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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려던 청년, 삶의 의미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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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문화

자살하려던 청년, 삶의 의미를 찾다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만나고 힘을 다질 수 있게 될까?

  • 전희식
  • 등록 2026.03.18 18:47
  • 조회수 644
  • 댓글수 0


한 청년이 찾아왔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루 24시간을 온갖 망상에 시달린다고 했다. 옆집 누나를 강간해서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고소당했다고 한다.(어이구야 갈수록 태산이다 이 청년). 부모는 자신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엊그제 탈출했지만 갈 데가 없다고 했다. 이틀을 굶었어도 배고프지 않고 이대로 죽고 싶다고 했다. 

신부는 말했다. 그런 정도라면 죽고 싶겠다고 말했다. 

“나라도 자살을 생각하겠다”라고도 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더했다. 자살 외에 딴 방법이 없겠다고. 

청년이 신부님을 올려다봤다. 신부 입에서 다른 말이 또 나오나 기다리는 눈치였다.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 마음 한 번 바꿔 먹으라고 한다면 가시 돋친 말로 쏘아붙일 준비는 해왔지만, 자살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자 무슨 대꾸를 해야 할지 헷갈려서다. 

신부는 또 말했다. “내가 너무 바쁘니 잠깐만 도와주고 죽으면 안 되겠냐?”라고. 이왕 죽는 몸, 잠깐 시간 내는 게 뭐가 어려우랴. 그 청년은 그때부터 1주일 동안 신부 일을 돕게 되었다. 

밥을 못 먹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밥을 먹이고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움막을 지어주는 일을 거들었다. 살이 썩어 들어가는데도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은 자원봉사 의사들과 같이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신부는 진짜 바빴다. 청년도 쉴 틈이 없었고 옷소매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야 했다. 

 

그 청년은 자살 생각을 안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일했다.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Abbé Pierre, 1912–2007) 신부 이야기다. 그는 사회운동가로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를 돕는 ‘엠마우스(Emmaus) 운동’을 벌였다. 

삶은 의지의 문제다. 의지를 잃으면 다 잃는다. 빅토르 프랭클(Viktor Frankl)의 “절망 공식”이라는 게 있다. ‘D=S−M’이다. D(Despair)는 절망, S(Suffering)는 고통, M(Meaning)은 의미이다. 고통이 있어도 의미가 있으면 절망하지 않는다. 

 

이런 예를 들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고생하는 것도 있겠고 예술가가 작품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것도 있다. 사회운동가가 신념으로 고난을 즐겁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고통은 있지만 의미가 있어서 절망이 생기지 않는다.

고통이 10이고 삶의 의미가 10이면 절망하지는 않고 버틴다. 반대로 고통은 3인데 삶의 의미는 0이라면 그(녀)는 절망한다. 절망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극단적 고통도 의미가 있으면 견딜 수 있다. 

홀로코스트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예는 많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고통도 견딘다. 이 공식은 결국 다음을 말한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고통이 없는 삶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삶이라고.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만나고 힘을 다질 수 있게 될까? 피에르 신부님이 좋은 예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무장 투사였다. 독사의 눈을 한 점령군의 시선을 피해 정보를 수집하여 연합군 측에 전했다. 주로 독일군의 병력 배치와 이동, 군사 시설 위치와 무장 정황들이었다. 무장투쟁도 벌였다. 철도 폭파가 대표적이었다. 독일군 군수 이동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군수 공장 파괴 활동도 했다. 군용 차량 파손, 통신선 절단도 시도했다. 탄약 창고 공격도 감행했다. 그 엄혹한 긴장 생활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견뎠다. 

 

우리의 독립군들도 영하 40도가 일상인 만주의 겨울을 견뎠다. 요즘 같은 오리털 파카도 없이. 삶의 의지는 엄동설한도 녹인다.

다시 떠올려본다.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만나고 힘을 다질 수 있게 될까? 환경 조건이 아니다. 그 청년을 보면 된다. 인생을 포기하기로 했다가 죽음을 포기한 그 청년을 보자. 전문상담사에게 설득된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여다. 자기가 누군가가 희망이 된다는 사실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이때에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보게 된 것이다. 

 

나는 두 차례나 부산종교인평화회의에서 하는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을 위한 세미나에 가서 발표한 적이 있었다. 위의 관점에서 발표했다. 환경 조건을 바꿔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 변수보다도 빅토르 프랭클의 절망 공식에 따라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서다. 아베 피에르 신부의 엠마우스 공동체 생활 규범처럼 가지고 있는 경험, 손발, 건강, 지적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남을 돕는 활동을 제창했다, 자살 예방의 효과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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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암 전희식(작가. 전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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