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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의 목적과 방법설교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한 번은 심도 있게 논의해 보고 싶었다. 설교, 수련, 천덕송 보급, 교리의 체계화, 천도교 용어사전 편찬, 각주 경전 편찬, 어린이 강재 보급, 자선사업, 봉사활동 등이 모두 포덕․교화의 한 방편이 되겠지만, 이 중 설교가 포덕․교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한울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정성, 공경으로 한울님의 성령이 충만한 설교자의 말씀은 육체적․정신적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무위이화(無爲而化)로 병을 나을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신적 평화와 안정감을, 사업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성공에 대한 확신을, 사랑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영적 에너지가 있다. 이처럼 설교는 복잡한 현대문명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울님에 대한 좀더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 하고 인생의 온갖 어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좌표를 제시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나와 가정, 나아가서 사회 및 국가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분명한 목적을 세우고 노력할 때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듯이, 설교에서도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게 되면, 이에 맞게 계획을 수립하고 노력하여 설교 원고를 만들고 몇 번의 연습을 통해 본래 계획한 의도를 성취할 수 있다. 또 설교를 한 뒤에는 무엇이 잘못 되었나 스스로 반성해 보는 교역자의 자세가 될 때, 우리 교회의 장래는 그만큼 더 밝아질 것이다. 천도교에서의 설교 목적은 대신사님의 『동경대전』<포덕문〉에 밝혀놓으신 것처럼, 첫째 동덕들이 주문 수련을 통해 ‘영부(靈簿)’를 받아 세상 사람들의 육체적․정신적 질병을 건지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 동덕들이 주문수련을 통해 한울님의 은덕을 깨닫고 ‘시천주’ 한울님의 진리를 온 세상에 밝히며, 한울님의 진리에 맞게 올바른 생활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감동과 감화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선 천도교 내의 설교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각 교당에 설교를 할 만한 신앙의 실력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며, 게다가 대부분 충분히 준비된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내용 위주라는 점이고, 둘째, 동덕들의 일용행사와 가정문제, 사회문제를 도외시한 ‘자아완성’, ‘이신환성’, ‘보국안민’, ‘남북통일’, ‘포덕천하’와 같은 너무나도 크고 이상적인 목적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며, 셋째는 경전내용을 고지식하게 인용, 열거하는 식으로 실생활이나 시대조류와 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현행 설교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형식적 ․ 내용적 측면에서 설교의 올바른 방향과 설교의 단계를 한 번 정립해보자. 먼저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형식적 조건으로 첫째, 설교에 임하는 사람은 설교를 명(命) 받은 그 주에는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해야 한다. 둘째, 고저장단에 따라 물 흐르듯 어조 및 성량을 조절해야 하며, 설교 내용에 알맞게 감정이입이 되어야 한다. 셋째, 설교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교중에서 시간 문제가 가끔 거론되는 경우를 듣게 된다. 설교시간은 기왕이면 짧으면 좋다는 견해, 1시간을 다 채워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지만, 규모일치를 위해 설교시간도 의절에 분명히 명시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청중의 수준 또한 고려해야 한다. 즉 노년층, 장년층, 청년층, 유소년 층이냐에 따라 그 수준에 알맞은 언어 선택과 설명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 청중의 수준에 맞는 언어를 선택할 때 더욱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내적 조건으로, 첫째 설교 내용은 수련을 통한 깨달음이어야 한다. 수련하면서 깨달은 보편적인 생각은 누구에게나 가슴 속 깊이 심금을 울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전은 이의역지[(以意逆志) : 읽는 이의 생각으로 스승님의 생각을 거슬러 구하는 방법]로 공부해서 반영한 내용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승님 말씀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설교 내용에는 시대에 맞는 시사 내용이나 스승님 또는 선인들의 예화를 적절히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흥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폭넓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진리의 말씀을 보강하거나, 증명하는 논거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불교계의 성철 스님도 그러한 분중의 한 사람으로, 불교의 인연설, 윤회 사상 등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영적 세계를 공부한 학자들의 책을 인용했고, 사후세계를 증명하기 위해 영혼사진을 예로 들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물리학까지 섭렵해 불교사상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또한 프랑스의 미셸 노스트라다무스, 조선조 명종 때 철인 격암 남사고, 미국의 에드가 케이시․루스 몽고메리 등의 예언가 말들을 인용하면서 후천 개벽의 운수를 설파하여 비판이 되기도 한 증산도의 『이것이 개벽이다(안경전 편저)』란 책도 이런 아류에 들지 않나 싶다. 그런데 우리 종단은 어떠한가? 우리 도의 가장 근본인 수련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더구나 경전과 교사를 연구하는 사람도 극소수이며, 나아가 폭넓은 독서와 연구로 천도교의 진리를 좀더 시대에 맞게 체계화하고 증명하여 널리 알리려는 도인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음으로 설교의 단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설교의 단계는 편의상 원고 설교, 메모 설교, 강화(降話) 설교로 나눌 수 있는데, 초보자 입장에서는 원고 설교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원고를 써서 설교를 하다가 메모를 해서 설교한 뒤, 차원 높은 경지에 가면 강화 설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제는 시대의 변천과 함께 설교도 다양하게 바꿔져야 한다. 일용행사를 다루는 설교, 개인의 삶과 가족 문제를 다루는 설교, 사회문제, 국가문제를 다루는 설교 등 다양한 설교가 필요한 때이다. 이상 수련의 목적과 방법 및 설교의 단계에 대해 지극히 단편적이고 수박 겉핥기 식의 논의를 해 보았다. 동학은 여느 종교와는 달리 믿음의 종교요, 깨달음의 종교이기에 무극대도에 신명을 바칠 수운 학도는 정성, 공경, 믿음으로 공부와 수련에 능한 자가 되어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진정한 설교자가 되어야 한다. 깨달음은 로고스(이성)의 분석력과 파토스(감성)의 직관력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불이 붙는다. 이럴 때, 우리는 황홀감을 느끼고 영대(靈臺)가 환하게 열린다. 부디 훌륭한 설교자들이 많이 나와 동덕님들에게 이런 경지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글 운암 오제운( 신태인교구장, 동귀일체 고문) -
포덕 166년 7월 6일 천도교중앙대교당 시일설교 "K영성과 주문수련"혜원당 김춘성 선도사는 지난 7월 6일 천도교중앙대교당 시일설교에서 천도교의 핵심 수행법인 ‘주문 수련’의 현대적 의미와 가치를 강조하며, 이를 통한 개인의 변화와 사회 치유 가능성에 대해 설파했다. 김 선도사는 “천도교 주문 수련은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켜,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며 발생하는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혼자 하는 주문 수련이든, 단체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수련이든 모두 수행의 깊이를 더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련 초기에는 몸이 떨리고 체내 에너지의 변화와 함께 한울님을 체험하는 감정이 일어납니다. 이는 곧 경외지심(敬畏之心)을 일으키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변화를 가져옵니다”라고 하며 주문 수련을 통해 겪는 내면적 체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주문 수련은 사회적 갈등과 경쟁에 지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해월 신사님의 유언처럼, 언젠가 서울 장안에 주문 소리가 진동하는 날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라고 설교를 마무리하며, 적극적인 수련 실천을 독려했다. 이번 시일식 설교는 천도교 수행의 현재적 의미를 되새기고, 신앙적 실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
2일, 수원교구 정기총회 열려수원교구는 포덕 166년 2월 2일 정기총회를 개최하였다. 개회에 앞서 참석인원 30명, 위임 15명으로 총회가 성원되었음을 알리고, 운암 이창용 교화부장의 집례로 개회식순에 따라 청수봉전, 심고, 주문 3회 병송 후 교구장(지암 장구갑)과 감사장(축암 김천일)의 인사말 후 포덕 165년 교구 업무보고를 하였다. 이번 정기총회에서 교화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포덕 163년부터 해마다 5월부터 10월까지 둘째 토요일마다 교인 간의 심화기화를 위하여 교당에서 하루수련을 하였다. 5시에 새벽기도식을 시작으로 새벽, 오전, 오후 3차례 주문수련과 영상시청, 경전봉독, 저녁 6시 오후 수련을 하는 일정으로 올해에는(포덕166년) ‘도심 속의 열린 수도원’으로 수원교구 교인 외에도 참석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하였다. 또 매 시일식 후 30분간 주문 수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계속해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덕165년 1월 1일부터는 함께하는 기도식을 아침과 저녁에 교구 카톡방을 활용하여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새벽 기도식과 저녁 9시 기도식의 좋은 습관과 함께하고 있다는 좋은 기운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성남, 송탄, 수원교구가 진행한 합동시일식이 있었으며, 포덕 166년에도 인근 교구와의 합동시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시일(사회문화부, 장효재, 이윤정, 조인숙, 김순연 동덕 진행)은 매월 둘째 시일에 전국 어린이 온라인 시일, 매월 셋째 시일에는 인근 교구 어린이들과 함께 수원교구 1층에서 어린이 시일을 하고 있으며, 총부의 즐거운 도가 모임 지원과 수원교구 여성회의 지원으로 보다 유익하고 다양한 행사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며 어린이 사업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외에도 매 시일 설교내용을 녹음하여 교구대화방에 올려서 시일 참여 못 하신 분들도 설교내용을 들을 수 있고 반복 청취도 가능하도록 하였음을 경과보고하였다. 한편 교무부는 매달 진행하고 있는 교인 생일축하식과 기념일행사 등 교내활동과 제암고주리 추모 행사 등 대외행사에 대한 평가도 하였으며 기존의 도서관리와 교적부관리를 전산화시켜서 보관하고 있으며 1년 동안의 활동사진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사업과 기타 경조사 관련 등 교무부 활동 보고를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사회문화부는 어린이 시일활동과 3.1운동 기념사업회, 경리부는 지면자료를 교인들과 함께 보며 항목별 수입. 지출내역 등을 교인들에게 경과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어서 임시의장(운암 이창용 교화부장), 서기(순심당 조인숙 교무부장)신임 교구장 및 감사장 선출을 진행하였다. 임시의장께서 교구장, 감사장 선출 방식에 대한 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암 안춘보 교구장, 축암 김천일 감사장(연임)으로 만장일치 추대하였다. 신임교구장으로 추대된 지암 안춘보 교구장은 첫째, 어린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어린이 전담교사를 두어 어린이 시일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어, 청년회 사업, 여성회 활성화의 사업계획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축암 김천일 감사장은 오고 싶은 교구, 즐거운 교구가 되도록 노력하는 교구가 되자고 말했다. 포덕 166년, 수원교구가 새로운 교역자들과 함께 힘차게 교구를 발전시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
포덕165 종학대학원 하계수련 소감여름은 나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계절이다. 따갑고 자외선이 강한 햇살을 피해야 하는, 치료되지 않는 피부질환이 있어서다. 20대부터 여름에는 좀체 움직이지 않았고 이런저런 모임이나 여행도 여름에는 피했고 야외활동을 할라치면 해가 지고 난 후에 했다. 이번 여름에도 오랜 습관처럼 지내겠거니 생각했는데 종학대학원 하계수련을 한단다. 여름이기도 하고 나는 청강생이라 참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우리 교구에서 연암 부산분원장을 비롯한 종학대학원 수강하는 어르신 여러분과 최근 입교한 신입 교인-말이 신입이지 실은 동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분들이다-중 종대원생 세 분 모두 참여하신다니 우리 교구의 원우들은 다 가는 셈이다. 안가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햇살 대신 비가 오면 좋을텐데... 다행히 하계수련 내내 비가 올 것이라 한다. 일기예보가 반가울 수도 있구나. 게다가 의창수도원은 한 차례 방문은 했어도 한 번도 수련해 보지 못한 곳이라서 수련 의지가 조금 솟아올랐다. 이곳은 의암성사께서 독립정신을 고취하고자 수차례에 걸쳐 전국의 동학 지도자들을 불러들여 49일 수련을 시키시던 곳이 아닌가. 원우 여섯 분과 분원장님을 부산역 대합실에서 만나 사진 찍고 두런두런 담소도 나누다 보니 나들이 가는 느낌이었다. 의창수도원에 모인 전국 각지의 서른다섯 분 동덕님들을 만나 보니 그 옛날 동학 지도자 못지않게 각오와 도력이 단단하셨다. 지난 용담정 겨울수련에는 짧은 기간 참여해서 여러 원우들과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함께 밥을 먹고, 설거지하며, 쉬는 시간에 차를 나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었고 각자의 직업과 신앙 이력 등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매일 오후마다 한 차례씩 열린 특강은 천도교의 주문수련과 경전, 역사 등 교인이라면 누구나 관심 가질 만한 주제였고 여느 강의 못지않게 알찬 강의였다. 혜원당 김춘성 상주선도사님은 오랜 수련경험과 경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입문자를 위한 수련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셨다. 종학대학원생 대부분은 이미 오랜 수련을 해온 분들이라 신입 교인이나 자녀들에게 올바른 수련의 절차와 방법을 안내하고 지도할 위치에 있어서 혜원당님 강의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혜원당님은 소춘 김기전 선생님이 「신인간」에 기고하셨던 글과 당신의 수련체험을 맛깔나게 잘 버무려서 우리에게 알려 주셨는데 매우 구체적이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주문을 외울 때 한울님에 대한 경외지심, 한울님 기운과 하나가 되려는 강렬하고 간절한 마음, 오직 일념으로 주문의 뜻을 생각해야 하는 점을 강조하였고, 수련 중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소개하는 등 타성에 젖어가던 나의 주문공부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특히 강화에 대한 해원당님의 말씀 중에 깊이 와닿았던 것이 있다. ‘질문이 없으면 강화가 없다’는 말씀이다. 나는 ‘스승님의 가르침이 지금 여기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경전의 어떤 말씀을 두고 그게 무슨 뜻일까 깊이 고민하는 중에 어느 날 느닷없이 답을 얻은 적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혜원당님의 말씀을 듣고 그 일이 강화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다른 원우가 또 이렇게 질문했다. “천도교인과 동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살겠습니다’와 ‘잘 알겠습니다’의 차이가 아닐까요.”라고 답하셨는데 정리를 참 잘해주시구나 싶다. 아니, 그렇게 살아오셨으니 쉽고도 명쾌한 대답이 저절로 나오는 것일 게다. 앞으로 포덕하는 현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강의였다. 물론 체험이 선행되어야겠지만. 두 번째 특강은 윤석산 교령님께서 맡아 주셨다. 연일 바쁘신 중에도 방문해 주시니 우리로선 감사하지만 교령님의 건강이 염려된다. 피로가 쌓인 모습에 의자에 앉아서 강의하시길 권했다. 수련생들 모두 걱정스런 시선으로 교령님을 쳐다보는 가운데 오히려 교령님께선 여유있게 유머를 구사하며 강의를 이끄셨다. ‘동학’에서 ‘천도교’로의 大告天下 당시 시대상황과 일본 제국주의의 억압에 맞서 의암성사님께서 용시용활하는 전략을 짧은 시간 동안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셨다. 동학의 종교화를 위하여 오관을 제정하고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간행하는 한편, 교리강습소를 운영하고, 출판사를 인수하여 교리해설서를 출간하여 일관된 교리체계를 세웠던 과정을 학술적 근거 자료를 제시해 가며 생생하게 설명하셨다. 또한 성사께서 일제의 탄압을 뚫고 천도를 계승 발전시키고, 전국의 지도자들을 천도교 신앙심으로 결집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독립과 개화에의 열망으로 승화시켜 가는 과정을 배운 값진 시간이었다. 이번 특강은 현재 교단의 엄중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의암성사님과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교령님의 마음이 담긴 것으로 다가왔고, 교인들의 同歸一體, 同歸一心을 촉구하는 간절함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우들의 힘찬 박수에는 교단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교령님이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고, 오랫동안 교인들에게 스승님의 가르침을 전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세 번째 특강은 탁암 심국보 전 신인간 주간이 진행하셨다. 나는 진작에 탁암님의 진가를 엿보았다. 「신인간」의 기획 기사와 저서 『동학의 비결』, 블로그의 여러 글에서 웅숭깊은 글을 보면서 조용히, 그리고 오랜 시간 스승님의 가르침을 속독상미하여 재해석해 내고 마음공부도 많이 하신 분이구나 생각했다. 탁암님의 강의는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양철학의 치열한 논증과정을 보여주었고 뇌과학의 최신 성과까지 다루었다. 나는 평소 서양이라는 지리와 그 산물인 서양인도 한울님 조화의 흔적인데 당연히 몸과 마음, 정신, 이성과 감정 등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철학과 종교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비록 과문하여 전체를 조망할 수 없지만 서양의 주류가 아닐지라도 동양사상 또는 동학의 사상에 필적하는 흐름도 있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었는데, 탁암님의 강의는 이런 점을 잘 짚어 주셨다. 그럼에도 탁암님의 강의 방점은 행도(行道)에 있는 것 같다. ‘정명선의(正明善義. 바르고 밝고 착하고 의롭게)’(의암성사, 「성범설」), “주문 천 독하는 것이 선한 마음 한 번 쓰는 것만 못하고, 선한 마음 천 번 쓰는 것이 한 번 기운 상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묵암 신용구 강론집, 『글로 어찌 기록하며』), “지상천국이란 ‘개인과 공동체가 고통받지 않는 것’”(성해영,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등 이런 말씀을 들려줌으로써 ‘마음’을 닦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그나저나 막걸리 한잔 나누게 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네 번째 특강은 지암당 서소연 교무처장님이 맡으셨다. 지암당님은 종학대학원에서 축구선수 박지성과 같은 존재다. 그는 미드필더였다. 미드필더는 전체 경기흐름을 조율하고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그 역량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리는 핵심적인 포지션이다. 팀이 위기에 처하면 직접 골을 넣어서 팀을 패배에서 구하기도 한다. 나는 지암당님이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지암당님이 아니라면 종학대학원이 이 정도의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학기 중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동, 하계수련을 잘 조직하였고, 다양한 콘텐츠가 갖춰진 수련회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급기야 직접 골(특강)까지 넣지 않았는가. 종학대학원 원우님들의 연세가 높은지라 첨단(?) 테크놀로지 활용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상황에서 매번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특강을 통해 원우들의 디지털기기 활용능력을 조금이나마 높였다고 본다. 지금까지 학기 중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어서 전국 각 지역의 원우들의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좀 해소되었기를 바란다. 이번 하계수련의 하이라이트는 수련시간이었다. 새벽, 오전, 저녁에 하루 세 차례 수련하는 시간에는 참여한 모든 분들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원우들은 물론이고 대구시교구장님의 사모님과 막내 따님, 원처근처에서 격려차 오신 교인, 또 아직 입교하시지 않았지만 동학 천도교에 깊은 관심을 가진 여러 동덕님들 모두가 “주릴 때 밥 생각하듯이, 추울 때 옷 생각하듯이, 목마를 때 물 생각하듯이” 간절하게 큰 소리로 주문을 외웠고, 비고 고요한 경지에서 묵송을 하였다. 특히 서종환 수도원장님은 경전과 수련에 관한 강의는 수련시간을 더욱 가열차게 했다. 젊은 시절부터 이어온 마음공부에 대한 갈망과 여정, 경전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일목요연하게 꿰는 놀라운 혜안 등 실로 예상치 못한 말씀이 수련시간마다 이어졌다. 심지어 1시간 30분 동안 주문수련하지 않고 꼬박 말씀으로 이어가도 원우들은 원장님의 말씀을 더 듣길 원했던 적도 있다. 여기에 원장님의 말씀을 옮길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많은 교인들이 의창수도원에서 하루라도 머물면서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수련도 해보길 권한다. 환경이나 재정적으로 매우 열악한 여건인데도 수도원장직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다. 사모님은 또 어떠신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하루 세 끼 비할 데 없는 정성으로 수련생들을 대접하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그러고 보니 용담수도원을 비롯한 전국의 수도원의 원장님들이 다 그러하지 않은가? 천도교를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이 드러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새삼 원장님들께 감사드린다. 아, 빠트릴 뻔했네. 수암 김희수 마산교구장님은 참으로 독특한 분이시다. 펄펄 넘치는 기운으로 하루 세 번 몸살림 운동으로 굳은 몸을 풀어주셨다. 그냥 몸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동작에 노래를 곁들여 신명을 이끌어내는 드문 능력을 지닌 분이다. 우리 가락이, 신명이 안에서 샘솟듯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 같다. 게다가 목청은 얼마나 좋으신가. 높은 음을 쑥쑥 잘도 뽑아내신다. 옆에 있으면 나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수련기간 내내 몸으로 노래로 기운을 북돋워 주셔서 감사하다. 천덕송 지도를 해주신 천도교 연합합창단 지휘자 김윤경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오랫동안 천덕송과 송가 보급에 고군분투해 왔고, 합창단 지휘도 맡아 연주수준을 높이고 각종 행사에 활력을 불어넣으신 분이다. 하계수련을 위해 피곤하고 바쁜 와중에도 노래를 지도하러 오셨다. 게다가 수련생들의 성화에 못 이겨 목상태가 조금 좋지 않음에도 열창까지 해주셔서 큰 호응을 얻었다. 아직도 천덕송을 부르는 그녀의 美聲이 귓가에 맴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여름에는 따가운 햇살도 피하고 유익한 강의도 듣게 되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고, 수련 기간 내내 오롯이 마음을 한곳에 모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각오를 해본다. 아직 나의 마음에 티끌이 많아 순도 100% ‘寶鏡’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이제부터라도 티끌 한 점 한 점 떼어내 보자. 글 노암 강병로(대동교구) 사진 종학대학원 제공 -
지극한 정성과 공경으로만나서 반갑습니다. 부산시교구에서 교당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도사님, 천도교 신앙생활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천도교 집안에 시집을 왔지요. 결혼하니까 시댁이 천도교 집안이었어요. 결혼식도 천도교 식으로 했고, 결혼하고 바로 첫 번째 시일날 입교식을 했지요. 그 후엔 시일마다 교당에 다니게 되었는데, 제가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경리부장을 시켜주시더군요. 그래서 뭣도 모르고 경리부장을 했어요. 참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어요. 당시에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천도교 신앙의 가르침은 어떻게 마음에 와 닿았나요? 처음엔 제가 뭘 모르고 수련을 시작했지만, 제게 많은 분들께서 가르침을 주셨어요. 우암 김명진 종법사님께서는 살아생전 제게 주문만 열심히 하면 다 될 거라고 하셨고, 그래서 주문수련을 아주 열심히 했어요. 31세에 시작한 공부가 벌써 40년이 흘렀네요. 당시 제가 다니던 선구교구에서는 경전봉독으로 용담유사만 열심히 읽었어요. 용담유사 구절이 한울님 가르침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구절 구절이 그랬어요. 그렇게 15년 동안 전국의 수도원을 다니면서 끊임없이 공부를 했어요. 수련을 하다 보니 성격도 많이 고쳐지고 새카맣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지요. 저를 오랫동안 보신 90살이 된 어르신들 말씀이, "수인당이 처음에 교당 왔을 때는 얼굴이 새카맸는데 지금은 온 얼굴이 밝아졌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수련을 하면서 마음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었고, 좋은 점은 엄마가 늘 공부를 하니까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 말도 잘 들었어요. 천도교 신앙은 자기 완성의 수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련을 하면서 삶이 더 좋은 방향으로 전환되어가는 과정을 겪으셨네요. 그렇습니다. 제 평생 늘 감사한 마음으로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남편을 만난 일이에요. 남편을 만났기 때문에 천도교를 알았잖아요. 그래서 사람이 됐잖아요. 제가 처음 천도교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고 또 시골에서 자랐으니까 너무 어리숙하고 순진했지요. 그런데 천도교 공부를 하다보니 지혜와 용기가 생겨나고 한울님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받으면서부터는 제 안에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던가요? 신앙의 큰 힘을 느끼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한울님의 가르침으로 집안이 바뀌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어요. 그 덕에 집도 사고 재산도 늘려가는 재미도 알게 되었지요. 저는 큰 부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세상 살아가면서 참 행복하다고 느껴요. 늘 주문수련을 하고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나는 평생을 주문 공부를 안 하면 죽는 줄 알았어요. 공부를 다 하면서 경전을 외우게 된 거죠. 또 하나는 작년에 내가 쓸개 제거 수술을 했어요. 쓸개에 돌이 있다는 것은 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예전에 용담에서 수련을 하는데, 쓸개 자리에 조그마한 점이 느껴졌어요. 그때 제게 느껴진 한울님 가르침은, 아프지 않으면 이렇게 평생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고 잊어버리고 살았죠. 그 돌이 처음에는 3개, 그다음 7개까지 늘어났는데 하나도 안 아팠어요. 그런데 작년에 소화가 안 돼서 병원에 가니까 쓸개주머니에 돌이 가득 찬 거예요. 할 수 없이 쓸개 제거 수술을 했죠. 그리고 교구에서 맡고 있던 직책을 모두 내려놓고 쉬려고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교화부장을 맡게 되고, 설교도 다시 하게 되니 또 건강해지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내가 앞으로 인생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아직 모르지만 나에게 남은 날들 하루하루를 아낌없이 쓰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한울님 감응을 받고부터는 하루를 전투적으로 살게 되었어요.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큰 울림을 주시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선도사님께서 오랜시간 마음공부를 해오셨는데, 마음 속에 늘 품고 계시는 가르침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화악산 수도원에서 21일 동안 100만독 수련을 한 적도 있는데, 저에게 수련을 지도해주신 분들께 정성과 공경을 배웠습니다. 그 수련으로 인해 마음도 자유로워진지 오래되었고요. 늘 만나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친구들을 만날 때나, 어른들을 만나면 늘 대접하고 마음을 나눕니다. 만물에 대한 정성과 공경은 천도교 신앙의 가장 큰 가르침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해주셨듯이 40년 이상 신앙생활을 해오셨는데 천도교 신앙의 장점이 무엇인가요? 수련을 지극히 하면 알게 됩니다. 저는 처음 주문수련을 열심히 할 때 강령이 오기도 하고, 어떤 형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소리로 들려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 언제가부터는 순간순간 한울님의 감응이 있다는 걸 알게 되더군요. 모든 순간 내 마음이 편안한 마음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 마음이 어느 정점에 이르게 되면 자유로워지죠. 나의 마음에 어떤 틀이 있었다면, 그 틀이 다 깨져서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그리고 우주와 내가 하나가 돼버려요. 자존심이나 밉고, 곱고, 좋고, 나쁜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게 되면서 편안해집니다. 어떤 일이 앞에 닥쳐왔을 때 바로 답이 바로 나와요. 천도교를 하니까 자유로워서 좋아요. 마음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서 좋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집 모든 식구들에게 포덕을 했어요. 교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말씀 해주세요. 1년에 한 번씩이라도 대대적으로 교인들을 대교당으로 다 모이게 해서 다 같이 주문 수련을 하면 좋겠습니다. 제가 대교당에 갈 때마다 어떤 기운을 느끼는데, 교인들이 다 모여서 주문 합송을 하면서 교인들과 함께 마음의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울님께서 가르침을 주시는 걸 언제 느끼세요? 또 인터뷰를 통해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힘든 역경을 건너가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설교라는 것은 스승님 말씀을 바탕으로 교인들이 신앙생활하는데 보탬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설교를 할 때나 어떤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내가 앞으로 몇십 년을 살 거라 생각하면 오늘의 이 어려움이 참 힘들게 느껴져요. 근데 내가 오늘만 살고 끝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힘든 게 없어요. 내가 있어야 무엇이 있지.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어요. 오늘 이 순간만을 살고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은 없어요. 그게 답이에요. 하루를 알차게 살면 좋겠어요. 많이 살아봐야 100년 사는 인생이잖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오래 생각하고 마음에 담은 말들이었다. 그리고 인터뷰에 실린 수인당 손윤자 선도사의 지극한 정성과 공경의 마음이 역경과 고난을 건너가고 있는 누군가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랐다. 손윤자 선도사 1976년 입교(선구교구) 부산시교구 어린이회 지도교사, 여성회장, 감사, 순의포 도훈 역임, 현 부산시교구 교화부장 -
한울님의 은덕으로“나는 천도교를 안 한다고 했는데, 우리 고모부가 나를 포덕 시키기 위해 대구에서 부산까지 오셨어요. 저를 포덕 시켜야 집안이 다 포덕이 된다고요. 새벽에 5시 기도식을 하시는데, 가만히 혼자서 생각하니 아, 이거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고모부가 나 때문에 이렇게 오셨는데 안 되겠다. 벌떡 일어나서 고모부, 저 입교하겠습니다, 말씀드리고 입교를 했습니다.” 대동교구에서 만난 유재원 선도사는 입교 후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해왔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랜 신앙의 역사를 이어온 집안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를 이어 지극한 정성으로 살아온 삶의 궤적이 느껴졌다. 천도교를 하시면서 어떤 점이 큰 힘이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한울님 잘 모시고 항상 우리가 수시로 뭔 일 있으면 아이고 한울님, 아이고 우리 스승님 하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건강합니다. 크게 걱정 안 하고 사는 것, 제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그게 전부입니다. 제 형제들이 7남매인데 거의 다 천도교를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6.25가 끝나고 그 이후에 이북 평양사람인 우리 고모부가 거제 수용소에 계시다가 나오면서 우리 집 주소를 갖게 되셨죠. 거기 계시다가 나오시니 갈 곳이 없으니까 우리 집을 찾아오신 거예요. 우리집이 고모부의 처갓집이죠. 우리 집에 계시게 되면서 우리 집안이 천도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도 옛날부터 천도교를 신앙을 좀 하신 분이니, 고모부가 집에 오시면서 우리 집안이 전부 다 천도교 집안을 만드신 거죠. 저는 천도교를 젊을 때는 안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천도교를 하게 되었고요. 집안 어르신들이 천도교를 하셨으면, 어릴 때 어르신들이 어떻게 신앙생활 하셨는지 혹시 기억나시는 거 있으세요? 선대에서부터 천도교를 열심히 하셨어요. 내가 한 예닐곱 살 됐을 때 시골 동네에 자라면서 우리 외갓집 외할아버지가 저녁이 되면 나를 무릎에 앉혀놓고 밥 먹는 걸 좋아하셨어요. 외할아버지가 21자 주문을 자꾸 외우면 병도 안 오고 건강해지고 똑똑해진다고, 무서움도 없고 귀신도 없다고 하시면서 가르쳐주셔서 제가 팔을 흔들며, "지기금지 원위대강.." 온 동네를 뛰어 다니면서 주문을 외웠던 기억이 나요. 천도교 신앙을 하게 되면서, 외할아버님 말씀처럼 21자 주문이 두려움을 없애주기도 하던가요? 저는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제가 교통사고도 세 번이나 크게 당했습니다. 차가 완전히 다 부서져 버렸는데 몸에는 조그만 털끝 하나 다친 곳이 없어요. 급발진 사고였는데, 한올님이 돌보지 않으셨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보고 대동교구 일 잘 하고 인재를 양성시키라고 살려준 것 같아요. 죽음의 고비를 세 번, 네 번 겪으면서 이렇게 멀쩡한 걸 보면 정말 기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어요. 항상 한울님이 돌보고 계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님께서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고 그 덕에 우리들이나 또 우리 아이들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고 또 그 덕에 다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암 나인협 선생의 흉상을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세우다 유재원 선도사는 현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조성된 나인협 선생의 흉상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과거 대연교구 시절 직접 화단을 정비하다가 비석을 발견하는데, 바로 나인협 선생의 묘비였던 것. 그때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듯했다. 나인협 선생을 기리고 선생의 업적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했고 그 일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때부터 지자체와 협력하여 흉상을 세우는 일에 힘썼다. 그리고 부산시 남구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으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선생의 흉상이 조성된 것이다. 나라를 잃고 땅을 빼앗긴 식민지 시기, 천도교신앙이 보국안민의 실천으로 이어진 것처럼 유재원 선도사의 신앙이 실천으로 이어지기까지 한울님의 은덕이 모든 순간마다 운명처럼 펼쳐졌다고 말하며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인협 선생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1인으로서, 1872년 10월 8일 평남 성천에서 태어나 포덕 47년(1906) 11월 30일 의암성사로부터 홍암(泓菴)이라는 도호를 받았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공부했고 19세인 1892년 동학에 들어 동학혁명에도 참여하였다. 나인협은 의암성사를 비롯하여 권병덕, 나용환, 박준승, 이종훈, 임예한, 홍기조, 홍병기와 함께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동학혁명에도 참여한 9명 중 한 사람이다. 해방 후 평남 성천에 머무르면서 교회 원로로서 활동하다가 1.4후퇴 때 월남하여 부산 피난민촌에서 살다가 포덕 93년(1952) 환원하였으며 빈소는 천도교부산시교구에 마련되었다. 부산 대연동 산 중턱에 안장되어 있던 선생의 유해는 포덕 114년(1973) 서울현충원으로 이장되었다. -
남정포, 포덕165년 정기총회천도교 남정포(운영위원장, 도정 맹암 정의맹)에서는 포덕 165년 정기총회를 개최 하였다. '심화기화(心和氣和)로 동귀일체(同歸一體)』합시다' 라는 주제로 천도교 최대 성지 경주 용담정에서 서울, 경기, 순천, 남해, 진주, 통영, 창원, 부산, 울산 등지의 소속 교인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1박 2일 간 성황리에 마치며, 교단중흥을 위한 선제적이고 의욕적인 활동을 주도할 것을 표명하여 향후 활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정포 연원회 정기총회는 포덕 165년 6월 15일(토) 오후 2시, 접수를 시작으로 천도교 1세교조 수운 최제우 대신사님의 생가 방문과 태묘 참례를 하고 정기총회, 저녁 기도식, 지역별 대표자 소속 교구 현황보고 및 참석자 소개, 소감 발표 등으로 첫째날 일정을 소화하고 둘째날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새벽 기도식 및 수련, 용담정 참례, 임시운영위원회 개최, 맹암 정의맹 도정 강도, 시일예식 봉행 등으로 진행하였다. 총회는 총무 해암 정성완(천도교 종의원)동덕의 집례로 진행하였으며, 정기총회 시작 전, 환원하신 숙덕 어르신에 대한 추모 심고(故 명암 김천일 선도사, 심신당 고윤심, 장현숙 동덕), 성원보고, 개식, 청수봉전, 심고, 주문 3회 병송, 여는 말씀 (운영위원장 정의맹 도정), 환영사(최상락용담수도원장), 전차 회의록 낭독 및 결산보고 보고, 재무보고, 의안상정 및 심의(운영위원회 회칙심의, 포덕교화사업 논의, 심화기화 동귀일체 방안 논의 , 청년 활성화 방안 논의), 닫는말씀, 폐식심고 순서로 진행되었다. 맹암 정의맹 도정은 여는 말씀 시간을 통해 "우리 남정포는 포덕 104년 2월 11일 회암 하준천 선생님의 환원 이후, 천도교 남해지역 연원조직이 묵암 선생님의 교화,교도를 받기로 결정되어 (포덕104년2월17일) 세 분의 연원 두목을 지명한 결과, 남정포는 정암 고정훈 종법사님의 지도를 받기로 하였다"고 회고하면서 지도방침과 교화방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문하였다. 지도 방침으로는 중진 교역자의 3대 덕목으로 첫째, 무게가 있어야 하고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한다. 둘째, 숫 되어야 한다(순진하고 어수룩하다). 꾸밈이 없고 솔직해야 한다. 셋째, 부모심을 가져야 한다. 즉 교회사나 신앙에 있어 포용력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였다. 교화 방침으로는 첫째, 지조가 있어야 한다. 신앙생활에 있어 번복지심이 생겨서는 안 되고 굳건한 사상을 가져야 한다. 둘째, 포부가 있어야 한다. 이는 사람의 그릇이다. 그릇 즉 기량(器量)이 작으면 포부도 작아진다. 신앙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셋째는 절개(節介)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근기(根氣)로 대쪽같은 절개를 흔히 말하고, 옳은 일, 옳은 신앙에는 굽힘이 없어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강조하였다. 최상락 용담수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근래 매년 용담을 찾아주시는 남정포 동덕여러분을 환영하며 부러운 마음과 함께 남정포의 무궁한 발전을 심고드린다며 훈훈한 덕담을 선물 하였다. 이후 진행된 순서에서는 포덕을 위한 방안과 교인 상호간의 동귀일체를 위한 다양한 의견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마무리 하였다. 다음 총회는 회칙에 따라 포덕 166년 2월중에 정기총회를 갖기로 하였다. (자료제공=천도교 남정포 연원회) -
혁명의 깃발을 올린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 산청 기념비 앞에서포덕164(2024)년 5월 11일 오전11시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대리 동학농민혁명 기념비 앞에서 천도교인, 유족, 기관장, 동학관련단체, 지역농민회, 지역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30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을 봉행하였다. 기념식은 경남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가 주최하고, 산청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며, 산청군, 산청군의회, 천도교중앙총부, 천도교경상도연원회, 산청양수발전소가 후원하였다. 기념식에 앞서 하동 고성산 전투에서 패퇴한 170여 동학농민혁명군은 지리산을 넘어 산청군 시천면 중태리 마을로 피신하였으나 일본군의 추격으로 전원 피살되어 중태리 가장골 일대에 암매장된 유적지에서 산청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하재호 회장과 임원진, 마을이장,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정의적 진주시교구장(경남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의 집례로 추모식을 봉행하였다. 본 행사인 기념식 집례는 천도교 사천교구 계암 하재식 동덕이 맡아 진행하였다. 식전행사로 한국문화예술원 우정숙 사무총장이 시 「빛이 된 사람 해월 최시형」(신채원 작) 낭송이 있었다. 배경음악과 함께 낭송된 시는 경축 기념식을 여는 심금을 울리는 태동이었다. 시암 정의적 경남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으로부터 내빈소개가 있었다. 산청군 외 기관장과 동학관련단체로 경상남도 도의회 신종철 운영위원장, 산청군의회 최호림 총무위원장, 김재명 시천면장, 권순혁 산청군문화체육과장, 성연석 전 경남도의원, 박정일 남대리이장, 남상용 내대리이장, 손경모 중태리 이장, 문일동 산청문화원 부원장, 이주태 산청양수발전소과장, 서봉석 산청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부회장, 동학농민혁명기념 사업단체로 이 용 부산대표, 김환용 남해대표, 정성환 하동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소개하고, 이어서 천도교 기관장 및 지도자 소개가 있었다. 정덕재 감사원장, 신명식 유지재단이사장, 정의맹 남정포도정, 최봉수 순원포도정, 원로이신 하암 김덕칠선도사, 원암 백복기선도사, 참석교구장 소개를 끝으로 참석한 내빈소개를 모두 마쳤다. 본 행사 기념식은 먼저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천도교 의절인 청수봉전을 부산시교구 성지당 허봉이 동덕이 청수봉전가 음악에 맞추어 엄숙히 봉전하였다. 시작심고, 주문3회 병송은 음향에 맞추어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이어, 서봉석 산청동학농민혁명기념 사업회 부회장의 동학혁명 폐정개혁 12개조 낭독, 하재호 산청동학농민기념사업회 회장의 기념사가 있었다. 하재호 회장은 산청군과 의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오늘 기념식과 지난해 동학농민혁명군 산청지역 유해 발굴사업이 순조롭게 완료되어 유적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데 감사드린다고 하였다. 그러나 130년 전 이곳 영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보국안민”, “제폭구민” 혁명의 깃발을 올린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이 아직까지 사회적,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느끼며, 선열들의 정신이 후세에 전달되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피력하였다. 또한 천도교중앙총부를 대표하여 율암 신명식 천도교유지재단 이사장의 축사가 있었다. 신명식 이사장은 축사에서, 우리 근대사에 있어 자주적 근대화와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동학혁명의 봉화가 타오른 지 130주년이 되는 기념일을 맞이하여 동학혁명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밑거름과 후일 천도교의 현도와 3.1독립 운동의 근간이 되었고 전국적으로 동학혁명과 관련 있는 각종 기념물이 설치되고 지역마다 동학의 역사적 재조명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천도교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청수모심과 주문 등 동학혁명군이 신념으로 용기를 내어 나아갈 힘이었고, 생명이자 피로써 청수모심과 주문수련을 하셨던 선열들의 마음을 지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기념탑 건립부터 기념식지원 등 산청지역 동학혁명군유해발굴사업에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을 해주신 산청군 이승화 군수님과 의회에 감사를 드리고, 아울려 기념 사업회 하재호 회장님과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경상남도의회 신종철 운영위원장의 축사와 시천면 김재명 면장의 축사가 있었다. 이어서 음향반주에 맞추어 동학혁명기념가를 천도교부산연합합창단의 선창으로 합창하였으며, 계암 하재식 집례의 심고문 발성으로 기념식을 마치는 다함께 심고를 한 후 기념식 본 행사를 마쳤다. 식후 문화행사로는 천도교 부산연합합창단의 우렁차고 경쾌한 합창공연과 함께 산청 출신 대중가수 하지하씨의 공연과 함께 마지막으로 민중가수 ‘맥박’팀의 공연을 끝으로 제130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을 모두 마쳤다. (사진 및 기사제공 : 천도교진주교구) -
천도교의 생명관: 대생명(大生命) (1)Ⅰ 「동학의 생명평화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2004년에 논의한 적이 있기에 논의범위를 좀 더 종교철학적으로 심화시키고자 한다. 수운 최제우는 한울님과의 대화에서 ‘영부(靈符)’와 ‘주문(呪文)’을 받아 다른 종교들의 가르침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받았다고 한다. 주문은 “지기금지원위대강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至氣今至願爲大降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21자인데 그 가운데 “시천주(侍天主)”에 대한 해월의 해석을 중심으로 천도교의 생명관을 논하고자 한다. 수운은 모실시(侍)를 “내유신령 외유기화 일세지인 각지불이(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者也)”로 풀이하였고 해월은 다음처럼 구체화하였다. “안에 신령이 있다는 것은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 갓난아기의 마음이요, 밖에 기화가 있다는 것은 포태할 때에 이치와 기운이 바탕에 응하여 체를 이룬 것이니라. 그러므로 「밖으로 접령하는 기운이 있고 안으로 강화의 가르침이 있다」는 것과 「지기금지 원위대강」이라 한 것이 이것이니라.” (“經曰 「侍者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者也」 內有神靈者 落地初赤子之心也 外有氣化者 胞胎時 理氣應質而成體也 故「外有接靈之氣內有降話之敎」「至氣今至願爲大降」是也,” 해월, [영부주문]) 이를 근거로 천도교는 생명체는 두 번의 강령으로 잉태되고 마음을 받아 태어나고 주문수행에 의하여 세 번째 강령으로 영성을 자각하게 된다고 본다. 첫째 강령인 ‘외유기화’에 의하여 포태되고, 둘째 강령인 ‘내유신령’으로 갓난아기가 처음으로 호흡할 때 영이 ‘적자지심’으로 내려온다. 셋째 강령인 ‘각지불이’는 주문수련으로 내 몸과 마음이 영성을 깨달아 새로운 인격으로 거듭난다. 이 세 번의 강령이 이루어지게 되면 사람은 비로소 천주를 자신 안에 온전하게 모신 ‘시천주’ 인간이 된다. 이렇게 한울님을 모신 사람을 천도교에서는 신선(神仙), 신인간(新人間), 신인(神人) 등으로 부른다. 이러한 과정으로 대생명이 된다. 이 글은 첫 번째 강령인 ‘외유기화’와 두 번째 강령인 ‘내유신령’을 통하여 천도교의 생명관을 고찰하고자 한다. Ⅱ 생명의 포태가 영(靈)의 강림(降臨)으로 이루어진다는 해월의 설명은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이해되는 의학과는 다른 설명방식이다. 이기(理氣)와 기운(氣運)이 바탕이 되는 질료(質)를 만나서 포태가 된다는 종교철학적 설명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 글에서는 생명의 탄생은 천리(天理)와 천기(天氣)라는 우주적 기운과의 관계맺음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점만 분명히 하면 될 듯하다. ‘외유기화’는 ‘외유접령지기(外有接靈之氣)’로도 표현되는데 밖으로 영에 접하는 기운이 있다는 뜻이다. ‘밖에 있다(外有)’는 표현 때문에 영(靈) 또는 지기(至氣)가 마치 시공간적 타자로 보이지만 영과 지기에 열려(開闢) 우주기운이 곧 나의 기운으로 되는 과정을 기술한 것이다. ‘지기(至氣)’ 또는 ‘혼원일기(混元一氣)’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음양오행과 같은 기운과 달리 한울님의 하나의 기운이라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한울님의 하나의 기운과 접함으로써 생명이 잉태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수운은 ‘음양합덕으로 수백천만물이 화해난다’고도 하지만 ‘외유기화’는 한울님의 기운이 유기적 생명체로 나타나는 것을 서술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만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생명체의 잉태는 다 한울님 기운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수운의 [불연기연]에 나타나는 우주만유의 알 수 없는 불연에 대한 대답도 외유기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 더 나아가 자연사물까지 모두 다 한울님의 지극한 기운과 하나로 통해져 잉태되었다는 실상을 통찰한다면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우주생명의 신묘함을 그렇고 그렇게 모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불연기연]은 황하수가 어찌 성인의 탄생을 알아서 천년에 한번 물이 맑아질 수 있는지 묻고 있다. 그렇지만 황하수도 하나의 한울님의 지극한 기운의 산물이고 성인의 마음의 탄생도 똑같은 한울님의 지극한 기운의 소산이라면 통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즉, 성인의 청정무구한 마음기운도 황하수의 진흙탕 물도 한울님의 하나의 기운으로 통해져 있으므로 두 기운이 통하여 같아져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량수의 생명체들은 오직 하나의 기운에서 태어났음을 알게 되면 해월의 표현대로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한 동포이고(人吾同胞) 만물과 내가 또한 한 동포(物吾同胞)’라는 점도 스스로 자명해진다. 천리와 천기는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초월적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몸과 내 마음에 내려와 있다고 본다면 왜 해월이 “향아설위(向我設位)’를 시행하였는지도 쉽게 이해된다. 신위(神位)를 마주보는 벽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하여 설치하는 이유는 천지정신과 천지기운이 모두 내게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혼원일기, 우주정신, 신령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영의 강림(降臨)이라고 표현하지만 초월적 영이 내려온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잉태 순간에 지극한 한울님 기운과 접하여 자신 안에 모시게 된 것이다. 신위를 자신을 향하여 돌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울님 모심을(侍天主) 스스로 깨달은 사람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의암 손병희는 [성령출세설]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신사께서 사람이 곧 한울인 심법을 받으시고 향아설위의 제법을 정하시니 이것은 우주의 정신이 곧 억조의 정신인 것을 표명하심과 아울러, 다시 억조의 정신이 곧 내 한 개체의 정신인 것을 밝게 정하신 것이니라.” 조금 넓혀 표현하자면 개체정신이 곧 우주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이 정신은 나의 정신이면서 동시에 ‘천만년 전 사람이나 천만년 후 사람의 정신과 같은 정신’이라고도 말한다. 한울님의 정신기운이 잉태의 순간에 영으로 이미 내 안에 모셔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근본적 동일성령이 천차만별의 인과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 것이다. 생명위기를 실감하는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생명의 우주적 연계성 또는 인드라망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의식이 열렸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천도교의 입장에서 보면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 생명의 그물망을 느껴보고자 한다면 해월의 언행보다 더 좋은 전범(典範)은 없어 보인다. 해월은 베짜는 며느리를 보고 한울님이 베를 짠다고 하였으며, 어린아이도 한울님을 모셨으니 때리지 말라고 하였으며, 동식물도 다 아끼고 사랑하라고 하였으며, 새소리도 한울님의 소리이며, 나뭇가지도 함부로 꺽지 말라고 하였으며, 어린아이가 나막신을 끌고 가니 가슴에 통증을 느꼈으며, 땅을 어머님 살처럼 여겨 침을 뱉거나 물을 멀리 뿌리지 말라고 하였다. 세상으로 눈을 잠시라도 돌려 보면 현대문명이 어느 곳을 향하여 전력질주하는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방향전환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점을 동학·천도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월은 “궁을이 문명을 돌이킨다(弓乙回文明)”라고 하였다. 궁을은 수운이 한울님으로부터 받은 “영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영부는 말 그대로 신령(神靈)에 그대로 부합하는 형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운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종이 위에 뚜렷한 형상을 그려내어 불에 타서 먹어보니 온갖 질병이 나았다고 하였다. 다른 사람에게 주었더니 낫는 사람도 있고 낫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도덕을 따르는 사람은 매번 적중하였다고 하였다. 즉 받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해월은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영에 부합하는 마음이라고 하여 “영부심(靈符心)”이라고 하였다. 즉, 병을 치유하는 것은 천령에 부합하는 마음인 것이다. 이 마음이 문명을 대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영에 부합하는 마음을 얻는 마음공부가 된다. 놀라운 점은 사람은 태어날 때 이 궁을마음을 타고났다는 사실이다. (계속) *본 글은 2023년 5월 12일/대화아카데미 바람과물연구소, 생명애콜로키움 [종교와 생태문제] 에서 발표하였으며 저자(오문환)의 허락을 받아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글_오문환(정치학박사, 선도사, 영등포교구) -
갑진년 새해, 서로 협력하고 힘을 합쳐 힘차게 정진해 나갑시다포덕 165년 1월 1일 오전 11시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신년합동배하식이 봉행되었다. 박상종 천도교 교령은 신년사를 통해 “힘차게 시작하는 새해! 과거의 틀을 바르게, 빠르게, 새롭게 돌파하고 대도 중흥의 큰 꿈을 이루어 나갑시다! 교인중심과 보국안민의 정신 위에 혁신이 일상이 되는 새로운 문화를 쌓아 대전환의 여정을 완성합시다”라고 발표했다. 새해 첫 날인 포덕165(2024)년 1월 1일 오전 11시 천도교중앙대교당 및 전국 교구에서 동시에 신년 합동배하식을 봉행하였다. 신년합동배하식은 ▲청수봉전 ▲심고 ▲주문3회병송 ▲신년사 ▲합동배례 ▲천덕송 합창_제17장 공략가 / 1절~4절 ▲만세삼창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신년 배하식에 이어 ‘다함께 수련’으로 105회 주문수련을 봉행하였다. 천도교는 해마다 1월 1일을 맞이해 새해를 축복하는 신년 합동배하식(合同拜賀式) 행사를 오전 11시에 천도교 중앙대교당(서울 종로구 경운동 88번지 소재) 및 전국 교구에서 봉행하고 있다. 올해 신년배하식에서는 지방교구 순방 계획 실천, 교단 제도 개선과 보완, 수련하는 교단 기풍의 확장, 포덕 활동에 전력을 다할 것 등의 메시지가 담긴 박상종 교령의 신년사를 발표 하였다. 아래는 신년사 전문이다. 모시고 안녕하십니까! 포덕 165년 새로운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두의 꿈과 소망을 안고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 세상이 밝았습니다. 항상 천도교를 사랑하는 동덕 여러분!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의 정겨운 이웃 모두에게 갑진년 한 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심고합니다. 지난 포덕 164년, 한해 중앙총부는 교단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었고, 함께 하나로 연결하여 심화기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리고 기본에 충실히 하고자 노력했으며, 소통하는 교단 기풍을 더욱 확장해 나가기 위해 애를 써 왔습니다. 또한 교역자 양성과 수련의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그러한 노력 덕분으로 위기는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장애물은 도약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바랐던 인터넷 천도교 신문도 창간되었고, 지역 간담회를 통해 교인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도 알았기에 교단을 바르게 운영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을 정립하며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와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도 참가하여 우리의 주장을 적극 밝혔고, 종교문화축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천도교를 널리 알렸으며, 종교인화합대회에 참가하여 천도교인의 화합을 드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동학 관련 기관과의 협치를 통해 기관마다 스스로 자립하여 체계적인 역할을 설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고, 천도교단과 다양한 협의를 통해 천도교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함께하자고 약속도 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도전과 혁신의 발자취로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그 역사를 바탕으로 기반은 단단하게, 변화는 섬세하게 하겠다는 다짐으로 서로 소통하며 내일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야겠습니다. 세상이 바라는 천도교에 대한 사회적인 바람과 요구를 채워 줄 책임 있는 역할도 해야겠습니다. 이것이 스승님에 대한 보답이요,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모든 동덕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겠습니다. 존경하는 동덕 여러분! 올해는 대신사 탄신 2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수운대신사님의 만고 없는 무극대도를 만천하에 알리고 그 뜻을 기리는 한해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도 스승님의 뜻을 널리 펼치는 거룩한 한 해가 되도록 매진해 나가야 합니다. 포덕 165년 새해에는 첫째, 지방 교구 순방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지방 교구가 번성해야 천도교가 되살아납니다. 현재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는 교구마다 문제점을 극복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힘을 합쳐 힘차게 정진해 나가도록 도움을 주는 집행부가 되겠습니다. 둘째, 작년에 이어 천도교의 근본정신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 개선과 보완을 마무리해 나갈 것입니다. 변화하는 가운데서 새로움이 일어날 겁니다. 작은 것부터 개선해 나가며, 우리 실정과 현실에 맞는 제도와 규정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셋째, 수련하는 교단 기풍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교단이 어려울수록 우리는 모두가 일상적으로 도를 행하는 자세로 수도 수련하는 신앙의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아울러 수련하는 교구, 수련 기반을 다져가는 교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연구 노력하겠습니다. 수련하는 사람은 남을 공경하고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겸양의 자세를 가지며, ‘사인여천(事人如天)’ 즉 한울님을 공경하듯이 사람도 그와 똑같이 공경하고 존경하는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모든 교인이 수련을 통해서 사인여천을 실천한다면, 포덕은 저절로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천도교를 신앙하는 사람의 기본자세라 생각합니다. 대접받기보다는 남을 섬기는 천도교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요즘 종교인들이 비종교인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됩니다. 그 이유는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천도교인은 습관 된 마음에서 본래의 맑고 밝은 신령한 마음과 기운을 회복하여 한울님 마음을 일상에서 실천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수련해야 합니다. 넷째, 포덕활동에 전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올해는 대신사탄신 2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인만큼 대신사께서 창명하신 무극대도의 뜻을 기리고 알리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갖춰야 하겠습니다. 중앙총부는 교인들과 기운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마련하고 동학관련단체 및 경주현곡면민, 경주시민, 7대 종단과의 협의, 전국민과 해외동포들과도 소통하며 사업을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동덕 여러분! 힘차게 시작하는 새해! 과거의 틀을 바르게, 빠르게, 새롭게 돌파하고, 대도 중흥의 큰 꿈을 이루어 나갑시다. 교인 중심과 보국안민의 정신 위에 혁신이 일상이 되는 새로운 문화를 쌓아 대전환의 여정을 완성합시다. 도전을 상징했던 지난 160여 년의 역사를 모두의 자부심 삼아, 대도 중흥을 향한 재도전의 각오를 함께 다짐합시다. 그 출발점은 바로 수도연성을 바탕으로 한 자아완성과 동귀일체에 있음을 잊지 맙시다. 따라서 도의(道義)의 시대가 온다는 산하대운(山河大運) 진귀차도(盡歸此道)의 이치를 알고, 남 탓하지 말고 스승님이 밝힌 무궁한 진리를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국내외 동덕 여러분, 힘차게 일어섭시다. 한마음 한뜻으로 모심으로 하나 되어 동귀일체를 이룹시다. 지금보다 더 단단한 교단을 만들기 위해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면서 찬란하게 떠오를 천도의 태양을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건강하고 깨끗한 천도의 터전을 굳건히 만들어 나갑시다.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우리의 마음속 깊이 새겨질 소중한 열 석 자를 염념불망하여 서로를 위하며 함께 살아갑시다. 새해에는 동덕 여러분 가정에 한울님 은덕으로 행복이 가득하기를 온 마음으로 심고하면서 신년사에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포덕 165(2024)년 1월 1일 천도교 교령 박 상 종 心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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