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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구불재 넘어 스승을 향해… ‘세상을 구하러’ 달려간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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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구불재 넘어 스승을 향해… ‘세상을 구하러’ 달려간 그 길

박택호 동덕, 경주~포항 잇는 ‘해월순례길’ 조성 주도… 동학 정신 되살리는 한 걸음

  • 노은정
  • 등록 2025.08.12 18:09
  • 조회수 3,866
  • 댓글수 0


해월순례길01.jpg

해월신사의 자취를 따라가는 옛길을 복원하며 순례길을 조성하고 있는 박택호 동덕((사)동대해문화연구소 이사). 그는 직접 산길을 답사하고 리본을 매달며 해월순례길의 첫 발자국을 기록하고 있다.

 

해월순례길02.jpg

해월순례길 개척과 답사를 함께한 일월문화원 회원들과 천도교인들. 2025년 2월, ‘한문화재 한지킴이 운동’의 일환으로 해월신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길 답사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가졌다.

 

“해월신사님께서 걸으셨던 길, 그 길을 다시 걷는 것은 순례를 넘어 기도이자 각성입니다.”

경주에서 포항까지 약 100리, 해월신사가 스승 수운대신사를 만나기 위해 걸었던 그 길을 되살리는 ‘해월순례길’ 조성에 앞장선 박택호 동덕은 이 길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영적 귀향’이라 정의한다. 종학대학원 수련생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여름, 경주 용담수도원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순례길 조성의 발단이 된 제안을 처음 들었다. “지금 개별적으로 걷는 길은 2차선 차도라 위험하다. 시골 정취를 살리면서도 안전한 순례길을 만들자”는 누군가의 소망이 그의 마음에 씨앗처럼 심어진 것이다.

포항 신광면에 거주하는 박택호 동덕은 이후 발로 답사하며 옛길을 찾기 시작했다. 지도에는 사라진 고갯길, 사람들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은 산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구간, 즉 해월신

사의 자취가 남아 있다는 ‘말구불재’ 고갯길을 찾아내는 데까지 수차례의 시도가 필요했다.

“말구불재에 올라서면 멀리 구미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그곳에서 스승을 향해 달려간 해월신사님의 간절함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보다 마음속에서 솟아오른 감동이 더 컸습니다.”

그는 순례길 조성을 단순한 관광자원 개발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선 말기 국가와 공동체가 해체되는 위기 속에서 동학의 사상을 통해 삶의 해답을 모색했던 해월신사의 고뇌와 결단을 되새기는 과정이라 말한다.

순례길은 5개 구간으로 나뉘어 조성되고 있다. 검곡에서 신광 만석리까지는 해월어록비가 세워진 상징적인 출발지이고, 이어지는 법광사지길과 생명의 길, 양동마을과 옥산서원 일대는 신라·조선 시대 문명의 자취와 함께 유네스코문화유산의 품격을 담고 있다. 마지막 구간은 검단 약수터와 말구불재를 지나 용담정으로 이어지는 영적 완성의 여정이다. 각 구간은 선사시대 고분군, 신라비, 조선 서원 등 역사성과 교육적 가치가 풍부해 향후 문화관광자원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크다.

“가장 평범한 산과 들, 마을과 강이 해월신사님의 삶을 품고 있습니다. 이곳은 거대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돌아보게 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진짜 세계적인 순례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럼에도 순례길 조성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검곡 입구의 출입 문제였다. 과거에는 해월신사의 유택으로 바로 진입이 가능했지만, 수몰과 귀촌 등으로 구성된 현재 마북리 주민들과의 입장 차이로 인해 마찰이 생겼다. 다행히 최근에는 주민들과 천도교 포항교구, 동학 관련 시민단체가 협의를 이어가며 편의시설 설치와 출입 방식에 대한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박택호 동덕은 “올해 말까지는 검곡 계곡 집터가 온전히 개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순례길을 ‘세상을 구하러 검곡에서 용담까지 달려간 길’이라 표현한다. 극심한 혼란기였던 구한말, 민중이 절망하고 있던 시기에 스승을 찾아 나선 해월신사의 여정은 종교적 헌신을 넘어 민족사적 전환점이기도 하다. 

“세상은 해월신사님을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검곡에서의 평온한 삶을 내려놓고 길 위에 선 그 결단이 없었다면, 동학의 법맥도, 3·1혁명의 정신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이 길은 순례자에게 영적인 울림을 준다. 박 동덕은 수십 차례 순례를 했지만, 말구불재 정상에 서면 언제나 전율을 느낀다며 “스승을 향한 해월신사님의 간절함이 그 땅에 배어 있는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영적 체험 대신, 천도교 경전에 담긴 대자연과 공생의 정신을 되새기며 매번 새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해월신사님은 ‘날짐승 삼천도 각각 그 종류가 있고, 털벌레 삼천도 각각 그 목숨이 있으니, 물건을 공경하면 덕이 만방에 미치리라’고 하셨습니다. 산새 울음과 들꽃 향기, 촘촘한 오솔길 하나까지 하늘처럼 여긴 그 마음을 순례길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길이 종교적 순례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자산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순례길 인근에는 선사시대 유물, 신라 유적, 조선 서원 등 다양한 역사자원이 분포해 있다. 포항시와 경주시, 시민단체들이 협력한다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유의미한 관광·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아이들은 조상들의 삶을 배우고, 어른들은 옛 정취를 떠올리며,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정신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 세트장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순례길, 이 길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끝으로 그는 해월신사의 탄신 200주년이 되는 2027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이 순례길이 천도교의 현대적 신앙 실천의 장이자 시민사회와 호흡하는 교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월순례길03.jpg

경주에서 포항에 이르는 해월순례길 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박택호 동덕. 그는 해월신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길을 통해 동학 정신의 현대적 계승을 실천하고 있다.

 

“검곡에서 용담까지, 그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 누구나 깨닫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평범한 삶 속에서 하늘을 모시는 길, 바로 그 길이라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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