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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시인의 「심장이라는 사물」에 대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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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시인의 「심장이라는 사물」에 대한 감상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흰』등의 소설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그 시집 속에 한 편인 「심장이라는 사물」은 2013년에 ‘문학과 지성사’를 통해 발표된 것으로, 한강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마음과 정서를 언어로 온전히 표현하기 어려움을 고도의 은유적 사유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 전체는 언어의 한계와 그 너머를 향한 시인의 치열한 탐구를 보여줍니다.

 

                         심장이라는 사물  

                      

                         지워진 단어를 들여다 본다


                         희미하게 남은 선의 일부

                         ㄱ

                         또는 ㄴ이 구부러진 데

                         지워지기 전에 이미

                         비어 있던 사이들


                         그런 곳에 나는 들어가고 싶어진다.

                         어깨를 안으로 밀고

                         허리를 접고

                         무릎을 구부리고 힘껏 발목을 오므려서 

                         

                         희미해지려는 마음은

                         그러나 무엇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덜 지워진 칼은

                         길게 내 입술을 가르고


                         더 캄캄한 데를 찾아

                         동그랗게 뒷걸음질치는 나의 혀는 


이 작품을 「천도교 신문」에 소개하는 것은 심학心學을 하는 천도교인들과 일반인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정신적 깊이가 어떠한 지를 이해하고 고도의 은유적 사유를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품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 1연의 ‘지워진 단어’는 문학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과 정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퇴고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이는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따르는 근본적인 어려움을 드러냅니다.

- 2연의 ‘ㄱ’과 ‘ㄴ’은 단어의 일부일 뿐,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기호입니다.

- ‘ㄱ’은 목구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연구개음,

- ‘ㄴ’은 혀가 입천장에 닿아 만들어내는 설음으로,

이들은 모두 발음기관의 물리적 움직임에 불과합니다. 결국 이는 마음을 언어로 담아내는 데 따르는 한계를 상징합니다. 또한 ‘지워지기 전에 이미 비어있던 사이들’은 퇴고조차 불가능한, 애초에 표현되지 못한 생각과 감정을 가리킵니다.

- 3연에서는 이러한 언어적 한계를 넘어설 시인의 노력이 신체적 형상으로 나타납니다. 어깨, 허리, 무릎, 발목을 말고 접고 구부려 오므리며,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마음의 구멍 속, 곧 심장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몸짓이 그려집니다.

- 4연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도달하지 못한 좌절이 드러납니다. 마음은 점차 희미해지고, 언어의 무력함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 5연의 ‘덜 지워진 칼’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적 세력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들이 입술을 가르자, 시인은 더 이상 밖으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는 자아의 모습을 형상화합니다. 이는 언어와 표현을 둘러싼 사회적 억압까지 아우르는 강렬한 은유라 할 수 있습니다.


* 종합 감상

「심장이라는 사물」은 언어의 불완전성과 그 한계를 넘어 마음을 표현하려는 시인의 치열한 몸짓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언어를 억압하는 외적 폭력까지 포착하며, 언어·몸·사회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마음을 탐구하는 시적 사유를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독자들의 감상포인트

   이 시를 접하는 독자들께서는 이번 기회에 미묘하고 복잡한 마음의 세계를 글로 한 번 표현해 보시고, 언어의 한계를 체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또한 사회의 부조리를 표출하려 할 때 언론에 대한 탄압과 그 속에서도 정의의 꽃을 피운 언론의 역할을 생각해 봅시다.

 

 

글 운암 오제운 / 신태인교구장, 동귀일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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