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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여성연합회, 울산 여시 바윗골 성지순례 진행경상도 여성연합회(회장: 덕순당 강봉지)는 포덕 166년(2025) 11월 15일(토), 경상도 관내 6개 포(남정포, 남진포, 도원포, 동원포, 순원포, 순의포)로 구성된 여성회원 29명과 함께 천도교 제1세 교조이신 수운 최제우 대신사님이 을묘천서를 받으신 울산 여시 바윗골을 방문했다. 이곳은 정신문화의 발상지이자 민족종교 사상의 원천이며, 천도교 포태지로서 대표적 유적지로 손꼽히는 장소이다. 남해, 삼천포, 사천, 하동, 영산, 경주, 부산 지역에서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모여든 여성회원들은 피곤도 잊은 채 반가운 얼굴로 오전 10시경 동학관에 도착해 인사를 나누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이어 남정포 이암 정의필 도정이 ‘수운 최제우 유허지 간략 약사’를 영상으로 설명했으며, 시청 후 11시에 기도식을 마치고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효신당 하수희 총무의 집례로 심고, 주문 3회 병송, 사계명 낭독(재무: 선수당 배영선), 여성회 강령 낭독(부회장: 시정당 문춘옥)이 이어졌다. 덕순당 강봉지 회장은 인사말에서 “회원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스승님의 발자취를 더듬어보자는 취지로, 대신사님께서 을묘천서를 받으신 이 뜻깊은 곳에서 모이게 되어 더욱 귀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료를 준비해주신 이암 정의필 남정포 도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앉아서 주문 공부도 중요하지만 스승님들께서 도를 펴기 위해 전국 팔도를 다니며 고생하신 일을 생각하면, 우리가 더욱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천도교를 잘 믿으면 복을 받는다는 것을 확고하게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당 박차귀 교구장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박 교구장은 모임을 준비한 강봉지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24년 전 고령 가야대학 강당에서 경상도 연원회 총회가 열렸을 때 남성들만 정식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었고 여성들은 옵서버 자격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날 회의에서 당위성을 말씀드려 의안으로 채택되었고, 포덕 142년 2월 10일 고성교구에서 묵암 선생님 기도일에 경상도 연원회 여성회가 정식 발족했습니다. 저는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어 15년을 재임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성회 워크숍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하고, 여성 지도자를 양성해야 천도교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1년에 두 번 이상 1박 2일 모임을 진행하는 등 임원과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열정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과거를 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께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더욱 분발해주시고 애교심(愛敎心)과 배려심으로 교단과 연원회 발전에 정성과 성력을 다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연혁 보고는 옥숙당 황서윤 회원이, 감사보고는 정순당 강정옥 감사가 “무탈하게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천덕송 합창 ‘우리의 길’을 다 함께 힘차게 부르며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박차귀 부산시교구장은 울산시교구 박암 이용수 종의원이 점심 식사 장소를 알선해준 데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현지에서 참석한 회원들과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을 산책하며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회원들은 서로 아쉬움을 나누며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감사합니다.”라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서둘러 귀향길에 올랐다. 사진 및 자료 제공 정신당 박차귀 부산시교구장 -
성강현 대동교구장, 『수운의 길을 걸어 동학을 만나다』 출간성강현 대동교구장이 신간 『수운의 길을 걸어 동학을 만나다』(선인출판사) 를 출간하며, 동학을 창명한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생애와 사상을 따라가는 새로운 연구서를 선보였다. 이번 저서는 수운대신사가 걸었던 길을 실제 답사하며 정리한 자료와 사료를 토대로 동학의 사상적 근원과 역사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성강현 교구장은 책에서 수운대신사의 사상을 “한울님을 향한 깨달음과 세상을 향한 실천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시천주(侍天主)와 인내천(人乃天) 정신이 한국 근대정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경주·영남 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수운대신사 관련 유적과 동학의 흔적을 사진과 기록으로 생생하게 담아, 독자가 실제로 ‘수운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이 책을 통해 우리 역사의 중요한 인물인 수운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며, “특히 천도교인에게는 신앙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수운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의 유적을 편리하게 찾는 데 필요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책에 담긴 수운의 삶이 녹아 있는 장소와 그가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독자 각자가 자신의 문제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함께 성찰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번 신간은 동학농민혁명 서훈 논의가 활발해지고 동학 정신이 사회적 관심을 받는 시점에 출간되어, 수운대신사의 사상과 동학의 원류를 현대적 시각에서 다시 해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학계와 종교계뿐 아니라 동학을 처음 접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저자 성강현 교구장은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내 천도교인들의 활동 연구, 동학과 천도교사 연구를 비롯한 근현대사 전반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왔다. -
뜻의 전달『홀로 피어 꽃이 되는 사람』 천도교신문에서는 시인이자 숲 해설가인 이시백 동덕의 생활 명상 글과 라명재 송탄교구장이 엄선한 동학 경전 구절을 함께 엮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학의 지혜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일상의 삶 속에서 꽃피우는 동학의 길을 함께 사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뜻의 전달 저녁 무렵 눈썰매장에 제설작업을 하기에 부지런히 올라가 봤어요. 하얀 눈이 하늘이 아니라 기계에서 내리더군요. 강원도 스키장에서나 볼만한 장면을 처음 보니, 설렘으로 가득했지요. 눈썰매장을 개장하면 아이들이 듬뿍 온다는군요. 집에 와 모자를 벗는데 앗, 방정환 선생의 중절모에 잔가지가 달려 왔네요.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느낍니다. 방정환 선생님이 꽂아 주신 겁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놀으라고, 당신의 꿈 잊지 말라는 당부의 현신. 아~ 선생님 제가 지금 감성적으로 느끼고, 받을지라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흐린 기운을 쓸어버리고 맑은 기운을 어린 아기 기르듯 하라. <동경대전 : 탄도유심급> 착각도 가지가지라.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보는 것이다. 모자의 잔가지를 보면서 경주 책 놀이텃밭을 떠올려 본다. -
천도교한울연대, “엉터리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하라!천도교한울연대를 비롯한 종교환경회의 소속 단체들과 전국 시민사회는 11월 13일(목) 오전 10시, 제224회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회의가 열리기 직전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원안위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제1호 안건으로 다시 상정한 상황이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은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이 발표되기도 전에 사업자인 한수원이 먼저 추진했는데, 이 시작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안법의 취지는 사업자나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안전을 충분히 검증하라는 것인데, 이번 심사는 그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안위가 한수원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난 상황에서, 불법 절차로 시작된 이번 심의 또한 졸속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종교환경회의 운영위원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총장은 “핵산업을 진흥하며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밀어붙인 윤석열은 감옥에 있는데, 왜 심사는 계속 가동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원안위가 원전 사업자의 편에 서 있는 듯 보인다”며 “국민과 약속한 ‘수명 만료 시 영구정지’ 원칙을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이어 천도교·기독교·불교·원불교·천주교 등 5대 종단 환경단체 연대기구인 종교환경회의는 현장 기도회를 진행했다. 천도교한울연대 임남희 공동대표는 기도문에서 “햇빛과 바람, 물과 흙이 모든 존재를 살리는 한울님의 도가 무너지고 있다”며 “편리와 이익만을 좇는 이들이 생명의 근원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또한 “고리2호기는 이미 노후해 수명연장을 해서는 안 되는 위험 중의 위험”이라며 “오늘의 작은 기도가 이 땅을 움직여 정의롭고 지혜로운 결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원안위는 제224회 회의에서 고리2호기의 10년 계속운전을 의결했다. 재적 위원 6명 중 5명이 찬성하며 심의는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2030년 전후로 경주 월성, 전남 한빛 등 총 9기의 노후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 논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종교환경회의 및 시민사회 단체들은 내일부터 규탄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동시에 고리2호기 수명연장 승인 무효를 위한 국민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 사진제공 천도교한울연대 장선희 사무처장 -
대구 감영과 관덕당동학이라는 가르침이 맹위를 떨치며 퍼져간다는 소문이 조선의 조정에까지 알려졌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선전관(宣傳官)을 임명하고 무예별감 두 사람과 군관 한 사람, 그리고 하인 한 사람을 딸려 동학의 진원지인 경주로 급파했다. 『고종실록(高宗實錄)』에 의하면, 선전관에 정운구(鄭雲龜)를 선임하고, 수행원에는 무예별감(武藝別監) 양유풍(梁有豊)과 장한익(張漢翼), 좌변포도군관(左邊捕盜軍官) 이은식(李殷植) 등이 임명되었다. 이 밖에 정운구의 종자인 고영준(高英晙)까지 합하여, 일행은 모두 다섯 명이 된다. 宣傳官鄭雲龜書啓 臣於十一月十二日 敬奉傳敎 率武藝別監梁有豊張漢翼 左邊捕盜廳軍官李 殷植等 以慶尙道慶州等地 東學魁首詳探捉上次 忙出城外 藏蹤秘跡 星夜馳往 선전관 정운구가 서계를 올리니다. 신은 11월 12일에 전교를 받들어 무예별감 양유풍 장한익 좌 변포도청군관 이은식 등을 인솔하여 경상도 경주 등지에서 동학 괴수를 자세히 탐지하여 체포 하고자 성문을 나서 남모르게 밤길을 도와 달려왔습니다. - 『고종실록(高宗實錄)』 원년 12월 24일 임진(元年 十二月 二十日 壬辰) 그날로 서울에서 출발하여, 남대문을 나선 일행은 어명을 개봉하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소임을 확인한 다음 며칠을 머문 뒤, 11월 22일 길을 떠나 밤낮으로 목적지인 경주로 향하였다. 문경 새재를 넘어서면서 이들은 동학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을 탐문하기 시작하였다. 새재를 넘어 영남지방에 이르자 각 주(州) 군(郡)마다 밤이면 동학의 주문이 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동학이 심각하게 많이 퍼졌음을 이들은 실감하게 된다. 이들은 경주부에 들어가 명을 받고 왔음을 신고하고 경주부의 지원을 받아 경주와 용담 일원의 시장이나 절간 등을 중심으로 탐문을 하였다. 탐문이 끝난 12월 9일 양유풍과 종자 고영준을 직접 용담에 보내 상황을 조사토록 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들은 용담으로 들어가는 동구 근처에 있는 장(張) 모라는 사람을 통해 용담정으로 들어가 대신사를 만나 입도하러 왔다고 거짓을 말하고는 접근을 하며, 내방하는 사람들의 동정과 대신사의 언동, 용담의 지형 등을 자세히 살핀 다음, 피곤하다는 핑계를 꾸며대고는 다시 용담을 빠져나온다. 12월 10일 새벽 급습하여 용담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하여 경주부 감옥에 넣는다. 다음 날에 신상 파기를 한 이후 대신사를 비롯한 몇 사람을 서울로 압송하였다. 서울로 올라가는데, 문경 새재에 동학도들이 집결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길을 돌려 상주 화령을 거쳐 보은으로 압송 길을 다시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과천에 이르러 죄인을 서울로 압송할 것을 조정에 품의하니, 당시 철종(哲宗)이 승하를 하였기에, 국상(國喪)이 났으니 죄인을 본부 감영으로 다시 돌려보내라는 명을 받고는 본부 감영이 있는 대구(大邱)로 발길을 돌린다. 이리하여 추운 겨울 서울로 압송되던 대신사 는 다시 길을 돌려 대구를 향하여 압송되었다. 대신사 일행은 다시 길을 돌려 충주를 지나 새재를 넘어 초곡(草谷)을 지나 유곡리(幽谷里)에서 과세를 하고 대구에 이르러 감영에 수감되었다. 당시 대구 감영에서의 대신사 계신 상황과 문초 과정 등이 『도원기서』에 실려 있다 대구 감사가 주관하여 대신사를 문초하고, 사형이라는 엄형을 내리고자, 당시 막 등극한 어린 임금 고종(高宗)을 대신하여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하던 조대비(趙大妃)에게 장계(狀啓)를 올려 대신사를 사형 집행하였다. 달성공원에서 멀지 않은 반월당사거리 현대백화점과 그 맞은편 일대가 대신사께서 참형을 당하신 관덕당(觀德堂)이 있던 곳이다. 현대백화점 앞에 대구시교구가 중심이 되어 세운 대신사 순도비가 자리하고 있고, 길 건너편에는 천주교 순교 기념관이 서 있다. 이 지역은 당시 아미산이라고 불렀는데, 잡범들은 이곳 아미산에서 처형을 했다. 천주교 신도들은 잡범으로 분류되어 아미산에서 사형을 당하였기 때문에 천주교 순교 기념관이 이곳에 들어선 것이다. 현대백화점 뒤에서 종로초등학교에 이르는 넓은 부지가 대구 감영이 있던 곳이고, 대신사께서는 참형 직전까지 그곳에 구금되어 계셨다. 종로초등학교 마당에 ‘최제우 나무’라고 명명된 큰 회화나무가 서 있는데, 수령이 400여 년에 이른다. 대신사께서 감옥에 있으면서 내다본 나무라고 하여 이 나무를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그곳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달성공원에는 1964년 3월 31일 대신사 순도 100주년을 기념하여 ‘대신사순도백주년기념동상건립위원회’가 주최가 되어 건립한 대신사 동상이 있다. 함께 돌아보면 어떨까 한다. 대신사께서 대구 감영에 갇혀 있을 때 해월 신사께서 옥리의 하인으로 분장하고 들어와 진지상을 올렸다. 이때 해월 신사에게 시를 한 편 내리고 또 멀리 달아나라는 ‘고비원주(高飛遠 走)’의 글을 내렸다고 한다. 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燈明水上無嫌隙 柱似枯形力有餘 등불이 밝아 물 위로는 아무러한 혐의의 틈이 없고 기둥이 마른 것 같으나 힘이 남아 있다. - 『동경대전』 윤석산 교수의 풀이에 의하면 등불의 빛이 물 위로 퍼져, 환하게 모든 것을 비추어 주듯이 자신은 아무런 혐의가, 또 아무런 잘못된 틈이 없다는, 자신의 무혐의와 결백을 노래한 시이다. 그런가 하면, 한울님의 도란 바로 물 위에 비추어 조금의 틈도 없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저 등불과 같이 세상의 모든 곳을 밝혀주는, 바로 그러한 참된 진리라는 의미가 이중(二重)으로 담겨 있는 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자신이 세상의 잘못된 제도에 의하여 죽게 되어도, 그래서 자신이 펼친 무극대도가 지금은 죽은 나무와 같이 보이나, 그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니라 후일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것이라는, 그래서 자신의 도가 이내 올바르게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시이다. 대신사의 거룩한 피는 대구 관덕당에 뿌려졌지만, 무극대도는 이어져 해월 신사의 지도력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갑오년 동학혁명의 뜨거운 불길로 번졌다. 의암 성사에 의해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도 300만 교인들이 힘을 합쳐 3·1혁명 만세 소리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대신사 순도의 피는 지금도 사해(四海)의 근원이 되어 흐르고 있다. 수암 염상철(守菴 廉尙澈) 1956년 충북 진천 출생 한국종교인연대(URI-K) 공동상임대표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수운최제우대신사출세2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천도교서울교구 후원회장 천도교중앙총부 종의원 의장, 감사원장대행 역임 (사)한국사회평화협의회 감사 역임 -
포덕 166년 11월 9일 중앙대교당 시일설교 "포덕, 어떻게 할 것인가"박인준 교령, “AI 시대의 포덕은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신앙” 수운·해월의 정신을 통한 포덕의 현대적 재해석…전국 순방 통해 교화 혁신 의지 밝혀 포덕 166년 11월 9일 봉행한 시일식에서 박인준 교령은 ‘포덕’의 참된 의미와 이를 오늘날 AI 시대에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했다. 박 교령은 “포덕은 나의 수행을 넘어 이웃과 사회를 위해 덕을 베푸는 삶 전체”라고 강조하며, 천도교 핵심 가치의 시대적 확장을 제시했다. 포덕의 의미와 수운대신사의 가르침 박 교령은 먼저 포덕의 본질을 수운대신사의 가르침에서 찾았다. 수운대신사가 “사람을 하늘같이 모시는 길(侍天主)”을 백성들에게 전하며, 자신의 마음을 닦는 수도(修道)를 넘어 타인을 돕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실천행을 강조했던 점을 상기시켰다.이어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인간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인간의 덕이며, 이것이 바로 포덕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였다. 수운·해월의 숭고한 희생과 제자들의 정성 박 교령은 교단의 뿌리가 된 숭고한 희생을 되짚었다. 수운대신사와 해월신사가 민중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몸으로 도를 실천하며 제자들과 함께 나라와 백성을 위한 포덕의 길을 걸었던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참된 포덕은 자기희생과 봉사에서 시작된다”며, 오늘날 교인이 나아가야 할 길은 말이 아니라 행동, 이론이 아니라 실천임을 역설했다. 천도교 쇠퇴 문제와 AI 시대의 새로운 포덕 방안 제시 박 교령은 “천도교의 쇠퇴는 교단의 본래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로만 도를 전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포덕 실천 방향으로 △가정에서의 포용과 화합 실천 △교단 조직 간 연대 강화 △지역사회 속에서의 봉공 확대 △청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실질적 교화 콘텐츠 개발 등을 제안하였다.“천도교인 각자가 ‘작은 모범’이 되는 삶을 살 때, 가족과 이웃, 사회 전체가 변할 수 있다”며 지상 천국 건설의 구체적 길을 제시했다. 전국 순방 통해 교령 직무에 새 활력…현장 중심 교화 강조 한편 박인준 교령은 지난 4월부터 남해, 부산, 경주,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연속적인 교령 순방 및 교육자 간담회를 진행해 왔다. 각 지역 교역자와 교인들을 만나 교화의 현실을 듣고, 향후 교단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뜻깊은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시일식을 기점으로 박 교령은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방 순방에 나서 수도권 교역자들과의 교화 간담회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는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교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교단의 통합과 혁신을 위해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보여준다. 천도교중앙총부는 박 교령의 설교가 교단 구성원들에게 포덕의 본래 의미를 다시 일깨우고, AI 시대의 새로운 교화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시원포 연원 2025 워크숍,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열려천도교 시원포(도정 명암 김성환)는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시원포 연원 조직 활성화’라는 슬로건 아래 ‘시원포 연원 2025 워크숍’을 11월 8일(토)~9일(일) 이틀간 경주 용담 동학교육수련원에서 개최하였다. 이번 워크숍에는 시원포 연원 70여 명을 비롯해 타 연원 5명, 비교인 3명 등 약 80여 명이 참석했으며, 입교식(6명)과 복교식(1명)이 함께 열려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마음을 여는 소통의 시간, 접별 토의와 퀴즈로 하나 된 열기 첫날 행사는 용담 교구에서 마련한 점심식사 후 교육수련원 대강당에서 시작되었다. 용암 주용덕 도훈의 집례로 청수봉전·심고·주문3회병송의 기본 예식을 봉행한 뒤, 명암 김성환 도정은 인사말에서 “시원포는 용담을 중심으로 한 신앙공동체로서 교단 개혁의 선두에 서고, 깊고 단단한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연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주용덕 도훈이 ‘시원포의 발자취’를 슬라이드로 상영하며 선배들의 헌신과 역사를 되새겼다. 원암 이승민 도훈의 진행으로 이어진 ‘나는 누구인가요?’ 시간에서는 참석자들이 자신의 입교 동기와 삶의 여정을 솔직히 나누며 서로의 신앙을 이해하는 자리가 되었다. 또한 ‘천도교’, ‘시원포’, ‘용담정’을 주제로 한 3행시 짓기 대회에서는 짧은 시간에도 수준 높은 작품이 쏟아졌으며, 이동교 선도사(용담교구)가 ‘용담정’을 주제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저녁 식사 후 열린 둘째 마당에서는 접별로 나뉘어 주제 토의와 퀴즈 대항전이 펼쳐졌다. 각 접의 주제는 ▲1접: 천도교의 미래 ▲2접: 나의 진짜 모습 찾기 ▲3접: 행복한 신앙생활 ▲4접: 신앙체계(시일·수련) 개선 및 포덕방안 등으로, 각 접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토론 결과 1접이 주제토의 1등을 차지했으나, 퀴즈 및 행운권 추첨 점수를 합산한 결과 최종 우승은 4접에게 돌아갔다. 이어 개인전 넌센스 퀴즈와 행운권 추첨으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으며, 홍삼세트·고급 샴푸 등 푸짐한 상품이 전달되었다. 합동수련·입교식·간담회로 결속 다져 둘째 날 새벽 5시, 참가자들은 대강당에서 합동수련과 기도식을 봉행한 뒤 용담정을 참례하였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룬 용담정에서 대신사 영정 앞에 모여 천도교와 시원포의 발전을 심고한 참석자들은 자연 속에서 깊은 평화를 느끼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후 용담수도원(진성관)에서 화암 최상락 수도원장의 진행으로 시원포 간담회 및 입교·복교식, 공로패 수여식이 열렸다. 간담회에서는 ▲용담수도원 활성화 ▲동학교육수련원 관리 방안 등이 논의되었으며, 덕화당 최귀조 선도사(용담교구)와 경순당 민순기 선도사(서울교구)가 공로패를 받았다. 입교·복교자는 박미자, 조민아, 조윤겸, 김교영, 신지환, 신지아, 유일형(복교) 등 총 7명이었다. 11월 9일 시일식 봉행 워크숍의 마지막 일정으로 11월 9일 오전 시일식이 용담수도원 대강당에서 봉행되었다. 일암 최중환 교훈이 집례를 맡았고, 중암 최석문 교훈이 음향을 담당하였다. 예식은 청수봉전, 심고, 주문3회병송으로 시작되었으며, 각암 안병준 교훈(울산교구)이 『탄 도유심급』을 봉독하였다. 이어 용담교구 합창단의 천덕송 ‘용담가’(1~2절)와 함께 분위기가 숙연해졌고, 화암 최상락 도훈의 설교가 이어졌다. 최 도훈은 “시원포가 용담의 뜻을 잇는 중심 신앙공동체로서 서로의 한울님을 모시는 ‘모심의 길’을 실천하자”고 강조하였다. 이어 천덕송 ‘우리의 길’(1~2절)을 합창하며 신앙의 결의를 다졌고, 명암 김성환 도정의 석별인사와 용암 주용덕 도훈의 경과보고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시원포 연원 2025 워크숍은 “소통과 화합”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연원 간의 결속과 신앙적 교류를 더욱 깊게 다지는 시간이 되었다. 참석자들은 “용담의 정신 속에서 시원포의 새로운 비전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기사 및 사진 제공 시원포 연원회 -
제64차 천도교연원회 동원포 모임 개최연원회 동원포(도정 철암 김영욱)는 11월 9일 오후 1시부터 부산시교구에서 32명의 관내 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64차 동원포연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동원포 연원의 발전과 교화 사업을 위한 현안을 논의하였다. 이날 연원 모임에는 부산과 경주, 창녕, 영산 등 경상남북도는 물론 서울에서도 참여하여 심화기화의 흐뭇한 장을 연출하였다. 정신당 박차귀 도훈의 집례로 각 교구 교역자 및 참석 동덕 소개에 이어 올해 환원하신 고암 한한숙 선도사(서울)와 수신당 박선희 선도사(부산시)의 성령출세를 기원하는 추모 심고를 한 후 연원회를 개회하였다. 연원회는 철암 김영욱 도정의 개회사, 휘암 하명출 고문의 격려사에 이어 현황 및 경과보고, 지역별 동정 보고에 이어 의안을 심의하였다. 김영욱 도정은 인사말에서 “연원회 모임은 우리 천포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유대를 강화하며, 포덕교화의 정보도 교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라면서 이를 위해서 “매매사사 한울님께 심고 드리고, 오관을 생활화해서 한울님을 염념불망, 영세불망하는 수도생활을 해 나감으로써 한때 두 분의 도정을 모시던 활발한 모임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하였다. 제1호 의안으로 포덕,교화 방안을 협의하여 사인여천의 마음으로 신입 교인에게 늘 관심을 갖고 신앙 안내에 정성을 다하자고 결의하였다. 제2호 의안으로 유대강화, 조직 활성화를 위하여 정기 연원회 모임 참여를 독려하고, 다음 번 모임 때는 더 많은 소식과 성과들을 보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결의하였다. 박차귀 도훈은 “이번 모임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환담을 나누며 모범적인 동원포가 되기 위해 심기일전 할 것을 다짐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아쉬워하며 헤어지면서 다음 모임을 기약하였습니다.” 동원포는 포덕 120년(1979) 5월 20일 경암 김경태 관내와 석암 성낙헌 종법사 관내 교인을 통합 개편하면서 연비모임을 시작하고 포덕 123년(1982) 11월 9일 ‘동원포(東源布) 이름을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 포덕 126년(1985) 12월 25일에는 일본 신호교구가 수보 편입되어 현재 7개 지역을 교도하고 있다. 사진 및 자료 제공 박차귀 부산시교구장 -
흥해 손봉조의 집남원 은적암에서 돌아온 이후 대신사는 각 처로 다니며 가르침을 폈다. 이러한 결과 동학에 입도하는 사람들도 나날이 늘어나고, 또 그 지역도 넓어져 다만 경상도 일원만이 아니라 충청도에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따라서 이러한 인원을 보다 조직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방법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접(接)’을 조직하는 것이다. 본래 접이라는 이름은 유생들이 쓰던 용어이다. 그러나 대신사께서 만든 접은 이와는 다르다. 흥해 매곡동(현재는 매산리) 손봉조의 집에서 행한 접주제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포항시 흥해 손봉조의 집은 매우 중요하다. 동학 교도가 늘어나자 대신사는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도하기 위하여 접(接)을 구성하였다. 그래서 각 처의 지도자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여 접주를 정해 주었다. 이때가 임술년(1862년) 12월 말이다. 본래 ‘접(接)’이라는 용어는 우리 전통 사회에서 쓰던 말이다. ‘접’은 예전에 글방 학생이나 과거를 보는 유생의 동아리를 이르던 말이었다. 또 보부상(褓負商)의 동아리를 이르던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신사께서 구성한 ‘접’은 이러한 개념과는 다르다. 접은 철저한 속인제(屬人制)에 의한 구성이다. 내가 한 사람을 포덕하면, 그 사람은 나의 접이 된다. 일컫는바 점조직과도 매우 유사하다. 한 사람이 잡혀도 그 사람을 포덕한 사람만 알 뿐, 그다음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경주 본부의 접주로 임명된 이내겸(李乃謙)은 본래 영천(永川) 사람이다. 그러나 이렇듯 경주 본부의 접주로 임명이 된 것은 동학이 본래 속지제(屬地制)를 따르지 않고 속인제(屬人制)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전도자(傳道者)와 도를 받는 사람 사이에 인적 유대를 중요시 여긴 까닭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도의 전수(傳受)는 ‘정신의 전수’라는 면이 강조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접 제도는 오늘까지 천도교에서 연원제(淵源制)로 전승되고 있다. 대신사는 이러한 접 조직을 통하여 갑자기 늘어난 동학 도인들을 조직하고 관리하였다. 그래서 손봉조라는 제자의 집에서 각처의 지도자들을 오게 하여 각 접의 접주(接主)를 정해 주었던 것이다. 각 접주가 마치 지역별로 정해진 듯하지만, 옛날에는 지금과 같이 이사를 하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서 죽을 때까지 몇 대를 이어가며 살았다. 그래서 비록 속인제이지만, 속지제와 같이 지역을 중심으로 접주를 정해 준 것이다. 접주를 정해 준 뒤에 새해인 계해년(1863년) 1월 1일 아침 대신사는 이에 대한 시를 쓴다. 訣 問道今日何所知 意在新元癸亥年 成功幾時又作時 莫爲恨晩其爲然 時有其時恨奈何 新朝唱韻待好風 去歲西北靈友尋 後知吾家此日期 春來消息應有知 地上神仙聞爲近 此日此時靈友會 大道其中不知心 도를 묻는 오늘, 아는 바가 무엇인가. 뜻은 새해 계해년에 있도다. 공을 이룬 것이 언제인데, 또 때를 만나겠는가. 늦는다고 한하지 마라. 그렇게 되는 것을. 때는 그 때가 있나니, 한탄한들 무엇 하리. 새해 새 아침에 운을 불러 좋은 때를 기다린다. 지난 해 서쪽, 북쪽에서 좋은 벗들이 찾아옴이여, 훗날 알리라. 우리의 이 집에서의 그날 그 기약을. 봄이 오고 있음을 마음으로부터 응하여 알 수 있으니, 지상신선의 소식 가까워지네. 이날 이때 신령한 벗들의 모임이여, 헤아릴 수 없는 마음, 그 가운데 자리한 대도(大道)여. - 『동경대전』 “지난해 서쪽, 북쪽에서 좋은 벗들이 찾아옴이여, 훗날 알리라. 우리의 이 집에서의 그날 그 기약을 [去歲西北靈友尋 後知吾家此日期]”이라는 이 구절이 바로 흥해 손봉조의 집에서 접주를 정한 사실이다. 지난해는 접주제를 행한 임술년(1862년)이다. 그해 말에 서쪽 북쪽에서 온 영우(靈友)들이란 다름 아닌 접주들을 일컫는 것이다. 이러한 접주제는 훗날 동학혁명을 보다 조직적으로 이끈 중요한 바탕이 된다. 손봉조가 살았다는 흥해 매산리의 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훗날 지은 집이 서 있다. 손봉조의 집 앞으로는 제법 큰 개천이 흐르고, 그 개천 건너편에는 마을 사람들이 쉬고 노는 정자와 당수나무인 팽나무가 서 있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인 이곳에는 그간 표지판 하나 없었다. 다행히도 필자가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동학역사문화선양회와 (사)동대해문화연구소가 2022년 11월 18일, 팽나무 부근에 ‘최초 동학 조직 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다. 또한 포항시에서도 동학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발굴하고 이곳을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시설로 홍보하는 것과 동시에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장소로 개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 다음 회 예고 : 대구 감영과 관덕당 편이 이어집니다. 수암 염상철(守菴 廉尙澈) 1956년 충북 진천 출생 한국종교인연대(URI-K) 공동상임대표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수운최제우대신사출세2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천도교서울교구 후원회장 천도교중앙총부 종의원 의장, 감사원장대행 역임 (사)한국사회평화협의회 감사 역임 -
[칼럼] 수운대신사 탄신 201주년의 다차원적(多次元的) 의미올해 10월 28일은 동학·천도교를 창명한 제1세 교조 수운 최제우 대신사(水雲 崔濟愚 大神師) 탄신 201주년을 맞는 매우 역사적인 날이다. 수운대신사의 탄생은 단순히 한 위대한 인물의 출현을 넘어, 혼란과 절망의 시대를 넘어 인류의 새로운 정신 문명을 열어젖힌 ‘다시 개벽(開闢)의 선언’이자 ‘시천주(侍天主) 시대의 서막’이었다. "사람의 몸에 한울님을 모셨다"는 시천주(侍天主)의 진리는, 19세기 말 서세동점(西勢東漸)의 문명사적 위기 속에서 동양의 오랜 문화적 자양분을 바탕으로 우리 땅에서 꽃피운 ‘자생적 근대화의 원천’이었다. 수운대신사의 탄생이 지닌 심오한 의미를 우주적, 지구문명적, 한국사적, 현대적, 미래적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깊이 있게 되새겨보고자 한다. 먼저 우주적 차원에서 살펴본다면 한마디로 ‘한울님의 강림과 무극대도(無極大道)의 선포’라고 말할 수 있다. 수운 대신사의 탄생은 우주적 차원의 거대한 전환을 예고한다. 1860년(경신년) 수운대신사가 상제(上帝, 한울님)으로부터 직접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받은 것은, 우주의 근원적인 이치와 진리가 인간 세상에 현현(顯現)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천명(天命)의 재확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유교적 이념 속에서 추상화되었던 '하늘'을 인격적인 한울님으로 재정립하고, 그분과의 직접적인 종교적 (신비) 체험을 통해 '천명'을 새롭게 받았다. 이는 인간의 내면에 영원히 존재하는 신성(神性)인 천주(天主), 즉 한울님을 모시는 시천주 사상의 출발점이 된다. 또한 ‘다시 개벽(開闢)’의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수운대신사는 우주의 순환이치에 의한 후천개벽(後天開闢)의 도래를 예언하며, 낡은 질서와 문명이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도덕 문명이 열릴 것임을 선포하였다. 이는 단순한 서구적인 종말론이 아닌, 인간의 도덕적 완성을 통해 이 땅에 지상천국을 건설하려는 능동적인 개벽 의지였다. 다음으로 지구문명적 차원에서는 ‘문명사적 위기를 극복할 동학(東學)·천도교의 창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세기 중엽은 서양 열강의 침탈이 극심해지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였다. 서양의 과학 문명과 천주교(=서학西學)가 동양의 전통적 가치관을 뒤흔들던 문명사적 위기 속에서 수운대신사는 동학(東學)·천도교를 창명하였다. 이는 서학에 대한 동학·천도교의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동학·천도교는 서학에 대한 자주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서학이 하늘의 권위를 교조적으로 강조했다면, 동학·천도교는 "그 도(道)는 같으나 이치(理)는 다르다"며 내재적 천(天) 사상인 시천주를 통해 민족적 자존을 지켜내고자 했다. 또한 이는 새로운 세계관의 제시라고 설명할 수 있다. 동학·천도교는 유(儒), 불(佛), 선(仙)의 삼교 회통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기존 사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드높이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제시했다. 이는 동양 정신 문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지구적 차원의 정신 혁명이었다. 셋째, 한국사적 차원에서는 ‘민족 자주 정신의 고취(鼓吹)와 만민 평등의 기치(旗幟)’로 말할 수 있다. 수운대신사의 탄생은 봉건 사회의 모순과 외세의 위협 속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에게 자주와 평등의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이것은 보국안민(輔國安民)과 광제창생(廣濟蒼生)을 내세운 것을 말한다. 수운대신사는 "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케 하며(보국안민)", "널리 창생을 구제한다(광제창생)"는 기치를 내걸고 사회 변혁을 위한 종교적 실천을 시작하였다. 이는 당시 백성(=민중)과 유리된 봉건 지배층의 사상과는 완전히 대치되는 진정한 민본주의 사상이었다. 또한 이는 신분 타파와 인간 존중을 의미한다. 시천주 사상은 "누구나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는 절대적인 만민 평등 사상으로 직결된다. 양반과 상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이 본래부터 존엄한 존재임을 천명함으로써, 조선 사회의 신분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사회혁명(=사회개벽)의 씨앗이 되었다. 이후 동학농민혁명과 3·1독립운동 등 근대 민족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넷째, 수운대신사 사상의 현대적 가치를 ‘시천주, 다시 개벽, 인내천’을 중심으로 생각해본다. 한마디로 수운대신사가 선포한 사상은 16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시천주(侍天主)’ 사상의 현대적 가치는 ‘정신 문명의 회복과 마음의 평화’라고 표현할 수있다. 시천주는 외부에 존재하는 신이 아닌, 내 마음속에 한울님을 모시고 그분의 지혜와 덕을 스스로 실현해 나가는 내재적 신앙을 강조한다. 이는 복잡하고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자주적인 정신 문명을 확립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구도의 길을 제시한다. 수운대신사가 가르친 주문(呪文)과 심신 수련법은 현대인의 정신 건강 증진과 인격 수양에 큰 도움을 준다. 시천주 주문을 통한 한울님과의 합일은 곧 참된 자아의 발견이며, 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사회적 조화를 이루는 밑바탕이 된다. 다음으로 ‘다시 개벽(開闢)’ 사상의 현대적 가치는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과 지속 가능한 삶’이라 말할 수 있다. 수운대신사가 제시한 ‘다시 개벽’ 사상은 물질 만능주의와 인간 중심주의가 낳은 ‘인류세(人類世)’의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생명 살림의 철학을 내포한다. 하늘의 조화(造化)가 만물에 내재한다고 보았기에,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모심과 섬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생태적 세계관, 생명 살림의 철학을 제시한다. 동학·천도교의 핵심 교리인 모심(侍)은 한울님을 모시듯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돌보며(養) 살리(生)는 ‘모심과 살림’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이는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존의 윤리’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인내천(人乃天)’ 사상의 현대적 가치는 ‘인간 존엄과 민주주의 완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해월 신사의 사인여천(事人如天)과 삼경(三敬)을 거쳐 의암 성사의 인내천(人乃天)으로 정립된 사상은 "사람이 곧 한울"임을 선언한다. 이는 모든 인권과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인 ‘인간 존엄성’을 종교적, 철학적 차원에서 최고 가치로 확립한 것이다. 이는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볼 수 있다. 인내천은 국가의 주인은 백성임을 뜻하는 후천개벽 사상과 맥을 같이하며, 현대 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참된 ‘국민 주권’의 가치를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정치 제도의 문제가 아닌, 사람을 하늘처럼 대하는 상생(相生)의 윤리를 요구한다. 다섯째, 수운대신사 탄생의 미래적 전망은 한마디로 ‘인류 보편의 도(道)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운대신사의 탄생과 동학·천도교의 창명은 인류 미래 문명의 방향타가 될 것이다. 동학·천도교는 더 이상 한국만의 종교가 아닌, 전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인 진리, ‘인류교(人類敎)’로서 그 가치를 확대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인내천 사상은 국가, 민족, 종교, 이념을 초월하여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존엄하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이 사상을 통해 인류는 근본적인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서구 물질문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수운대신사의 ‘다시 개벽’ 사상은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이루는 후천의 새 문명, 즉 상생적 생태문명(=지상천국)을 건설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동학·천도교의 ‘모심과 살림’의 정신은 인류 공통의 위기인 기후 및 환경 문제, 빈곤,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지구공동체(=지구행성)을 화합으로 이끄는 지혜의 보고로서 세계에 기여할 것이다. 동학·천도교는 인류가 한울님을 모시고(侍天主), 사람이 곧 한울임을 깨달아(人乃天), 이 세상에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개벽세(開闢世)’의 비전을 제시하여 장차 인류의 정신을 인도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운대신사 탄신의 의미는 ‘인류 희망의 등불’로서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이다. 수운대신사는 1824년 10월 28일,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는 동북아의 끝 조선 땅 경주에서 탄생하였다. 태어나는 날 구미산은 3일간 울어 세상에 신인(神人)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수운대신사 탄신의 의미는 어둠 속을 헤매던 인류에게 스스로 한울임을 깨닫고〔自天自覺〕, 새로운 세상〔後天, 지상천국〕을 열어가도록〔開闢〕 ‘희망의 등불’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이 땅에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수운대신사의 천도(天道)에 대한 깊은 가르침은 우리 천도교인이 나아가야 할 길이고, 나아가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인 진리이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우주시대에 가장 적합한 종교(宇宙敎)인 것이다. 우리는 이 뜻깊은 수운대신사 탄신 201주년을 맞이하여 수운대신사의 숭고한 정신을 깊이 새기고, 시천주와 인내천의 참뜻을 각득(覺得)하여 새로운 상생적 생태문명(=지상천국)의 건설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공암 박돈서(선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