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 포덕166년 2025.12.07 (일)
수운 최제우 대신사는 1860년 동학을 창명한 이후 교도들에게 가르칠 자신의 종교적 교의를 담은 글을 지어요. 이 글들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어요. 첫째는 「포덕문」, 「논학문」, 「수덕문」, 「불연기연」 등 동학의 본체를 밝힌, 한문으로 쓰인 글들이에요. 둘째는 「용담가」, 「교훈가」, 「안심가」, 「도수사」, 「권학가」, 「몽중노소문답가」, 「도덕가」, 「흥비가」 등 한글 가사체 작품과 단가 형태의 「검결」 등 교리를 노래로 표현한 것들이지요. 셋째는 한문으로 된 「시문」들과 「결」, 「주문」, 「팔절」, 「필법」, 「축문」, 「탄도유심급」, 「좌잠」 등 수행에 필요한 글들이에요.
이 글들이 쓰인 연대는 우선 1860년에 「검결」, 1860년 후반기 「용담가」, 「안심가」, 1861년 봄에 「포덕문」, 1861년 11월 「교훈가」, 1861년 12월 「도수사」, 「권학가」, 1861년 12월에서 1862년 2월 사이 「논학문」, 1862년 6월 「수덕문」, 「몽중노소문답가」, 1862년 11월 「필법」, 1863년 1월 「탄도유심급」, 1863년 4월 「좌잠」, 1863년 7월 「도덕가」, 1863년 8월 「흥비가」, 1863년 11월 「불연기연」, 「팔절」 등이에요. 「시문」들과 「결」 등은 이 사이사이에 쓰인 것으로 보여요.
이와 같은 수운 대신사의 저술들은 후대에 해월 신사가 주도해서, 한문으로 된 글[文]과 한시들, 「결」, 「주문」 등을 합해 『동경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책으로 출간해요. ‘동경(東經)’은 ‘동학 경전’을 줄인 말이고 ‘대전(大全)’은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뜻이에요. 이때가 1880년(庚辰年)이고 펴낸 장소는 강원도 인제 갑둔리에 있는 제자 김현수의 집이에요.
또 가사 8편을 합해 수운 대신사가 도를 받은 ‘용담정’ 이름을 빌려 ‘용담 선생이 남긴 글’이라는 뜻의 『용담유사』를 1881년(辛巳年)에 충북 단양 샘골 제자 여규덕의 집에서 목판으로 출간한답니다. 하지만 「검결」은 수운 대신사가 대구 감영에서 국문(鞫問)을 당할 때 문제가 된 노래여서 처음에는 제외되었다가 후에 다시 『용담유사』에 편입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어요.
현재 해월 신사가 주도해서 최초로 간행한 경진판(庚辰版) 『동경대전』이나 신사판(辛巳版) 『용담유사』는 전해지지 않고 있어요.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계미판(癸未版, 1883년)과 계사판(癸巳版, 1893)이 전해지고 있지요.
이 같은 경전이 판본으로 정착한 과정에서, 해월 신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영기(靈氣)로 외워 구송(口誦)한 것을 제자가 받아썼다는 구송설(口誦說)과, 해월 신사가 관의 지목을 피해 도망 다닐 때 늘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녔다는 것, 그리고 목판본 후기(後記) 등을 분석해 구송설이 아닌 원본설(原本說)이 제기되기도 해요. 천도교 교령을 역임한 윤석산 전 한양대 교수는 구송설과 원본설을 통합한 절충설을 제기하고 있지요.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는 모두 동학의 교의(敎義)와 사상을 전달하고 표현한 중요한 경전들임에도 그 표현 양상은 매우 달라요. 그에 담긴 세계관의 차이 때문이지요. 『동경대전』은 당시 지배 계층의 사상이었던 유교적인 인식과 방법이 문장 진술이나 전개, 표현에 많이 원용되었어요. 반면 『용담유사』에서는 당시 기층문화를 이룬 민간 사상, 즉 풍수지리나 도참설, 역(易)사상 등이 많이 원용되었지요. 수운 대신사는 『용담유사』에 민중의 꿈과 이상이 담긴 사상을 담고, 이를 통해 보다 쉽게 자신의 사상을 펴고 고취하려 했어요.
『동경대전』이 한문 문장을 통해 지식층에게 교의와 사상을 전달하고자 한 ‘의미 중심의 경전’이라면, 『용담유사』는 민중들의 꿈과 소망을 담아내며 이들을 감화시키고 한울님이라는 존재를 깨닫게 하는 경전이지요.
이처럼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는 서로 다른 언어와 형식으로 표현되었지만, 결국은 하나의 진리, 곧 ‘사람이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의 깨달음으로 귀결돼요. 수운 대신사가 밝힌 진리는 지식인에게는 사유의 혁명이었고, 민중에게는 구원의 희망이었지요.
『동경대전』이 동학의 사상적 체계를 세운 기둥이라면, 『용담유사』는 그 사상을 노래와 언어로 풀어 민중의 삶 속에 스며들게 한 강물이라 할 수 있답니다. 두 경전은 서로의 결을 이루며, 하늘과 사람이 하나 되는 길을 제시한 동학의 근본 정신을 오늘까지 이어오게 한 생명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참고한 자료: 윤석산 지음, 『동학 교조 수운 최제우』,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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