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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묘천서 이후, 대신사는 기도를 통하여 도를 구하는 방법을 행한다. 지금까지 세상을 떠돌며 세상에 나와 있는 가르침을 배우므로 도를 얻고자 하던 방식을 버리고, 하늘에 기도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인으로부터 받은 「천서(天書)」에 ‘(하늘에) 기도를 하라는 가르침[祈禱之敎]’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대신사는 1856년 병진년 여름에 양산(梁山) 통도사의 말사인 천성산(千聖山) 내원암(內院庵)과 자연 동굴인 적멸굴(寂滅窟)에서 49일을 작정하고 기도를 시작한다. 왜 49일을 작정하고 기도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짐작건대 49는 7의 7배수이다. 동양에서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을 하늘의 중심 별자리로 보았다. 『논어』 「위정(爲政)」 편 첫머리에 나오는 ‘북신(北辰)이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어도 뭇별들이 그를 향한다.[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에서 북신(北辰)은 바로 북두칠성이다.
이렇듯 천체의 중심 별자리인 칠성(七星)은 우리 삶의 중심을 이루고 나아가 모든 탄생과 죽음을 관장하는 별자리로 여겨졌다. 이와 같은 동양적 오랜 관념으로 인하여 7의 7배수인 49를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대신사는 동양, 우리나라의 오랜 사유와 철학의 바탕 위에서 가르침을 받도록 한 것이라고 하겠다.
내원암(內院庵)과 적멸굴(寂滅窟)은 경상남도 양산 천성산(天聖山)에 있는 암자와 자연 동굴이다. 천성산은 그 이름과 같이 천 사람의 성인이 날 수 있는 산이라고 해서 골짜기마다 암자가 자리하고 있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내원암은 이 많은 암자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지금은
암자가 아니라, 내원사라는 독립된 사찰로 등록되어 있다. 또한 적멸굴은 자연 동굴로, 굴의 내부에서 물이 나고, 사람이 머물며 수행할 수 있는 동굴이기도 하다. 신라 때 고승인 원효(元曉)도 이 동굴에서 기도했다고 한다.
이곳 암자와 적멸굴에서 대신사께서 49일을 작정하고 치성을 드린다. 이후 논을 잡혀 안으로는 철점(鐵店)을 차리고, 바깥채에는 수도장을 지어 수련을 계속했다.
이렇듯 대신사께서 수행을 행하던 중심 자리가 바로 내원암과 적멸굴, 그리고 그 일대이다.
뒷날 1909년 말 의암 성사가 제자들과 내원암에 들러, 이곳에서 49일 기도를 하였다. 이때 내원암의 본사(本寺)인 통도사의 주지 스님이 의암 성사에게 말하기를, 자신이 동자 스님일 때 자신의 스승께서 천성산 적멸굴을 가리키며, 이 굴에서 최복술이 수련을 하였는데, 수리가 되어 날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복술’은 바로 대신사의 아명이다.
이곳에서 의암 성사께서는 시 한 수를 남긴다.
昔時此地見(옛날에 이곳을 와보았는데)
今日又看看(오늘 또다시 와서 보는구나)
옛날에 이곳에 와보았다는 것은 수운 대신사께서 와서 보았다는 것이고, 오늘 또다시 와서 본다는 것은 의암 성사 자신을 말한다. 두 사람은 한울님 신령(神靈)과 한울님 기운을 지닌 사람으로 결국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이때 대동한 제자들과 함께 바위에 이름을 새겨 남겨 놓았다. 의암 성사인 손병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조기간, 박명선, 임명수, 왼쪽에는 윤구영, 최준모, 김상규 등이 새겨져 있다.
적멸굴로 가는 산행길은 약 1시간 전후가 소요되며, 계속 가파른 오르막이어서 중간에 밧줄, 산행 코스에 대한 안내판이나 산행 길의 정비가 필요한 코스다. 산행 스틱을 준비해 가면 좋다. 길이 좁고 계곡 절벽으로 미끄러지면 큰일을 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나무가 많고 낙엽이 많아 푹신해서 걷기가 수월하지만 집중을 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일쑤다.
참나무가 많은 곳에 이르면 갑자기 대나무 숲이 나타나면서 청신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참으로 오묘하다. 약 20m의 대나무 오솔길이지만 세속의 묵은 때를 대숲 바람에 날려버리고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적멸의 길이다. 마치 대신사의 고결한 정신이 내게 깃드는 듯하다.
대나무 숲속 사이로 굴이 보인다. 산중 높은 곳에 대나무 숲도 범상치 않은데 사자가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의 자연 바위 동굴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훅 느껴진다. 수도 장소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굴의 입구에서 보면 일반적인 거무튀튀한 모습이 아닌 약간 밝은 황토색과 붉은빛을 띠고 있어 성스럽고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아침 해 뜰 때와 석양이 질 때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천성산의 기(氣)를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화 예고 : 지동(芝洞) 장조카 최세조의 집 '대신사, 첫 종교체험을 시작하다' 편이 이어집니다.
수암 염상철 (守菴 廉尙澈)

한국종교인연대(URI-K) 공동상임대표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수운최제우대신사출세2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천도교서울교구 후원회장
천도교중앙총부 종의원 의장, 감사원장대행 역임
(사)한국사회평화협의회 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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