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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전정사금(前程似錦)의 해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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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전정사금(前程似錦)의 해가 되시길

  • 임형진
  • 등록 2026.02.04 10:29
  • 조회수 7,744
  • 댓글수 0


2026년이 밝았다. 매스컴에서는 병오년의 붉은 말의 해라고 호들갑이 넘친다. 그러나 꼰대 마인드로는 아직 음력으로는 을사년이다. 병오년은 2월 17일 설날부터이므로 지금은 그저 2026년 신년 초일뿐이다.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교수신문에서는 2025년을 변동불거(變動不居)라고 했다. 정말 다사다난한 2025년을 가장 잘 표현한 성어인 것 같다. 세월은 흐르지 않는 것 같아도 결국은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세상을 변화 발전시킨다는 의미이다. 작년 한해동안 정말 많은 변동이 있었지만 변함없이 발전해 오늘에 이른 것에 틀림없다. 느닷없는 한밤중의 계엄령 선포로 시작된 혼란과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등장. 그 과정의 주역은 단연코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었음이 확실하게 증명된 해가 2025년이었던 것이다. 

2025년에는 정말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슬 퍼런 권력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심지어는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청과 국군 방첩대는 권력 남용과 쿠데타 부대라는 오명을 쓰고 사라지게 되었으며, 아직도 내란의 주범은 온갖 추악한 언행으로 사법부를 농단하고 있는 등 우리의 수준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특별히 우려되는 청년층 일부의 극우화 현상도 두드러진 해였다. 서부지원의 폭력사태로 상징되는 극우화 모습이 유독 청년층에 집중되었다는 점에 교육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견해와 오도된 뉴스만을 맹신해 나오는 혐오와 배제 그리고 폭력은 민주주의 최고의 적임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못한 반성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2025년의 변화는 긍정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등장은 세계인에 K-컬쳐의 힘을 새삼 부각시켰으며 뒤를 이은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드라마의 확산은 그대로 한국문화의 자부로 연결되었다. 또한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 마다 망신의 연속이었던 지난 정권과 달리 가을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와 뒤를 이은 대미 협상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수출 호황, 주가지수 5,000선 돌파 등은 꽃길 같은 2026년을 희망케 한다. 

그러나 2026년도 결코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다. 벽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의 납치 과정은 다시금 제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는 신호탄에 다름없었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현대 사회의 원칙으로 인정되었던 개별 국가의 주권 존중과 평등이라는 원칙을 무참히 짓밟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과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강압적인 주권 양도 요구 등은 강대국의 논리 앞에는 어떠한 정의도 불가한 힘의 정치만 존재한다는 선언이다. UN의 비난이 있자 트럼프는 UN 산하 국제기구 66개를 탈퇴해 버렸을 뿐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충격의 연속이다. 이젠 더 이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격하고 비난할 명분도 사라졌다. 분명 정상적인 국제질서도 민주주의도 퇴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역시 꼰대 마인드로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나왔던 을사년의 말미였으면 한다.

국내적으로도 1월 달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내란 사태는 종식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 정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사법부의 자의적 판단이 국민적 상식과 얼마나 괴뢰되어 있는지를 확인시킬 뿐이다. 물론 전 헌재 재판관인 문형배 판사나 이진관 판사처럼 내란 종식에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판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판사들은 그저 책상물림이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고고한 채 하는 가장 대표적인 보수 반동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지금도 윤석열 시대가 그리운 듯 재판하고 있다. 정말 법과 판사들의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양심이 국민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 얼마나 부합되는가이다. 불행하게도 전 세계에서 판사의 양심에 따른 판단을 허락한 나라는 일본과 우리뿐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법과 상식에 따른 판결을 한다고 되어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양심에 내란사태의 종식이 맡겨져 있다. 

2026년의 사자성어로 한 언론사는 비 온 뒤의 땅이 단단해 진다는 우후지실(雨後地實, 시련 뒤의 더욱 성숙해진다)을 들었다. 제발 그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마침 년 초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방일 외교로 중국, 일본과의 교류 협력이 다시금 활발하게 재개되고 나아가 남북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듯싶다. 그래서 나는 2026년의 성어로 앞날이 비단처럼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바란다는 전정사금(前程似錦)을 들고 싶다. 2025년의 어려움이 끝나고 2026년은 모두의 앞길이 순조롭고 장밋빛 미래만 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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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형진(년암, 동서울교구,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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