는 재미’였습니다. IMF, 해고, 재취업 실패… 그렇다면 지금은 공부할 시간! 문. 스무 살에는 공대를 선택하셨다가, IMF 시기에는 음악학원 교사로 일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음악 전공을 결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답. 삶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더군요. 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이후에는 공장에도 다녔습니다.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은 뒤에는, 시어머니를 모시며 정시에 출퇴근을 해야 하는 맞벌이를 하기가 어렵게 되어, 음악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어 감사에 걸려 해고됐고, IMF가 겹치면서 남편의 직장도 불안정해졌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지금은 일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때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공부에 쓰자.” 마침 정년퇴직하신 친정어머니께서 연금 일부를 일시불로 받아 제게 보태주셨고, 그 돈으로 부산예술대학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작곡을 전공하려면 작곡과 피아노를 둘 다 배워야 했고, 작곡 레슨비가 너무 비쌌기에, 아는 언니에게 한 달에 일정액을 드리며 1년 반 정도 피아노 레슨을 받아서 피아노 전공으로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한 학기 지난 후에 작곡 전공으로 바꾸었지요. 그때까지 화성법, 대위법, 음악사 등은 모두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에는 육아와 살림, 공부를 동시에 감당해야 했기에 참 고단했습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도 못 말린다”는 말처럼, 자발적으로 선택한 공부였기에 버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제가 나중에 제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자발성’의 힘을 몸으로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토속민요에서 발견한, 난생처음 들어본 독창적인 아름다움 문. 선생님의 대표 연구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 토속민요입니다.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파고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답. 국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던 시기에 황해도 토속민요인 <풍구소리>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 선율이 너무 좋아서 “이 곡으로 작품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북한 토속민요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석사 논문이 단 두 편뿐이더군요. 황해도 한 편, 함경도 한 편. 평안도 토속민요에 대한 논문은 아예 없었습니다. 그때 ‘이건 보물창고가 통째로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토속민요는 한 집단의 음악적 모국어이자 삶의 기록인데, 분단과 세월 탓에 절반이 통째로 공백 상태로 남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북한 토속민요부터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한국민요대전』을 집대성하신 최상일 PD님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특강 자리에서 인사를 드리며 제가 “북한 토속민요를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하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선생님께서 “음원은 어디서 구할 건데?”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제가 “이주민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모아보겠다”고 하니, “MBC에 이미 수천 곡이 들어와 있는데?”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구하신 북한 현지 음원을 정리하고 계셨던 겁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기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엮은『북한 민요 작품집』 문. 그렇게 연구하신 북한 민요와 창작이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하나의 작품집으로 묶였지요? 답. 북한 민요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2002년입니다. 그 이후로 논문을 쓰는 한편, 북한 토속민요 선율을 바탕으로 곡도 꾸준히 써왔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리는 걸 보며 ‘이제까지 써온 곡들을 모아 한반도의 평화와 상생을 기원하는 첫 작품집을 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때까지 북한 토속민요를 바탕으로 한 곡이 일곱 곡 있었는데,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의미로 한 곡을 더 만들어 여덟 곡짜리 작품집을 완성했습니다. 연주 시간으로 환산하면 65분이 조금 넘는 분량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첫 작품집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작품집입니다. 북한 민요에는 정말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어느 나라 노래와도 다른, 우리만의 음조직과 장단, 정서가 살아 있습니다. 그 음악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내는 작업은 남과 북을 잇는 다리이자, 동학 천도교가 지향해온 만민평등과 평화의 이상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연기연>을 읽고 변증법이 떠올라 무척 놀라웠습니다” 문. 천도교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답. 부산예술대학에 다닐 때 <인간과 종교>라는 교양 과목이 있었습니다. 첫 수업 시간에 김용휘 교수님께서 “종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보세요”라고 물으셨고, 제가 유일하게 손을 들었습니다. “종교가 없어도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성인들이 남긴 책도 있고, 양심에 비추어도 도리를 알 수 있는데 왜 꼭 종교가 필요한가”라는 것이 제 생각이었지요. 그런 제가 동학 천도교 교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건 바로 그 수업을 맡으셨던 김용휘 선생님, 그리고 같은 학교 교수님이셨던 김춘성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입니다. 『동경대전』의 <불연기연(不然其然)>을 처음 공부하게 되었을 때 무척 놀랐습니다. “이게 변증법 아닌가? 헤겔 철학이 들어오기 훨씬 전인 19세기 중엽 조선에 이미 이런 사유가 있었다니.” 하는 놀라움이었지요. 이어서 해월 신사의 삼경(三敬) 사상, 이천식천(以天食天), 향아설위(向我設位) 같은 가르침을 읽으면서, 제가 평소에 중요하게 여겨온 좌우명들이 이 교리 안에 다 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경물(敬物)’ 사상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물티슈나 일회용 기저귀를 거의 쓰지 않았고, 화악산수도원에서 화장실 쓰레기를 태우는 일을 하면서 일회용품이 남기는 잔해와 독성의 문제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만물을 공경하라’는 삼경 사상과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용담정 수련이었습니다. 당시 제 삶은 여러모로 바닥을 치고 있었고,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수련을 하면 마음에 힘이 생긴다”고 권유하셔서 겨울방학 기간에 2박 3일 용담정 수련에 참여했습니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그 시간 동안 비록 특별한 체험은 없었지만 ‘이 길을 계속 가면 내 인생의 문제를 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련 둘째 날 “입교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고, 마침 제 생일 바로 다음 날이 제 입교일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천도교인으로서의 삶’을 저의 중심에 두게 되었습니다. <불연기연> 등 네 곡의 천덕송으로 은사님 환갑을 축하하다 문. 천덕송 창작 역시 선생님의 작업 가운데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특히 포덕 157년(2016) 은사이자 전교인이신 김춘성 선생님의 회갑을 맞아 네 곡의 천덕송을 작곡해 선물하셨는데요, 그 사연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답.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고 나니 “전교인이 김춘성 선생님이신데, 나는 아직 선생님께 밥 한 끼 제대로 대접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선생님의 환갑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선생님께 가장 기쁜 선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천덕송’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한울님께 마음속으로 “김춘성 선생님께 드릴 천덕송을 만들고자 하니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경전을 펼쳤더니, 맨 먼저 <불연기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첫 곡을 『동경대전』의 <불연기연>으로 정했고, 두 번째 곡은 힘든 시기에 제가 가장 많이 읽었던 대신사님의 <시문>, 세 번째 곡은 교인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 집약된 〈수심정기〉, 네 번째 곡은 『의암성사 법설』 가운데 〈진심불염〉으로 정했습니다. 집에서는 집중하기가 어려워 노트북과 경전을 들고 도서관에 가서 작곡을 했습니다. 한 달 동안 네 곡을 작곡하고, 국악기 편성으로 반주를 붙인 후 연주자를 섭외하고, 녹음과 편집, 믹싱, 마스터링까지 마쳤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너무 촉박한 일정이라 아쉬움도 남지만, 한울님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추석 전날, 인사동에서 선생님과 단둘이 식사를 한 뒤 찻집에서 “선생님, 환갑 선물입니다.” 하고 그 음원을 들려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 무척 기뻐하셨고, 그 순간 저 역시 “천덕송과 천도교 음악 문화에 내 삶을 더 깊이 바쳐야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다지게 되었습니다. 네 곡 가운데 특히 〈시문〉과 〈진심불염〉은 지금도 제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입니다. "천덕송은 동귀일체를 이루는 노래이자, 평등·평화·생명을 담아내는 노래" 문. 음악 연구자이자 작곡가의 시선에서 볼 때 천덕송이 지닌 정신적·예술적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답.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말이나 글처럼 논리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영혼의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어느 집단이든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공동체 의식을 다져왔습니다. 학교에는 교가가 있고, 군대에는 군가가 있고, 국가에는 국가(國歌)가 있듯이 말입니다. 오래전부터 농부들은 들노래를 부르며 함께 땅을 갈았고, 어부들은 뱃노래를 부르며 고기를 잡았습니다. 다투던 사람들도 같이 노래하며 일하는 동안에는 한마음이 되었지요. 천덕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천덕송을 부르는 것은 결국 동귀일체(同歸一體)를 이루고자 함입니다. 천덕송은 천덕사은을 노래하고, 동귀일체를 추구하며, 신심을 돈독히 하고, 깨달음의 기쁨을 표현하는 종교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약자와 소외된 이들의 편에 서서 평등과 평화에 기여하고,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의 열매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사회·역사적 역할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냉전과 분단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힘을 보태는 노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외되고 메마른 현대인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따뜻한 감성과 영성을 일깨우는 문화・예술적 역할 역시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것이 천덕송의 정신적·예술적 본질이라고 봅니다. 일본 노래에서 온 곡들은 이제 보내줄 때… 21세기 가치로 새 천덕송 지어야 문. 오늘날 교단 내부에서도 “천덕송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와 호흡하는 새 천덕송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답. 포덕 159년(2018), 『신인간』에 〈천덕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 현재 부르고 있는 천덕송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짚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점은 몇몇 곡의 선율이 일본 노래에서 왔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목적풀이〉는 일본의 〈철도창가〉에 노랫말만 바꾼 곡이고, 〈검가(기 2)〉와 〈배 떠나간다〉는 일본 특유의 ‘요나누키’ 단음계로 된 일본풍 노래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 민족을 침탈하고 동학군을 학살했던 역사가 분명한데, 그런 노래들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오래 불러왔으니까 계속 부른다”는 태도로 유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사 측면에서도 교리·교사와 어긋나는 표현, 어법에 맞지 않거나 뜻이 모호한 구절, 품위가 떨어지는 내용, 현재 맞춤법, 띄어쓰기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정리가 필요합니다. 운율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 전통 시가의 기본 운율은 대체로 3·4조, 4·4조에 2음보인데, 7·5조에 3음보라는 형식은 일본 전통 시가에서 온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우리 고유의 리듬과 말맛을 살릴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오늘의 천덕송은 21세기 인류가 함께 고민하는 가치들―생태·문화다양성, 상생, 인권, 연대, 복지, 평등, 평화 등―을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이런 가치들은 수운 대신사, 해월 신사, 의암 성사가 가르쳐주신 바와도 직결됩니다. 동시에 전통 양식과 민족적 요소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천도교 음악 문화의 정체성을 세우면서도 다양성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방향에서 ‘내일의 천덕송’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학 천도교의 서사와 민요의 서정을 만나게 하는 것이 제 작업" 문. 선생님은 북한 민요뿐 아니라 경기·서도·남도 등 다양한 민요를 연구하고 창작에 활용해오셨습니다. 민요 속에서 천도교 정신을 어떻게 발견하고 재현해내고 계신지,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요? 답. 제가 2016년에 작곡한 네 곡의 천덕송 가운데, 『의암성사 법설』을 가사로 삼은 〈진심불염〉은 전남 영광군 논매는소리 〈문여가〉의 선율을 주제로 삼아 만든 곡입니다. 두레 공동체가 함께 논을 매면서 부르던 그 노래에는 꿋꿋하고 유장한 선율, 서로를 북돋는 공동체 정서가 잘 녹아 있습니다. 저는 그 선율에서 의암 성사의 기상을 떠올렸고, 그래서 그 음형을 〈진심불염〉의 주제 선율로 삼았습니다. 민요를 바탕으로 새 천덕송을 짓는 작업이 제 첫 번째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연구 작업입니다. 포덕 162년(2021)에는 ‘동학농민혁명의 음악 양상과 문화콘텐츠로서의 잠재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한국민요대전』을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새야 새야〉 외에도 여섯 가지 다른 선율의 〈새야 새야〉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이나 천도교와 관련된 노래는 그 수가 많지 않지만, 넓은 지역에 퍼져 있고, 비슷한 가사가 <논매는 소리>, <무덤 다지는 소리>, <정월 대보름 새 쫓는 소리>, <둥당애타령> 등 여러 갈래 민요에서 나타납니다. 이런 사례들을 찾아내고 분석해 논문으로 공유하는 것이 제 두 번째 작업입니다. 동학 천도교의 주체도 백성이고, 민요의 주체도 백성입니다. 저는 동학 천도교의 서사와 민요의 서정을 만나게 하고, 여기에 ‘지금 이곳’의 지향과 정서를 담아 예술적 숨결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민요는 역사성과 지역성, 시대성과 정체성을 모두 갖춘 새로운 천도교 음악 문화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겁니다. 장구·단소와 함께 부르는 천덕송, 어린이에게는 ‘진짜 전래동요’를! 문. 앞으로 교단의 주요 의례나 행사에 민요적 요소와 국악을 더 깊이 접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상을 하고 계실 줄 압니다. 민요의 서정성과 공동체성이 교단 문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까요? 답. 우선 우리 어린이들에게 ‘진짜 전래동요’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널리 알려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쎄쎄쎄〉, 〈여우야 여우야〉 같은 노래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일본 와라베우타(동요)입니다. 와라베우타는 대부분 2분박, 2/4나 4/4 박자가 많고, 특정 음으로 종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 전래동요는 3분박이 많고, 12/8 박자가 가장 흔합니다. 이런 차이를 바로잡기 위해 포덕 162년(2021)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서 『전래동요 자료집』과 음원을 제작해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진짜 전래동요’를 천도교 어린이들이 널리 부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천덕송 가운데 〈영부의 노래〉, 〈지일기념가〉처럼 민요풍으로 작곡된 곡들은 피아노 대신 장구와 단소로 반주하면 훨씬 흥겹습니다. 장구와 단소는 이미 초등 교과 과정에도 들어가 있으니, 역량이 되는 교구에서는 유소년부를 활성화해 ‘장구·단소로 천덕송 연주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았으면 합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민요라는 보물창고를 잘 활용해 새 천덕송을 작곡하는 작업도 병행할 수 있겠지요. 이번 지일기념식에서처럼 교단의 각종 의식과 행사에 국악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중앙총부와 각 교구의 음악 문화도 점차 뚜렷한 정체성을 갖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제대로 된 우리 문화를 만드는 일이 곧 ‘천도교인의 길’ 문. 안익태 애국가 문제 제기, 북한 민요 연구, 천도교 음악 연구 등 선생님이 다뤄온 주제들은 기존 음악계가 쉽게 손대지 않는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이런 작업들이 결국 천도교 음악과 문화적 자산으로 어떻게 연결될지요? 답. 한국 근대사에서 천도교는 3‧1운동을 비롯한 항일운동뿐 아니라 『천도교회월보』, 『개벽』, 『농민』, 『신여성』, 『어린이』 등 다양한 잡지를 통해 대중의 의식과 문화를 선도한 주역이었습니다. 천일기념식, 어린이날 행사 등도 온 나라가 주목하는 문화행사였지요. 스승님들은 우리에게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제가 하는 작업들은 제가 속한 영역에서 잘못된 것들을 하나씩 바로잡으면서, 앞으로의 우리 문화를 ‘제대로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색이 짙은 곡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우리 정서와 양식에 기반한 새로운 천덕송을 짓고, 한국적 색채와 천도교 정신이 어우러진 공연을 기획해 무대에 올리고, 동학·천도교와 관련된 음악 문화를 학문적으로 정리해나가는 일들이 모두 그렇습니다. 결국 이 모든 작업은 ‘천도교인으로서의 행위’입니다. 제가 걸어온 길과 그 결과물들이 조금이라도 천도교의 문화자산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노래만큼 우리 노래도, 남의 학문만큼 우리 자신도 연구합시다” 문. 오늘날의 천도교인, 특히 젊은 세대 교인들에게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요? 답.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남의 노래를 듣고 부르는 만큼 우리 자신의 노래도 듣고 부르자는 것입니다. K-팝이 세계를 누비는 시대지만, 그 바탕에는 우리의 민요와 전통음악, 그리고 동학 천도교의 노래들이 있습니다. 천덕송과 우리 민요를 사랑하는 마음이 곧 천도교 음악의 미래를 여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둘째, 남의 학문을 배우고 연구하는 만큼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연구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동・서양 철학과 음악을 두루 섭렵하면서도, 결국 우리 안에 이미 있는 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준 것이 동학 교리와 우리 음악이라고 느꼈습니다. 『동경대전』의 불연기연, 삼경 사상, 특히 경물 사상은 오늘날 생태위기와 인류 문명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큰 자산입니다. 셋째,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이 천도교인의 것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제 삶을 돌아볼 때, 특별한 재능이라기보다 물욕이 적고, 의지가 강하고,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붙드는 성향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성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것이 바로 천도교 신앙과 수련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남북한 민요 연구를 더 깊게 이어가고, 새로운 천덕송을 작곡하고, 제자들을 길러내며, 천도교 음악 문화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남의 노래만큼 우리 노래를, 남의 학문만큼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연구할 때 천도교의 노래와 문화도 다시 한번 꽃피울 수 있으리라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진행 노은정 전 편집장) 김정희 동덕이 작곡한 <불연기연> 악보와 가사 및 유튜브로 감상하기 https://www.chondogyo.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975 김정희 동덕이 작곡한 <시문> 악보와 가사 및 유튜브로 감상하기 https://www.chondogyo.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976 김정희 동덕이 작곡한 <수심정기> 악보와 가사 및 유튜브로 감상하기 https://www.chondogyo.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977 김정희 동덕이 작곡한 <진심불염> 악보와 가사 및 유튜브로 감상하기 https://www.chondogyo.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978 -
제120주년 현도기념식 봉행천도교는 포덕 166(2025)년 12월 1일, 의암 손병희 성사께서 동학을 천도교로 선포한 현도 1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봉행한다. 이번 기념식은 현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날 현도 정신의 과제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천도교 선포와 신앙의 자유 획득 포덕 46(1905)년,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하여 세상에 공식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의암 성사는 탄압받던 동학을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종교’의 지위로 명확히 세웠다. 당시 일제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만국 공통의 법례를 근거로, 더 이상 동학에 대한 노골적 탄압을 공개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천도교가 사회적·역사적 공간을 확보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천도교는 이후 ‘사람이 곧 한울님’이라는 종지를 바탕으로 민족의 의식 계몽과 사회 개혁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일제하에서 폐교위기에 놓인 학교들을 인수·지원하여 민족 교육의 명맥을 보존하였으며, 『만세보』, 『개벽』, 『어린이』 등의 출판 활동으로 민족에게 인권·평등·개벽 사상을 깨우쳤다. 또한 천도교는 3·1운동을 주도하였으며, 상해임시정부 수립에도 실질적 기반을 제공했다. 교육, 언론, 항일운동을 아우른 이러한 실천은 자주와 민주를 지향하는 근대 한국사회의 문명화 과정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다시 개벽과 현대적 실천 오늘날은 1905년과 비견될 만한 거대한 전환의 시대이다. 탈종교화, 기후 위기, 인공지능 발전 등으로 정치·사회·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인간은 본래의 자아를 회복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내면의 한울님을 되찾는 ‘다시 개벽’이 실현될 때에만, 우리는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항로를 찾을 수 있다. 천도교중앙총부는 "내가 한울님을 모신 존재라는 것을 대오각성하는 ‘다시 개벽’은 진리의 말씀이 널리 전해져서 사람들의 마음을 깨우고 감화시킬 때 실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천도교는 기존 경전을 현대인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하여 간행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전자책 발행을 추진하며, 경전을 이용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전의 현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에는 현대어 경전 간행과 온라인서비스 확대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며, 더불어 사회·문화적 포덕 활동을 전개하여, 개인과 사회가 겪는 혼란을 극복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다시 개벽’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도 120주년 기념식 안내 포덕 166(2025)년 12월 1일(월) 11시, 제120년 현도기념일을 맞이하여 기념식이 전국 교구에서 일제히 봉행됩니다. 올해는 중앙대교당이 안전진단공사 중임에 따라, 서울 중앙대교당 기념식은 영등포교구 교당에서 진행되오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영등포교구 교당은 주차 공간이 매우 협소하므로, 당일 참석하시는 분들께서는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칼럼] 세계화를 위한 천도교 문화예술 만들기(2)지난 10월 칼럼에서 해월신사 탄신 200주년을 맞아 포덕168(2027)년에는 천도교 세계화를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앞으로는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갖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로 포덕 교화방향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교단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내용들로 11월 칼럼을 대신하겠다. 1. 천도교 글로벌 TFT 조직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열광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을 향해 K-donghak이 대한민국의 정신(K-spirit)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알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차원의 천도교 글로벌 TFT를 조직하여 분야별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먼저 10여개의 TFT를 조직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능력있는 교인들이 많이 있다. 사람이 없다고 하지 말고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책임을 맡기자. 교인과 일반 전문가를 섞어서 TFT를 만들면 더 효과적이다. 아래에는 천도교 세계화를 위한 나름대로 필요한 조직들을 제안해 본다. <TFT분야> ① 경전 외국어 번역분야 :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교리와 외국어,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들로 구성, 번역은 전문 번역사에게 의뢰 ② 교리연구분야 : 동학 천도교 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세계와 사회, 전 지구적 문제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교리를 전달할 수 있는 연구진들로 구성 ③ AI 분야 : 젊은이들은 AI를 많이 활용한다. AI에게 동학 천도교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잘못된 내용을 교정해 주고 새로운 내용을 업데이트해 줄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 외국어 업데이트 필수 ④ 예술분야 (그림) : 동학 천도교를 알릴 수 있는 역사화, 기록화 또는 경전 내용의 상상화, 창작화 등이 필요, 전문 작가를 섭외하여 회화, 조각, 공예, 서예 등의 미술작품을 제작하여 용담정, 봉황각, 중앙대교당, 울산여시바윗골, 대신사생가 등에 전시하여 방문객들에게 작품으로 울림을 줄 수 있도록 전시 ⑤ 예술분야 (음악) :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오케스트라, 앙상블 연주 가능한 곡으로 천덕송, 송가 편곡 및 창작, 음악제를 개최하여 편곡, 창작곡 발표, 발표시 홍보에 적합한 전문 성악가, 가수 초청 ⑥ 예술분야 (뮤지컬, 연극) : 뮤지컬에 관심 있는 교인과 전문가들로 구성, 창작극, 혹은 기존의 뮤지컬 연장, 순회공연 방법도 좋음. ⑦ 예술분야 (영화,드라마,다큐) : 영상제작 기술 전문가와 교리 교사에 해박한 교인들로 구성 ⑧ 홍보분야(SNS, 유튜브, 홈페이지 등) : 동학 천도교를 알리기 위한 어린이, 학생, 대학생층과 성인층으로 나누어 구성, 신인간사가 주도적으로 홍보 역할 담당 ⑨ 문화분야 : 천도교 인사, 제례, 상례, 혼례, 기도식, 수련 문화 등을 정리하고, 천도교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과 관심있는 사람들로 구성 ⑩ 대외협력 : 기업, 정부, 지자체 등에서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 대외관계가 원만하고 발이 넓은 사람들로 구성 ⑪ 국제부 : 국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직 2. 홍보와 국제네트워크 구축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동학 천도교의 보석같은 진리를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홍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늘날은 대한민국의 소식을 3초 이내에 전 세계에서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IT강국이다. 우리는 IT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동학 천도교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젊은이들은 인스타그램을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중년층은 페이스북, 트위스터 등을 많이 활용하며 유튜브는 어린아이부터 장년층까지 두루두루 사용하고 있다. 너튜브로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네트워크 시스템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얼마 전에 결혼해서 프랑스에 거주하는 젊은 한국인이 천도교를 찾아와서 입교하고 젊은 층을 향해서 천도교를 알리겠다는 포부를 말하였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유튜브를 통해서 천덕송 등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편곡한 천덕송과 함께 유튜브에 소개하였다. 우리의 천덕송이 편곡되어 외국어로 노래되는 것을 들으니 그 얼마나 장엄한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요즈음은 음악을 편곡해 주는 앱뿐만 아니라 AI를 통해서 작사 작곡까지 해주는 세상이니 컴퓨터를 조금만 더 잘 알고 다루게 된다면 그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해외에 있는 천도교 교당은 일본이 유일하다. 미국에는 오랫동안 매년 기념일이면 교포신문에 축하광고를 내었던 원로교인이 한분 계셨는데 그 분이 환원하셨다. 그 뒤를 이어 누가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의 또 다른 곳으로 젊은 층의 교인 한 분이 이민 가서 살고 있다. 호주에도 가족이 모두 이민 가서 살고 있는 교인이 있다. 프랑스에도 앞에서 언급했던 젊은 교인이 활동중이다. 쿠바에는 독립운동하셨던 임천택 교인의 후손이 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벌써 일본, 미국, 프랑스, 쿠바 등에는 우리가 조금만 더 정성을 드린다면 연결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 교인 외에도 전국에 있는 교인들 대상으로 해외에 있는 친, 인척, 지인들의 근황을 조사한다면 해외에 거주하는 교인들이 더 나올 수도 있다. 이참에 해외 거주 교인 조사를 실시하여 그분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그분들이 주축이 되어 국내의 우리와 손을 잡고 한걸음 한걸음 나간다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국제적으로 환경단체, 평화단체, 인권단체, 생명단체 등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우리에게는 스승님들께서 가르쳐 주신 현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리가 있지 아니한가! 그들과 국제학술심포지엄을 통해서 연결되어도 좋고, 온라인을 통한 학술모임을 하여도 좋다. 우리의 진리가 담긴 책들을 해외에 보내는 작업을 하여도 좋다. 특히, 국제 환경실천모임과 연결지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바야흐로 포덕 교화는 문화예술과 인터넷망을 통하여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세는 흐르고 있다. 2027년(포덕168년)에는 해월신사 탄신 200주년을 맞아 천도교 세계화를 위해서 큰 항해가 시작되기를 두손 모아 간절히 심고 드린다. “꿈은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 ” 글, 정정숙(종의원 의장) -
동학농민혁명부산기념사업회, 제5회 평생학습주간 민주시민교육한마당 참가동학농민혁명부산기념사업회(대표 : 허채봉)는 ‘세계와 함께 미래로, 스토리 동학’을 주제로 3년 연속 참여하여 시민들에게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깊이 있는 내용을 소개했다. 특히 ▲40초 동영상 체험 ▲동학퀴즈 ▲모의 집강소 등은 잠시 머무르는 시민들도 빠르게 동학 정신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동학의 역사와 가치가 이렇게 가까이 느껴질 줄 몰랐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등 높은 교육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지난 11월 7~8일(금·토) 양일간 부산 제2벡스코 3층 5B·5C 전시관에서 제5회 평생학습주간 민주시민교육한마당이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부산 시내 평생학습기관을 비롯해 직업·진로 교육과 연계된 대학, 민주시민교육 관련 단체 등 총 56개 기관이 참여해, 다양한 교양·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행사장에는 부산 전역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습자와 활동가, 그리고 가족·지인·직장동료들과 함께 방문한 시민들이 모여 활기 넘치는 공간을 만들었다. 한 참가자는 “평소 몰랐거나 잊고 있었던 교육들을 한자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신선하고 역동적이었다”며 감탄을 전하기도 했다. 평생학습과 민주시민교육의 최초 동시 개최 올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간 분리되어 진행되던 평생학습 행사와 민주시민교육 행사가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통합 개최된 점이다. 평생학습을 넘어 시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들이 같은 공간에서 열리며, 서로의 경험을 교류하고 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마련되었다. 또한 최초로 지상파에 등록된 연제공동체 라디오가 현장에서 실시간 유튜브 인터뷰를 진행해 참가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한 점도 특별한 기록으로 남았다. “상시 민주시민교육센터 필요”… 동학공간 조성의 꿈도 함께 행사를 마무리하며 관계자들은 “민주시민교육이 매년 한 번 스쳐 지나가는 행사가 아니라, 시민과 상시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센터’ 같은 공동체 공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동학농민혁명부산기념사업회는 “동학을 일상 속에서 접하고 토론할 수 있는 동학공간 또한 절실하다”며 미래의 교육 기반을 함께 그려 나갈 의지를 밝혔다. 2025년 민주시민교육 동학부스는 이러한 새로운 비전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
2025 수운문화제 미술 특별전, 인사아트프라자서 성황리 개최포덕 166년 11월 9일(일), 오후 3시 인사아트프라자 4층에서 ‘2025 수운문화제 겸 제35회 천도교미술인회 한마당전 개막식이 열렸다. 이번 수운문화제는 천도교중앙총부 주최, 천도교미술인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제35회 천도교미술인회 한마당전과 제6회 인내천 예술명인 모심전, 미래세대 어린이학생 작품전이 함께 진행되어, 교단 안팎의 예술인들이 참여한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전시 기간은 11월 5일(수)부터 11일(화)까지 7일간 진행되는 가운데 개막식은 많은 교인들의 참여를 위해 9일 시일식 후에 개최된 것이다. 개막식 행사에는 염정모 미술인회 회장과 박인준 교령, 윤석산, 송범두 전 교령, 이순종 미술인회 명예회장과 교인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부 개막식과 2부 축하공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 개막식은 변종제 수운예술제운영위원장의 개회사 박인준 교령, 염정모 미술인회 회장의 인사말, 조민환 전 서예학회 회장의 축사 등으로 진행되었다. 변종제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는 동귀일체 정신을 실천하는 예술인들”이라고 밝히며 “이번 전시회가 많은 분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인준 교령은 “바야흐로 세계는 K-문화 전성기로 접어들었다”고 전제하고 “이 K-문화와 예술의 저변에는 분명히 우리 천도교의 정신이 하나의 에너지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오늘의 K-문화 전성시대에 천도교의 정신과 예술은 K-문화의 ‘에너지이자 원류’로서, 이번 전시가 미래세대와 교단 예술인의 성장을 잇는 귀중한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전국의 동덕·청년·어린이 작가들이 함께한 이번 전시가 “교단 문화예술의 유종의 미를 거두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원했다. 염정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천도교는 ‘문화는 곧 국력’이라는 관점에서 문화예술 부흥을 지향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차원에서 예술명인 모심전을 개최하고 있다”면서 제6회 인내천 명인모심전에는 전국의 예술 명인 150명이 천도교경전과 3·1정신, 민족의 정체성을 고양하는 작품을 출품하였다고 밝혔다. 염 회장은 “천도교의 지속적인 문화예술 사랑과 지원은 작가들에게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발표의 장을 제공해 국민 정서 순화와 국가 정체성 고양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면서 ‘문화보국’의 관점에서 지원을 해준 천도교 주옥같은 작품으로 참여해 주신 명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1부 마지막 행사로 개막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에 이어, 2부 기념공연 순서가 진행되었다. 먼저 염정모 미술인회 회장은 즉석에서 ‘포덕천하(布德天下)’ 서예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을 선보여 참가자들의 환호와 박수를 자아냈다. 모든 관람객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한 획 한 획 써내려가는 염 회장의 모습은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이어 이관수 동덕(미술인회 감사)이 기타 및 하모니카 반주와 함께 가요와 가곡을 연주하여 전시장은 시와 그림, 글씨와 노래가 어우러진 풍성한 자리였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역대 어린이·학생 수상자 작품 지상전’과 ‘미래세대 어린이·학생 작품전’이 함께 마련되어 의미를 더했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어린이·청소년 미술 공모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미래세대의 창의적 표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서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그려낸 생명·평화·모심의 세계는 어른 예술가들의 작품과 조응하며 전시의 폭을 한층 넓혔다는 평가다. 천도교미술인회는 “앞으로도 예술을 통한 교단 문화 확산과 인내천 정신의 현장 구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인 “이번 전시회가 교단 안팎의 다양한 예술적 흐름을 공유하고,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수운문화제’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다”면서 “종교·예술·삶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전시”라는 소감을 밝혔다. -
부산·울산 남정포 야외시일, 7년 만에 재개부산·울산 지역 교인들이 11월 2일(일) 남정포 일대에서 야외시일을 봉행하며 깊은 교감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야외시일은 지난 2018년 을숙도 야외시일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7년 만에 다시 진행된 행사로, 부산지역 19명(어린이 포함), 울산지역 7명 등 총 26명의 교인이 참석하였다. 참석자들은 “오랜만의 야외시일이라 더욱 반갑고 기쁘다”고 입을 모으며, 앞으로는 더 자주 이런 자리를 마련하자는 뜻을 함께 나누었다. 정성으로 준비한 야외시일… 깊은 감응을 이끌어내 이번 행사는 울산유허지–점심(누마루)–고래박물관–언양 인내천바위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가을 햇살에 물든 단풍과 청명한 하늘, 장생포 바다와 고래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천도교의 영성을 깊이 체하는 시간이 되었다.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점심 식사와 해설까지 정성으로 준비한 정의필 도정, 감동적인 설교로 좌중을 울림으로 채워준 이용 도훈, 행사를 총괄한 수암 정의수 교훈님, 회계 결산을 맡은 예암 고봉섭 부산시교구 교화부장, 행사 촬영을 맡은 이덕오 동덕, 집례와 기념수건을 준비한 울산 중암 최중식 전 울산교구장 등 많은 이들의 정성과 봉사가 더해져 더욱 감동적인 시일식이 되었다. 행사에 함께한 교인들은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마음이 환해지는 날이었다”, “강행군의 피로가 녹아내릴 만큼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가을빛이 절정에 이른 울산유허지와 장생포 고래박물관, 언양 인내천바위 일대에서 함께한 시간은 동덕들의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서로의 마음을 잇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11월 2일 봉행한 시일식은 중암 최중식 신훈의 집례, 이용 도훈의 설교, 경전봉독은 허혜당 허채봉 신훈이 맡았다. 가을의 정취 속에서 열린 이번 부산·울산 남정포 야외시일은 한울님의 도심(道心)을 다시금 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참석자 모두에게 잊지 못할 감응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
청년회·대학생단, 동천고 ‘모시고 동학부’와 1박 2일 역사·문화캠프 진행천도교 청년회와 대학생단은 지난 11월 1일(토)부터 2일(일)까지 동천고등학교 ‘모시고 동학부’ 학생들과 함께 1박 2일 역사·문화 체험캠프를 진행하였다. 이번 캠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행사로, 청년 교화와 미래세대 육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첫째 날 참가자들은 한복을 대여해 창덕궁, 북촌 한옥마을, 운현궁을 둘러보며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를 직접 체험했다. 저녁 시간에는 한강으로 이동해 간단한 식사와 여가 시간을 함께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둘째 날 일정은 덕수궁과 ‘하이커 그라운드’ 방문으로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복합문화공간을 탐방하며 현대적 감각의 문화예술을 접했고, 이후 천도교중앙대교당과 ‘어린이 운동 발상지’를 답사하여 천도교 역사와 교단의 정신을 배우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청년회와 대학생단은 “이번 캠프는 청소년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천도교의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귀중한 자리였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미래세대를 위한 교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청소년들이 ‘사람이 하늘’이라는 동학·천도교 정신을 삶 속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
설교의 목적과 방법설교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한 번은 심도 있게 논의해 보고 싶었다. 설교, 수련, 천덕송 보급, 교리의 체계화, 천도교 용어사전 편찬, 각주 경전 편찬, 어린이 강재 보급, 자선사업, 봉사활동 등이 모두 포덕․교화의 한 방편이 되겠지만, 이 중 설교가 포덕․교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한울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정성, 공경으로 한울님의 성령이 충만한 설교자의 말씀은 육체적․정신적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무위이화(無爲而化)로 병을 나을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신적 평화와 안정감을, 사업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성공에 대한 확신을, 사랑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영적 에너지가 있다. 이처럼 설교는 복잡한 현대문명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울님에 대한 좀더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 하고 인생의 온갖 어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좌표를 제시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나와 가정, 나아가서 사회 및 국가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분명한 목적을 세우고 노력할 때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듯이, 설교에서도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게 되면, 이에 맞게 계획을 수립하고 노력하여 설교 원고를 만들고 몇 번의 연습을 통해 본래 계획한 의도를 성취할 수 있다. 또 설교를 한 뒤에는 무엇이 잘못 되었나 스스로 반성해 보는 교역자의 자세가 될 때, 우리 교회의 장래는 그만큼 더 밝아질 것이다. 천도교에서의 설교 목적은 대신사님의 『동경대전』<포덕문〉에 밝혀놓으신 것처럼, 첫째 동덕들이 주문 수련을 통해 ‘영부(靈簿)’를 받아 세상 사람들의 육체적․정신적 질병을 건지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 동덕들이 주문수련을 통해 한울님의 은덕을 깨닫고 ‘시천주’ 한울님의 진리를 온 세상에 밝히며, 한울님의 진리에 맞게 올바른 생활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감동과 감화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선 천도교 내의 설교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각 교당에 설교를 할 만한 신앙의 실력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며, 게다가 대부분 충분히 준비된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내용 위주라는 점이고, 둘째, 동덕들의 일용행사와 가정문제, 사회문제를 도외시한 ‘자아완성’, ‘이신환성’, ‘보국안민’, ‘남북통일’, ‘포덕천하’와 같은 너무나도 크고 이상적인 목적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며, 셋째는 경전내용을 고지식하게 인용, 열거하는 식으로 실생활이나 시대조류와 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현행 설교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형식적 ․ 내용적 측면에서 설교의 올바른 방향과 설교의 단계를 한 번 정립해보자. 먼저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형식적 조건으로 첫째, 설교에 임하는 사람은 설교를 명(命) 받은 그 주에는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해야 한다. 둘째, 고저장단에 따라 물 흐르듯 어조 및 성량을 조절해야 하며, 설교 내용에 알맞게 감정이입이 되어야 한다. 셋째, 설교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교중에서 시간 문제가 가끔 거론되는 경우를 듣게 된다. 설교시간은 기왕이면 짧으면 좋다는 견해, 1시간을 다 채워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지만, 규모일치를 위해 설교시간도 의절에 분명히 명시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청중의 수준 또한 고려해야 한다. 즉 노년층, 장년층, 청년층, 유소년 층이냐에 따라 그 수준에 알맞은 언어 선택과 설명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 청중의 수준에 맞는 언어를 선택할 때 더욱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내적 조건으로, 첫째 설교 내용은 수련을 통한 깨달음이어야 한다. 수련하면서 깨달은 보편적인 생각은 누구에게나 가슴 속 깊이 심금을 울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전은 이의역지[(以意逆志) : 읽는 이의 생각으로 스승님의 생각을 거슬러 구하는 방법]로 공부해서 반영한 내용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승님 말씀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설교 내용에는 시대에 맞는 시사 내용이나 스승님 또는 선인들의 예화를 적절히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흥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폭넓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진리의 말씀을 보강하거나, 증명하는 논거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불교계의 성철 스님도 그러한 분중의 한 사람으로, 불교의 인연설, 윤회 사상 등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영적 세계를 공부한 학자들의 책을 인용했고, 사후세계를 증명하기 위해 영혼사진을 예로 들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물리학까지 섭렵해 불교사상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또한 프랑스의 미셸 노스트라다무스, 조선조 명종 때 철인 격암 남사고, 미국의 에드가 케이시․루스 몽고메리 등의 예언가 말들을 인용하면서 후천 개벽의 운수를 설파하여 비판이 되기도 한 증산도의 『이것이 개벽이다(안경전 편저)』란 책도 이런 아류에 들지 않나 싶다. 그런데 우리 종단은 어떠한가? 우리 도의 가장 근본인 수련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더구나 경전과 교사를 연구하는 사람도 극소수이며, 나아가 폭넓은 독서와 연구로 천도교의 진리를 좀더 시대에 맞게 체계화하고 증명하여 널리 알리려는 도인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음으로 설교의 단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설교의 단계는 편의상 원고 설교, 메모 설교, 강화(降話) 설교로 나눌 수 있는데, 초보자 입장에서는 원고 설교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원고를 써서 설교를 하다가 메모를 해서 설교한 뒤, 차원 높은 경지에 가면 강화 설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제는 시대의 변천과 함께 설교도 다양하게 바꿔져야 한다. 일용행사를 다루는 설교, 개인의 삶과 가족 문제를 다루는 설교, 사회문제, 국가문제를 다루는 설교 등 다양한 설교가 필요한 때이다. 이상 수련의 목적과 방법 및 설교의 단계에 대해 지극히 단편적이고 수박 겉핥기 식의 논의를 해 보았다. 동학은 여느 종교와는 달리 믿음의 종교요, 깨달음의 종교이기에 무극대도에 신명을 바칠 수운 학도는 정성, 공경, 믿음으로 공부와 수련에 능한 자가 되어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진정한 설교자가 되어야 한다. 깨달음은 로고스(이성)의 분석력과 파토스(감성)의 직관력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불이 붙는다. 이럴 때, 우리는 황홀감을 느끼고 영대(靈臺)가 환하게 열린다. 부디 훌륭한 설교자들이 많이 나와 동덕님들에게 이런 경지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글 운암 오제운( 신태인교구장, 동귀일체 고문) -
삼천포-사천 교구, 합동시일 겸 유소년시일식 봉행천도교삼천포교구(교구장 최희수)는 10월 19일 시일식을 삼천포-사천 교구 합동시일 겸 유소년시일식으로 봉행하였다. 이날 유소년 시일식은 삼천포-사천 교구 교인 약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채윤 어린이의 집례로 이찬욱 어린이가 경전 봉독을 하고, 설교는 도암 장정갑 선도사가 ‘마음 보따리를 무슨 열매로 채울까’를 주제로 진행하였다. 이채윤 어린이는 시일식 시작 전 미리 단상에 올라 청아하고 명랑한 목소리로 시일식 담당자들을 소개하고, 유의사항을 안내한 다음 익숙한 태도로 시일식 시작을 알리면서 의절에 따라 집례를 보았다. 도암 선도사의 설교 후 천덕송은 「어린이 행진곡」을 모든 교인이 제창하여 어린이 시일식의 의미를 더했다. 시일식 후에는 연성공부로 참회문, 사계명, 주문 21회 합송이 진행되었다. 삼천포교구 유소년시일식은 교구 창립 100주년(포덕 154년)을 앞두고 교구의 장기 발전을 기하는 방안을 협의하던 중 제안되어 포덕 153년 7월 15일 김지윤 어린이가 「천지부모」 편 경전 봉독을 한 것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12년 동안 매월 1회씩 진행하고 있다. 10주년이 되던 포덕 164년부터는 집례도 어린이들이 하도록 하여 ‘유소년 시일식’의 의미를 더했다. 유소년 시일식은 날로 줄어드는 후계 세대의 시일식 참석을 장려하고 교단의 미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이날 어린이 시일식에는 이채윤, 이찬옥 어린이 외 채문성, 이진욱 어린이 등 모두 4명의 어린이가 참석하였지만, 통상 8명 정도가 참석한다고 밝혔다. 장정갑 선도사는 “삼천포교구가 유소년 시일식을 매월 봉행함으로써 어린이들의 교회 활동 참여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고, 미술인회 주최 어린이미술전에 많은 작품을 출품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어린이들의 자긍심이 높아지는 성과도 거두었다”고 얘기하였고, 최희수 교구장은 “초기에 유소년시일식에 참여하였던 어린이들이 중고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졸업 후 군 복무를 하면서도 성미 등 오관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집례를 본 이채윤 어린이는 “약간은 떨리지만, 하고 나면 기쁘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전을 봉독한 이찬욱 어린이는 “집례를 본 적도 있고 경전 봉독도 여러 차례 하였다”면서 “시일식 집행에 참여하는 것이 학교에서 발표할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삼천포교구와 사천교구는 사천시에 자리 잡은 양대 교구로 매 짝수 달 셋째 시일을 합동으로 봉행하고, 4대 기념일 등을 합동으로 봉행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참석 교인들은 시일식 후에는 교당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여성회원들이 마련한 뷔페식으로 점심을 함께하며 도담을 나누고 기화상통을 도모하였다. 삼천포교구는 포덕 54년 설립되어 올해로 112주년을 맞이하는 역사 깊은 교구로서 지난 포덕 154년에는 삼천포・사천교구 100년사를 간행한 바 있다. -
윤태원 ㈜신인간 대표, ‘제60회 잡지의 날’ 기념식 참석사단법인 한국잡지협회(회장 백동민)는 오는 10월 31일(금)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파크볼룸에서 ‘제60회 잡지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잡지계 주요 인사, 학계 및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한국 잡지 산업의 발전을 기념하고, ‘잡지의 날’ 제정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천도교 기관지 『신인간』의 윤태원 대표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창간 100주년을 앞둔 『신인간』의 역사적 가치와 미래 비전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윤 대표는 “『신인간』은 1926년 창간 이래 100년 동안 근대정신과 민족사상을 일깨워온 대표적 사상 잡지로, 천도교뿐 아니라 한국 근대 잡지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며, “이번 ‘잡지의 날’ 60주년이 『신인간』 100주년을 향한 관심과 응원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잡지의 날’ 60주년… 문화와 시대를 잇는 기념의 자리 ‘잡지의 날’은 근대 잡지의 효시인 육당 최남선의 《소년》지 창간일(1908.11.1.)을 기념해 1965년 제정된 이래, 매년 잡지인의 사명과 잡지문화의 가치를 조명하는 행사로 이어져 왔다. 이번 제60회 기념식에서는 △기념사 및 축사 △정부포상 및 표창 △한국잡지언론상 시상 등 공식 순서가 진행되며, 잡지문화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정부포상이 수여된다. 근현대 잡지의 빛을 담다, 특별전 및 공모전 풍성 한국잡지협회는 이번 60주년을 기념하여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근현대잡지 특별전 〈작지만 빛나는 순간〉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9.25~12.31)에서 열리며, 100여 종의 어린이·청소년 잡지가 전시된다. M미술관 특별전 〈수화 김환기, 잡지 표지로 새롭게 만나다〉(10.24~11.12)는 1940~1970년대 주요 잡지 표지에 실린 김환기 작품을 선보여 ‘잡지=문화자산’의 의미를 조명한다. 제18회 잡지미디어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은 11월 13일 개최되어 글쓰기, 만화, 영상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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