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 포덕166년 2025.12.06 (토)
설교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한 번은 심도 있게 논의해 보고 싶었다. 설교, 수련, 천덕송 보급, 교리의 체계화, 천도교 용어사전 편찬, 각주 경전 편찬, 어린이 강재 보급, 자선사업, 봉사활동 등이 모두 포덕․교화의 한 방편이 되겠지만, 이 중 설교가 포덕․교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한울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정성, 공경으로 한울님의 성령이 충만한 설교자의 말씀은 육체적․정신적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무위이화(無爲而化)로 병을 나을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신적 평화와 안정감을, 사업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성공에 대한 확신을, 사랑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영적 에너지가 있다.
이처럼 설교는 복잡한 현대문명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울님에 대한 좀더 확고한 믿음을 가지게 하고 인생의 온갖 어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좌표를 제시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나와 가정, 나아가서 사회 및 국가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분명한 목적을 세우고 노력할 때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듯이, 설교에서도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게 되면, 이에 맞게 계획을 수립하고 노력하여 설교 원고를 만들고 몇 번의 연습을 통해 본래 계획한 의도를 성취할 수 있다. 또 설교를 한 뒤에는 무엇이 잘못 되었나 스스로 반성해 보는 교역자의 자세가 될 때, 우리 교회의 장래는 그만큼 더 밝아질 것이다.
천도교에서의 설교 목적은 대신사님의 『동경대전』<포덕문〉에 밝혀놓으신 것처럼, 첫째 동덕들이 주문 수련을 통해 ‘영부(靈簿)’를 받아 세상 사람들의 육체적․정신적 질병을 건지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 동덕들이 주문수련을 통해 한울님의 은덕을 깨닫고 ‘시천주’ 한울님의 진리를 온 세상에 밝히며, 한울님의 진리에 맞게 올바른 생활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감동과 감화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선 천도교 내의 설교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각 교당에 설교를 할 만한 신앙의 실력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며, 게다가 대부분 충분히 준비된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내용 위주라는 점이고, 둘째, 동덕들의 일용행사와 가정문제, 사회문제를 도외시한 ‘자아완성’, ‘이신환성’, ‘보국안민’, ‘남북통일’, ‘포덕천하’와 같은 너무나도 크고 이상적인 목적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며, 셋째는 경전내용을 고지식하게 인용, 열거하는 식으로 실생활이나 시대조류와 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현행 설교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형식적 ․ 내용적 측면에서 설교의 올바른 방향과 설교의 단계를 한 번 정립해보자. 먼저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형식적 조건으로 첫째, 설교에 임하는 사람은 설교를 명(命) 받은 그 주에는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해야 한다. 둘째, 고저장단에 따라 물 흐르듯 어조 및 성량을 조절해야 하며, 설교 내용에 알맞게 감정이입이 되어야 한다. 셋째, 설교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교중에서 시간 문제가 가끔 거론되는 경우를 듣게 된다. 설교시간은 기왕이면 짧으면 좋다는 견해, 1시간을 다 채워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지만, 규모일치를 위해 설교시간도 의절에 분명히 명시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청중의 수준 또한 고려해야 한다. 즉 노년층, 장년층, 청년층, 유소년 층이냐에 따라 그 수준에 알맞은 언어 선택과 설명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 청중의 수준에 맞는 언어를 선택할 때 더욱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설교자가 갖추어야 할 내적 조건으로, 첫째 설교 내용은 수련을 통한 깨달음이어야 한다. 수련하면서 깨달은 보편적인 생각은 누구에게나 가슴 속 깊이 심금을 울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전은 이의역지[(以意逆志) : 읽는 이의 생각으로 스승님의 생각을 거슬러 구하는 방법]로 공부해서 반영한 내용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승님 말씀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설교 내용에는 시대에 맞는 시사 내용이나 스승님 또는 선인들의 예화를 적절히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흥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폭넓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진리의 말씀을 보강하거나, 증명하는 논거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불교계의 성철 스님도 그러한 분중의 한 사람으로, 불교의 인연설, 윤회 사상 등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영적 세계를 공부한 학자들의 책을 인용했고, 사후세계를 증명하기 위해 영혼사진을 예로 들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물리학까지 섭렵해 불교사상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또한 프랑스의 미셸 노스트라다무스, 조선조 명종 때 철인 격암 남사고, 미국의 에드가 케이시․루스 몽고메리 등의 예언가 말들을 인용하면서 후천 개벽의 운수를 설파하여 비판이 되기도 한 증산도의 『이것이 개벽이다(안경전 편저)』란 책도 이런 아류에 들지 않나 싶다.
그런데 우리 종단은 어떠한가? 우리 도의 가장 근본인 수련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더구나 경전과 교사를 연구하는 사람도 극소수이며, 나아가 폭넓은 독서와 연구로 천도교의 진리를 좀더 시대에 맞게 체계화하고 증명하여 널리 알리려는 도인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음으로 설교의 단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설교의 단계는 편의상 원고 설교, 메모 설교, 강화(降話) 설교로 나눌 수 있는데, 초보자 입장에서는 원고 설교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원고를 써서 설교를 하다가 메모를 해서 설교한 뒤, 차원 높은 경지에 가면 강화 설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제는 시대의 변천과 함께 설교도 다양하게 바꿔져야 한다. 일용행사를 다루는 설교, 개인의 삶과 가족 문제를 다루는 설교, 사회문제, 국가문제를 다루는 설교 등 다양한 설교가 필요한 때이다.
이상 수련의 목적과 방법 및 설교의 단계에 대해 지극히 단편적이고 수박 겉핥기 식의 논의를 해 보았다. 동학은 여느 종교와는 달리 믿음의 종교요, 깨달음의 종교이기에 무극대도에 신명을 바칠 수운 학도는 정성, 공경, 믿음으로 공부와 수련에 능한 자가 되어 높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진정한 설교자가 되어야 한다. 깨달음은 로고스(이성)의 분석력과 파토스(감성)의 직관력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불이 붙는다. 이럴 때, 우리는 황홀감을 느끼고 영대(靈臺)가 환하게 열린다. 부디 훌륭한 설교자들이 많이 나와 동덕님들에게 이런 경지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글 운암 오제운( 신태인교구장, 동귀일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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